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
지구 역사 상 석탄이 생성된 것은 5억에서 2억년 전에 식물 자원이 땅 속에 묻혔기 때문이다. 에너지원으로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기록상으로는 BC 300년 경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당시 그리스에서는 석탄이 대장간 연료로 사용되었다. 중국에는 3세기 삼국시대 즈음부터 이용되었고, 송나라 때에는 석탄에 세금을 매긴 기록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13세기 초 고려 때 침몰된 배에서 석탄이 나온 점으로 보아 석탄 사용에는 꽤 오랜 역사가 있다.
영국에서 산업용 및 땔감으로 석탄은 16세기 헨리 8세 때부터 왕성하게 소비되기 시작했다. 헨리 8세는 로마 교황청의 이혼 금지 교리에 반발하며 첫 번째 왕비와의 이혼을 감행하였고, 수장령(首長令)을 발표하여 영국 교회를 카톨릭에서 독립시켜 스스로 교회의 수장이 되었다. 그러면서 기존 카톨릭 교회에서 몰수한 토지를 석탄 채굴업자에게 배분하여 석탄산업을 크게 일으켰다. 그 결과 석탄은 목탄을 대체한 메인 에너지(Main Energy)가 되어 산업혁명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그러나 석탄을 캐낼수록 탄광은 점차 땅속 깊이 들어갔고, 지하 갱도에는 물이 고이니 그것을 밖으로 퍼내는 것이 큰 문제였다. 1765년 제임스 와트(James Watt)가 발명한 증기기관을 배수 펌프에 활용하여 쉽게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자 석탄 채굴 능력은 더욱 향상되었고, 그것의 대량, 장거리 수송도 가능 해져 석탄을 에너지 원(Source)으로 활용한 제1차 산업혁명의 꽃이 피었다.
산업혁명을 통해 학자들은 물을 뿜어내고 석탄을 운송하는 등 일을 하는 ‘힘’의 원천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그 힘을 통일적으로 ‘에너지’라 부르자고 1802년 영국의 물리학자 토마스 영(Thomas Young)이 제안하였다. 그래서 에너지는 ‘일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통상적으로 정의된다. 그 어원이 그것을 증명한다. ‘일’을 뜻하는 그리스어 에르곤(ergon)과 ‘안(內)’을 의미하는 접두사 ‘en’을 합쳐서 ‘energon’, 영어로 Energy가 되었다. 즉, 에너지는 ‘일 안의 것’ 으로서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내부의 어떤 힘을 의미한다.
에너지의 형태로는 열 에너지, 빛 에너지, 운동에너지, 전기에너지, 원자력 에너지, 태양 에너지 등 수없이 많다. 중요한 것은 일상 생활과 산업현장에서 일을 하는데 가장 필요한 열, 빛 그리고 운동 에너지를 얻는 원천(Source)으로써 석탄, 석유, 천연가스, 핵연료 등 한 번 쓰고 나면 재생이 불가한, 즉 화석연료(Fossil Fuel)가 주축인 ‘재생불가 에너지(Non-renewable Energy)’를 계속 쓸 것이냐, 아니면 수력, 태양, 풍력, 조력, 지력 등 자연계에서 끊임없이 재생되고 보충되는 ‘재생 에너지(Renewable Energy)’를 쓸 것이냐가 기후변화 관련 현재의 글로벌 이슈이다.
에너지의 원천으로서 석탄은 같은 화석연료인 석유에 의해 그 왕좌를 잃었다. 석유의 기원은 약 5억년 전 수생 동식물의 유해가 매몰되어서 생성되었다는 ‘유기기원설’과 지구 내부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금속화합물이 물과 만나 고온, 고압 하에서 반응하여 생성되었다는 ‘무기기원설’이 있다. 석유는 석탄보다 더 일찍 사용되기 시작했다. BC 3,000 년경 수메르 인들은 아스팔트(Asphalt)로 조각상을 만들었고, 이집트 인들은 미이라의 부패 방지를 위해 아스팔트를 사용했다.
