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사회, 뇌의 주인 자리를 잃지 않으려면?
0과 1로 대표되는 20세기 컴퓨터 혁명에서 비롯된 모든 것이 연결된 정보화 사회 그리고 스몸비족(스마트폰+좀비)의 출현. 태어나서 흙과 사람보다 스크린으로 뇌에 정보를 입력받는 아이들 그리고 인공지능과 공존 혹은 경쟁할 인류 첫 세대의 탄생까지. 인류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디지털 정보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이 들 때까지 과연 하루 동안 갖는 다양한 의사결정의 주체는 과연 ‘나’인가, 아니면 나의 뇌 속에 들어와 있는 ‘정보’일까. 스마트폰이 세상에 나온 이후 인간의 의사결정의 독립성과 주체성은 과연 증가한 것일까, 아니면 퇴보한 것일까.
오래전 사냥을 하며 생존을 했던 수렵사회, 인류가 정착하기 시작했던 농경사회 그리고 대량생산체제와 지식학습 체계를 갖추게 된 산업사회. 그리고 오늘날 정보화 사회와의 차이는 무엇일까.
지난 20세기가 반도체, 조선, 자동차, 비행기, 스마트폰 등 눈에 보이는 ‘상품’이 문명 발전을 주도한 물질문명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보이지 않는 ‘정보’가 새로운 문명의 열쇠로 자리한다는 데 크게 이견이 없다.
인간의 뇌는 수없이 복잡한 구조와 기능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간단히 말하면 정보를 입력받아 처리해서 출력하는 일종의 ‘정보처리기관’이다. 인간의 뇌 차원에서 21세기 정보화 사회로의 진입은 ‘정보’ 자체가 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 뇌의 기본적인 구조와 기능은 인류 역사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는데, 뇌가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 자체가 과거에 비해 수백 배 증가했고, 정보 전달 속도와 확산이 지구 전체에 거의 동시간대에 이뤄지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정보화사회에 진입한 정보처리기관 뇌. 그렇다면, 정보 종속성이 커져만 가는 시대에 ‘나’라는 인간의 정체성과 가치 인식이 희미해져 가는 사회 구조 속에서 방향성을 상실한 뇌는 과연 어떻게 될까.
‘대한민국의 영토는 작으나, 게임영토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이다’란 말이 있다. 게임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이 한국을 성지순례 하듯이 방문하는 한국에서 만든 직업이 바로 ‘프로게이머’이다.
그런데, 프로게이머는 환호와 부러움의 대상이 되지만, 반대편에서 게임 중독된 청소년들은 따가운 사회적 시선과 부적응성의 위험을 갖는다. 뇌에 입력되는 게임 정보의 양은 오히려 중독된 친구들이 많을 수 있데, 무엇이 차이를 만들까.
2010년 중앙대병원 한덕현 교수팀이 프로게이머와 게임 중독자의 뇌를 MRI로 비교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프로게이머의 뇌는 게임중독자보다 뇌의 대상피질이 커져 있었다. 행동 전략을 짜고 실천을 위한 통제력을 조절하는 부위다. 반면 중독자의 대상피질 크기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대신 쾌락 자극에 도파민 신경물질이 분비되는 부위가 커져 있었다. 즉, 프로게이머는 게임을 통제력을 갖고 훈련 대상으로 삼지만, 중독자는 같은 게임을 해도 맹목적인 쾌락 추구에 쏠려 있다는 의미다.
정보화시대가 인간 뇌 속 정보처리 방식의 변화 중 하나는 신체 활동성이 줄어들고, 사람 사이의 정서적 교류가 감소하는 대신 스크린을 통한 정보입력과 신경망의 패턴화가 강화되는 이른바 ‘무의식적 습관’이 강해짐을 의미한다.
긍정 습관과 부정적 습관의 차이는 결국 ‘나’라는 자의식 그리고 그 의식이 투영된 태도와 행동 변화가 만드는데, 만약 그러한 ‘나’에 대한 인식이 약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이른바 ‘정보중독’의 위험성이 증가하는 것이다.
서울역에서 부산을 향하는 기차 안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천차만별이다. 잠을 자는 사람, 담소를 나누는 사람, 책을 읽거나 스크린을 보는 사람. 하지만, 밖에서 달리는 기차를 보면 기차는 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뇌는 평상시에는 제각기 수없이 많은 기능이 외부 자극에 대응하며 생존을 위해 발현되는 복잡계의 형태를 취하지만, 방향성을 가질 때 비로소 많은 기능들의 통합적 연결성이 커지는 복합계로서 작동한다.
뇌가 방향성을 갖는다는 의미는 간단히 말하면, ‘나’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는 것이다. 두뇌 기능적으로 본다면, 이른바 ‘메타인지(meta-cognition)’ 기제에 해당한다. 메타인지, 또는 상위인지는 자신의 인지 과정에 대해 관찰 · 발견 · 통제 · 판단하는 정신 작용을 말한다.
중독의 본질은 결국 ‘주인 자리를 뺏긴 것’이다. 그 자리에 정보가 주인행세를 하고 있는 셈이다. 주인 자리를 뺏긴 이유는 내가 없는 것이니, 나에 대한 인식과 가치를 키워야 근본적인 해결이 일어난다.
인간의 뇌는 기본적으로 반복적 입력과 몰입적 경험을 통해 변화한다. ‘나’라는 기제가 약해진 채 정보의 반복 입력이 들어오게 되면 뇌에서는 ‘집착’ 상태가 형성되고, 집착이 반복되면 결국 중독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나’가 있는 상태에서의 정보의 반복 입력은 ‘집중’ 상태를 만들고 집중이 반복되면 몰입 상태로 발전된다.
“나는 게임을 왜 하는가?”, “나는 게임을 통해 무엇이 될 것인가?”에 관한 질문과 답을 갖느냐, 갖지 않느냐. 프로게이머와 게임중독의 근본적 차이이다. 다른 영역도 결국 마찬가지이다. 주인이 있느냐,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
모든 정보는 결과적으로 뇌의 활동에 의해 축적되고 활용되어 진다. 정보의 양이 많고 커질수록, 반복되고 지속될수록, 사람들은 정보에 종속되고 영향력을 받을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결국 뇌 속에 담긴 정보의 질과 양이 그 사람의 행동과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열쇠가 될 것이며, 정보가 물질을 창조하는 세상 속에서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가 인간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뇌교육(Brain education)’을 21세기 정보처리기술로도 부르는 이유이다. 뇌를 움직이는 핵심기제를 ‘정보’로 개념화하고, 신체와 뇌와의 상호 관계 속에서 신체적 자신감, 감정조절 향상을 바탕으로 의식 확장성을 이끌어내는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뇌를 움직이는 열쇠인 정보를 긍정적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연결된 정보화사회 속에서 정보가 새로운 문명의 키워드가 될 것이며, 뇌 속에 담긴 정보의 질과 양이 그 사람의 행동과 사고를 결정짓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뇌교육이 갖는 가장 커다란 가치는 바로 정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처리하는 이른바 정보처리기술에 있습니다.“ - ‘국제뇌교육협회 2016 유엔지속가능성보고서’
장래혁 우버객원칼럼니스트[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교수, 브레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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