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코로나가 막바지인 것처럼, 얼어붙은 한일 관계도.."
2019년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판결 이후 악화됐던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양국 민간 경제계가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는 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제29회 한일재계회의’를 열고, 양국의 경제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데 역할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는 코로나 사태로 3년 만에 열렸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개회사에서 “코로나가 막바지인 것처럼, 얼어붙은 한일 관계도 한국의 윤석열 신정부 출범을 계기로 숨통이 열리는 것 같다”며 “한일 정상회담이 조속히 열려 상호 수출규제 폐지,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한국의 CPTPP(일본, 호주 등 11국이 회원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 가입 등 현안이 한꺼번에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명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알려진 1998년 ’한일 공동선언-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파트너십’ 정신을 업그레이드하자고 덧붙였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채택한 이 합의문은 정치, 안보, 경제, 인적·문화교류, 글로벌 이슈 등 5개 분야의 협력 등을 명시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의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쿠라 마사카즈 경단련 회장도 “한일관계가 어려울수록 1998년 한일파트너십 선언의 정신을 존중하고, 한일이 미래를 지향하면서 함께 전진하는 것이 소중하다”며 “일본 경제계에서도 한일 정상과 각료 간의 대화가 조기에 재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회의에서는 한일 경제동향 및 전망, 상호 수출규제 폐지, 인적교류 확대를 위한 상호 무비자 입국제도 부활, 한국의 CPTPP가입 필요성,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발전을 위한 한일 공동협력, 한미일 비즈니스 서밋 구성 등 한일 간 관심사에 대한 다양한 제안과 논의가 있었다. 특히 코로나로 중단된 상호 무비자 입국제도를 부활해 인적교류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 양측 참석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일 방문객은 2018년 1050만명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3만4000명으로 급감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국제무대에서의 한일 간 협력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었다. 한국 측 참석자들은 한국의 CPTPP 가입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에 대한 일본의 지지를 요청했고, 미국 바이든 행정부 주도로 5월에 출범한 IPEF에서의 한일 간 협력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최대 우방인 미국과의 3국 협력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되었는데, 경제분야에서의 3국 간 실질협력 강화를 위해 한미일 비즈니스 서밋 구성 및 정기적인 회의 필요성에 대한 제안도 있었다.
전경련과 경단련은 1998년 ‘한일 공동선언-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파트너십’(일명, 김대중-오부치 선언) 정신 존중 및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 민간교류 정상화를 위한 비자면제 프로그램 부활 필요성 확인 등을 내용으로 하는 8개 항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내년에 도쿄에서 제30회 한일재계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회의에 한국 측에서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 우오현 SM그룹 회장,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 김종서 한화토탈에너지스 사장, 장희구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조주완 LG전자 사장, 이용욱 SK 머티리얼즈 사장, 전중선 포스코홀딩스 사장, 배상근 전경련 전무 등 20명이, 일본 측에서는 도쿠라 마사카즈 경단련 회장, 사토 야스히로 미즈호금융그룹 고문, 야스나가 타츠오 미쓰이물산 회장, 히가시하라 토시아키 히타치제작소 회장 및 구보타 마사카즈 경단련 부회장 등 5명이 참석했다.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1998년 10월 8일 도쿄를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의 결단으로 채택한 합의문.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공식 문서로서는 처음으로 명문화했다. 정치, 안보, 경제, 인적·문화교류, 글로벌 이슈 등 5개 분야의 협력과 43개 항목의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명시했다.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의 초석을 놓았다는 점에서 한·일 관계의 ‘경전(經典)’으로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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