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적 연출 추구한 '20세기 최고 연출가' 피터 브룩 별세[피플in포커스]

셰익스피어 등 고전 작품 새롭게 해석해 명성 얻어
'마하바라타' 9시간으로 각색하는 등 파격 선보여

지난 3일(현지시간) 향년 97세로 별세한 영국 태생의 연극 연출가 피터 브룩.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20세기 최고의 연극 연출가로 꼽히는 피터 브룩이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타계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항년 97세.

브룩은 1925년 3월21일 영국 런던에서 라트비아에서 온 유대인 이민자 가정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옥스퍼드 대학교한 브룩은 1943년 '닥터 파우스트'로 17세에 연극계에 입문한 이래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SC)와의 인연으로 셰익스피어 작품과 같은 고전을 새롭고 독창적으로 해석해 명성을 얻었다.

그가 감독한 1962년 '리어왕'은 기존 세익스피어의 작품의 틀을 흔드는 작품이었다. 19세기를 배경으로 리어를 백발의 가부장적인 노인으로 묘사해 참신함을 불러일으켰다.

브룩의 기념비적인 연출작으로는 1970년 '한여름 밤의 꿈'을 꼽을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당시 '한여름 밤의 꿈'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연출가가 만든 가장 위대하고 중요한 작품"이라고 치켜세웠다.

'한여름밤의 꿈'으로 불후의 명성을 얻은 브룩은 이후 영국에서 프랑스로 건너갔다. 그는 1971년 프랑스 파리에서 국제 연극연구소(CIRT)를 세우고 1974년 파리 10구에 위치한 음악홀 뷔페 드 노르 극장(Bouffes du Nord Theatre)을 인수했으며 세계 각국의 배우들과 더불어 언어와 표현 방식 등을 탐구했다.

이러한 면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 바로 1985년작 '마하바라타'다. 그는 서양의 문화와 표현 방식 등에서 벗어나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문화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인도의 산스크리트 서사시 마하바라타를 10년간 준비했다.

연극 마하바라타는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9시간에 걸쳐 공연됐다. 해당 작품은 한 민족의 역사와 철학 등을 총체적으로 아우르고 있으며, 다양한 인종의 배우들과 동양 악기 등이 사용됐다.

브룩은 또한 영화를 연출하기도 했다. 1963년에 소설 '파리 대왕'을 영화로 제작했으며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브룩은 지난 1951년 나타샤 패리와 결혼했으며, 부인은 지난 2015년 사망했다. 유족으로는 딸 이리나와 아들 사이먼이 있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