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규제 폐지, 무비자 입국 부활" 한일 경제계 '상호 협력' 주춧돌 놓다

2022. 7. 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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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양국 관계 개선에 뜻을 모은 가운데, 한일 경제계가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 주목된다.

양국 간 무역갈등과 불매운동 등으로 극에 달했던 긴장 관계가 이번 경제계 제안으로 상호 협력 분위기로 급진전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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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수(앞줄 왼쪽 여섯번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과 도쿠라 마사카즈(앞줄 왼쪽 다섯번째) 게이단렌 회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제29회 한일재계회의'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정태일·서경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양국 관계 개선에 뜻을 모은 가운데, 한일 경제계가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 주목된다. 양국 간 무역갈등과 불매운동 등으로 극에 달했던 긴장 관계가 이번 경제계 제안으로 상호 협력 분위기로 급진전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와 일본 경제단체연합회(經團聯·이하 게이단렌)는 4일 전경련회관에서 제29회 한일재계회의를 개최하고,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3년 만에 열린 이번 회의에서 양국 경제계는 우선적으로 상호 수출규제를 폐지하고, 인적교류 확대를 위한 상호 무비자 입국제도를 부활하자고 논의했다.

앞선 2019년 일본은 조선인 강제동원 관련 국내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수출규제를 강행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력 산업에 필요한 핵심 소재 수출을 제한해 양국 갈등을 촉발했다. 또 코로나로 무비자 입국제도가 중단돼 한일 상호 방문객은 2018년 1050만명에서 지난해 3만4000명으로 급감한 상태다. 이에 이번 한일재계회의를 통해 양국 경제 협력을 다시 활성화하기 위한 제안이 나온 것이다.

이와 함께 국제 무대에서의 한일 간 협력 필요성도 논의돼 한국의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과 일본 지지가 강조됐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 주도로 5월 출범한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에서의 영국 협력도 제안됐고, 한미일 비즈니스 서밋 구성 및 정기적인 회의 구상안도 나왔다.

나아가 이날 한일재계회의는 1998년 ‘한일 공동선언-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파트너십’을 적극 계승하자고 합의했다. 일명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알려진 것으로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양국 간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합의한 공동선언이 핵심이다.

이에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한일관계 개선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답이 있다”며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고,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강조한 이 선언을 지금에 맞게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언의 취지에 따라 한일 정상회담이 조속히 열려 상호 수출규제 폐지, 한일 통화스왑 재개 등 현안이 한꺼번에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도 “한일관계가 어려울수록 1998년 한일파트너십 선언의 정신을 존중하고, 한일이 미래를 지향하면서 함께 전진하는 것이 소중하다”며 “일본 경제계에서도 한일 정상과 각료 간의 대화가 조기에 재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 한국 측에서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 우오현 SM그룹 회장,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 김종서 한화토탈에너지스 사장, 장희구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조주완 LG전자 사장, 이용욱 SK 머티리얼즈 사장, 전중선 포스코홀딩스 사장, 배상근 전경련 전무 등 20명이 참석했다.

일본 측에서는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 사토 야스히로 미즈호금융그룹 고문, 야스나가 타츠오 미쓰이물산 회장, 히가시하라 토시아키 히타치제작소 회장 및 구보타 마사카즈 게이단렌 부회장 등 5명이 참석했다.

양국 경제계는 2023년 도쿄에서 제30회 한일재계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killpass@heraldcorp.com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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