석유의 상업적 시추는 1859년 미국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유명한 록펠러(John Rockefeller)가 석유회사를 설립하여 미국 유전의 95%를 장악한 부호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개발이 시작되었다. 마침 비슷한 시기인 1876년, 독일의 니콜라스 오토(Nicolaus Otto)가 흡입, 압축, 폭발, 배기라는 4행정(行程) 내연기관(內燃機關)을 발명하면서 석유가 대중적 에너지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 후 독일의 다임러와 마이바흐가 세운 다임러자동차회사 그리고 미국의 헨리 포드가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대량 생산한 ‘모델 T’ 자동차 덕분에 석유의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오늘 날 인류가 석탄에서 보다 석유에서 얻는 에너지가 1.5배 더 많아졌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21세기 석유의 시대까지 인류가 소비하는 재생불가 에너지가 지구 온난화를 야기한다는 것은 이제 모두가 공감하는 긴박한 현실이다. 급기야 2015년 196개 국가는 파리협약에 가입하고 공동의 노력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여 지구 온도 상승을 섭씨 1.5~2도 이내로 억제하고자 모든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각국이 자발적으로 제출한 탄소배출 감축계획을 집계한 결과, 그것으로는 2도 이내로 묶어 놓기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와 암울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 개발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태양열, 태양광 발전, 바이오매스, 풍력, 지열 등을 포함한 8개 재생에너지와 수소에너지 포함 3개의 신 에너지 등 총 11개 분야를 통칭하여 ‘신재생 에너지’라 법으로 정의하고, 이들의 개발과 이용을 정책적 입법(“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이용, 보급 촉진법)을 통해 유도, 지원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정책 집행과정에서 홀대 내지 박해 받은 것이 석탄과 원자력 에너지이고 보조금까지 받으면서 환대 받은 것이 전기 자동차와 태양광 발전이다.
우리도 이젠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자체 기술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과학과 기술에서 자부심이 높아졌다. 에너지 정책은 우리가 보유한 과학과 기술 수준의 반영이다. 따라서 그것은 이용 가능한 모든 기술과 과학적 지식에 바탕 하여 에너지 안보 및 기업의 경제성 확보 그리고 지구 온난화 방지라는 범인류적 합의를 실천하는 즉, 세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통상의 국제무역 계약에 약방의 감초처럼 들어 있는 것이 불가항력(Force Majeure) 조항이다. 화산, 지진, 대홍수 등 천재지변이나 전쟁 등은 신의 영역(Act of God)이니 그 때문에 계약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 그 책임을 면제해준다는 내용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상승하자 영국과 독일 등 유럽에서 에너지 정책을 갑자기 180도 돌려 지구 온난화 방지 보다는 자국과 기업의 이익을 더 챙기려는 속내를 보이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영국은 2011년부터 지급해 온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중단했다. 독일은 석탄 화력 발전소 재가동을 승인하는 긴급법안을 통과 시켰고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 중지를 유예하며 탈 원전 정책을 번복하려 한다. 또 EU의 2035년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에 반대한다면서 기존의 전기차 옹호 입장을 번복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ESG 경영을 하지 않는 회사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압박하던 세계 최대 자산 운영 회사 블랙록(BlackRock)의 래리 핑크(Laurence Fink) 회장도 그런 강경한 입장을 철회했다고 한다. 다들 우크라이나 전쟁 탓이라는 불가항력 조항을 대놓고 언급하지는 않지만, 울고 싶은데 뺨 맞은 찬스를 민첩하게 이용하는 것 같아 당당한 인상을 주지는 못한다.
이런 현 상황에서도 한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에너지 정책은 공기업 뿐만 아니라 사기업에게도 어느 정도 플러스가 되는 것이어야 한다. 일방적인 희생만을 요구하는 에너지 정책은 그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 <대통령을 위한 에너지 강의>라는 책에서 원자력 발전을 권장하는 리쳐드 뮬러(Richard Muller) UC 버클리 교수는 에너지 정책 관련 대통령이 알아야 할 경구(警句) 하나를 소개했다. “진짜로 지속가능 하려면, 수익이 나야 한다(To be truly sustainable, it must be profitable)”.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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