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말고 '개봉'.. 브이로그 대신 '영상일기'

박동미 기자 2022. 7. 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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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누구나 콘텐츠를 발신할 수 있는 1인 미디어의 시대다.

마음만 먹으면 우리는 창작자가 될 수 있다.

누구나 창작을 하고, 정보를 발신하는 것만큼, 더 많은 이가 이를 소비할 수 있으려면 외국어나 외래어 등을 쉬운 우리말로 다듬어 언어의 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

요즘 영상 콘텐츠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표현은 '브이로그'와 '언박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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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운 우리말 생활 - (3) 취미·생활 (下)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누구나 콘텐츠를 발신할 수 있는 1인 미디어의 시대다. 마음만 먹으면 우리는 창작자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영상을 통한 소통의 양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 매일 더 촘촘해지고 있지만, 그것을 둘러싼 언어들이 순화되는 속도는 이에 미치질 못한다. 누구나 창작을 하고, 정보를 발신하는 것만큼, 더 많은 이가 이를 소비할 수 있으려면 외국어나 외래어 등을 쉬운 우리말로 다듬어 언어의 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

요즘 영상 콘텐츠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표현은 ‘브이로그’와 ‘언박싱’이다. 브이로그(V-log)란 영상을 의미하는 ‘비디오’(Video)와 기록을 뜻하는 ‘블로그’(Blog)를 합친 말로, 자신의 일상을 촬영한 영상물을 뜻한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가 인기를 끌면서 널리 쓰이게 됐다. 하지만, 어떤 말이 합쳐졌는지 몰라 여전히 ‘브이로그’를 생소해 하는 사람도 많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브이로그 대신 ‘영상 일기’를 쓰자고 제안했다. 누구나 바로 알 수 있는 우리 말의 조합만으로 충분히 그 뜻이 전달된다. 브이로그만큼 어려운 말이 ‘언박싱(Unboxing)’이다. ‘새 상품을 개봉하고 사용해 보는 것’이라는 뜻의 ‘언박싱(Unboxing)’은 옷, 가방, 신발, 책, 문구 등 주로 생활용품에 쓰였는데, 최근엔 물건뿐만 아니라 무대나 공연 등 예술 작품의 최초 공개에도 붙일 정도로 폭넓게 사용된다. 국립국어원이 제안한 언박싱의 순화어는 ‘개봉’ 혹은 ‘개봉기’다.

‘로컬 크리에이터(Local Creator)’는 어떤가. 지역을 뜻하는 ‘로컬(Local)’과 창작자라는 뜻의 ‘크리에이터(Creator)’가 합쳐진 말이다. 설명하자면, 지역의 문화적 특성이나 자원 등에 혁신적 아이디어를 접목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다. 1인 미디어와 독립 창작자들이 증가하자, 지자체들은 이들을 ‘로컬 크리에이터’로서, 지역 홍보나 발전을 위해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영어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로컬 크리에이터’는 너무 먼 단어다. 대신, ‘지역 가치 창출가’라는 말은 어떤가. 취지를 고스란히 살렸고, 소통이 더욱 원활해진다.

‘지역 가치 창출가’들이 자주 참여하게 되는 ‘팸투어’와 ‘아트 페스티벌’ ‘프레 콘서트’ 등도 순화할 수 있다. 각각 ‘사전 답사 여행’ ‘예술 축제’‘사전 공연’으로 바꿔 쓰면 지역 가치 창출이라는 목적에 더 잘 부합할 수 있지 않을까.

유튜브나 예능프로그램 등의 자막에 빈번하게 보이는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은 각기 다른 분야의 주체가 함께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일을 가리킨다. 패션 업계에서 두 개 이상의 브랜드가, 음악계에서 두 뮤지션이 함께 작업할 때에도 이를 줄여 ‘컬래버’라고 쓴다. 이는 ‘공동 작업’ ‘협업’ ‘합작’ 등으로 바꿔 쓰자. 쉽고 간단하고, 경제적이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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