뭉치면 산다, 하지만 배는 곯는다..연어의 생존법

조홍섭 2022. 7. 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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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자가 들끓는 대양에 사는 물고기만큼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절실한 동물은 없을 것이다.

북태평양 일대에서 45년 동안 시업 조업한 자료를 분석해 연어의 무리 짓기가 실제로 포식자 위험을 줄인다는 것을 증명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과학자들은 특정 지점에 그물을 던져 그곳에 사는 모든 동물을 포획하는 위망으로 시험 조업했고 잡힌 연어 1만6000마리 모두의 종, 크기, 나이, 위 내용물, 포식자로 인한 상처 여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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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은연어, 무리에 100마리 늘면 포식 위험 절반으로 줄어
무리 가운데 크거나 작아 돋보이는 개체가 공격 자주 당해
무리 안전하지만 먹이 경쟁 심해 배 곯기도
하천에서 태어난 은연어는 2∼4년 동안 북태평양을 떠돌며 몸집을 불린다. 그러나 고향 하천으로 돌아오는 비율은 3%에 불과하다. 수많은 포식자가 이들을 노린다. 대응책은 무리 짓기이다. 워싱턴대 제공.

포식자가 들끓는 대양에 사는 물고기만큼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절실한 동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태학 상식을 대양에서 직접 증명하기란 쉽지 않다. 북태평양 일대에서 45년 동안 시업 조업한 자료를 분석해 연어의 무리 짓기가 실제로 포식자 위험을 줄인다는 것을 증명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앤 폴리아코프 미국 워싱턴대 박사과정생 등 이 대학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큰 무리를 이룬 연어일수록 포식 위험이 작았고 무리 가운데서도 동료보다 특별히 크거나 작은 개체가 더 큰 포식 위험에 놓이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또 “일부 연어 종은 큰 무리를 이룰수록 굶주리는 것으로 나타나 안전을 위해 먹이를 희생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포식자가 도처에서 노리는 대양에서 소형 어류가 무리를 짓는 이유는 자명하다. 무리 속에 들어가면 희석 효과로 자신이 공격목표가 될 확률이 낮아진다. 설사 공격을 받더라도 무리 속에 섞여들면 포식자가 헷갈려 추격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무리를 이루면 먹을 입이 많아지니 자연히 먹이 경쟁이 심해진다. 또 큰 무리 자체가 포식자들의 눈길을 끌기 때문에 쉽게 공격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대양에서 무리 짓기의 장·단점은 실제로 어떻게 나타날까. 연구자들은 연구 자체가 어려운 이런 질문에 해답을 얻을 귀중한 자료를 확보했다.

국제 북태평양어업위원회가 연어 자원 관리를 위해 40여년 동안 해 온 시험조업 장소(왼쪽)와 특정 지점의 모든 동물을 포획하는 위망 조업 방식. 앤 폴리아코프 외 (2022)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국제북태평양어업위원회와 워싱턴대 어업연구소는 북미 담수에서 번식해 북태평양에서 성장하는 연어 자원을 관리하기 위해 장기간 시험조업을 해 왔다. 연구자들은 1956∼1991년 사이에 확보한 자료를 분석했다. 과학자들은 특정 지점에 그물을 던져 그곳에 사는 모든 동물을 포획하는 위망으로 시험 조업했고 잡힌 연어 1만6000마리 모두의 종, 크기, 나이, 위 내용물, 포식자로 인한 상처 여부를 기록했다. 주저자의 하나인 앤드루 베르달 교수는 “이런 데이터를 쓸 수 있다는 건 뜻밖의 재미있는 발견이었다”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포식자가 연어 몸에 상처를 남긴 비율을 포식 위험으로 간주했다. 그 결과 물고기의 무리가 클수록 부상한 물고기가 적었다. 이런 현상은 모든 종의 연어에서 나타났는데 홍연어의 경우 무리의 개체수가 100마리 늘어나면 포식 위험은 절반으로 줄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무리 가운데 유독 크거나 작은 개체가 포식자의 공격을 평범한 개체보다 자주 당했다는 점이다. 연구자들은 “무리가 클수록 연어가 안전한 이유는 포식자를 혼란에 빠뜨리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너무 크거나 작아 포식자의 눈에 잘 띄는 개체가 포식자가 추격할 손쉬운 표적이 된다”고 밝혔다.

연어를 노리는 포식자에는 다양한 종의 상어를 비롯해 물개, 돌고래, 범고래 등이 있다. 이들로 인한 포식압력이 매우 높아 바다에서의 생존율은 은연어 3%, 홍연어 13% 등 매우 낮다.

연어의 무리 짓기에는 꼭 이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리가 커질수록 먹이 경쟁이 더 치열해져 배를 곯기도 한다. 워싱턴대 제공.

이번 연구에서는 또 일부 종은 큰 무리를 이룰수록 배를 곯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2∼4년 동안 대양에서 지내는 홍연어와 연어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홍연어와 연어가 더 오래 더 먼 거리를 이동하기 때문에 먹이를 찾기가 더 힘들고 큰 무리일수록 먹이 경쟁이 심해진다는 뜻”이라며 “안전을 위해 먹이를 희생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주저자인 앤 폴리아코프는 “흔히 연어는 하천을 거슬러 올라와 떼 지어 산란하는 것만 떠올리지만 많은 시간을 바다에서 보내고 성장하는 물고기”라며 “이 연구로 연어가 바다에서 보이는 무리생활이 포식 위험과 먹이 찾기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밝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Science Advances, DOI: 10.1126/sciadv.abm75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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