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의 해법·기본소득과 국가론..사회적 담론 다룬 책들 출간

성도현 2022. 7. 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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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의 시대, 무엇이 가난인가'·'기본소득, 공상 혹은 환상'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가난과 불평등, 인권과 시민권, 기본소득과 국가의 역할 등 우리 사회의 핵심 담론을 폭넓게 다룬 책이 잇달아 출간됐다.

영국 러프버러대 사회정책학 명예교수이자 노동당 상원의원인 루스 리스터는 최근 번역 출간된 신간 '풍요의 시대, 무엇이 가난인가'(갈라파고스)에서 '가난 혐오'의 역사를 짚으며 빈곤의 해법을 찾고자 시도한다.

오랜 시간 빈곤을 연구한 학자이자 반(反)빈곤 활동가였던 리스터 의원은 부유한 나라에서나 가난한 나라에서나 여전히 빈곤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다고 말한다. 빈곤은 예방 가능한 '사회적 해악'인데, 빈곤이 지속되는 데는 이를 묵인하거나 방조하는 비(非)빈민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한다.

그는 코로나19로 저금리가 계속되고 노동 소득이 줄거나 불안정해지자 많은 사람이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눈을 돌리는 현 사회의 모습을 예로 들기도 한다. 당장 재테크에 뛰어들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미디어가 반복해서 쓰는 '벼락 거지'란 표현은 가난을 무지, 무능, 실패에 따른 징벌로 인식하게 하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미국과 같은 능력주의 기반 사회에서 빈곤에 대한 혐오가 이른바 '아메리칸드림' 문화와 결합해 '빈곤은 곧 실패'라는 인식으로 굳어지는 것을 우려한다. 또 '가난은 병'이라는 식의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거부한다.

저자는 가난과 빈민에 대한 혐오적인 편견과 시선은 빈곤을 개인의 기질, 성향 문제로 돌리며 빈곤의 구조적 원인을 지운다고 주장한다. 개인의 행위가 빈곤이란 결과를 만들기도 하지만 사회와 문화 등의 구조가 빈곤에 큰 영향을 미치며, 개인의 행위 역시 구조 안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리스터 의원은 큰 틀에서 빈곤을 관계, 상징적 현상으로 바라봐야 하며, 빈곤 문제는 인권과 시민권, 행복과 인간 번영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빈곤 문제 해결은 절벽 밑에 구급차를 준비해 두는 것에서 나아가 절벽에 울타리를 세우는 방법으로 가능하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이를 통해 연대를 연민으로 대체하기 쉽고, 수급 자격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존엄과 자긍심을 해치며 빈곤 자체에 낙인을 찍게 되는 '선별주의'보다 '보편주의' 관점이 사회보장제도의 잠재력을 높이는 발전적인 대응 방안이라는 결론을 제시한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경남 도정 자문위원회 위원 등을 지낸 김공희 경상국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신간 '기본소득, 공상 혹은 환상'(오월의봄)에서 기본소득의 역사와 자본주의 발달사를 살피며 기본소득의 문제점을 분석한다.

김 교수는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기에는 구태의연하고 허술한 무기"라며 기본소득론을 전면 비판한다. 자본주의 경제의 내적 메커니즘이 어떠하고 문제가 무엇인지, 자본주의가 스스로 어떻게 변모하면서 나름의 해결책을 내놓는지 등에 관해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시되는 대안에 회의감을 내보인다.

저자는 기본소득이 대중의 삶의 안정성을 보장해줄 수 없는 상황에서 국가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보자고 말한다. 자본주의 경제를 구성하는 세 측면인 생산·분배·소비는 늘 교란될 수 있다며 '소득'이 아니라 '경제적 안전'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생산·분배·소비 영역에서 골고루 경제적 안전이 보장돼야 대중이 불안하지 않고 경제도 안정적으로 굴러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저자는 가족, 기업, 국가 등 경제적 안전 제공 주체 중 국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생산·분배·소비 모두 관여할 수 있는 국가를 구성할 수 있는 민주주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기본소득론자들이 말하는 기본소득은 '분배'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해결책이라고 지적한다. 모든 개인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정액의 현금을 지급한다고 해서 모든 영역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소득의 보장은 경제적 안전의 일부만을 구성할 뿐 대중에게 가해지는 불안정성을 해결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결국 중요한 것은 경제에 '민주적 통제'라는 고삐를 씌우는 일"이라며 "이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의 폐해가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에 집중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다면, 그것을 가속하기 위해 공적 자원을 투입하는 것도 더 큰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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