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비극] '자녀살해' 부각되고 '동반자살' 표현 사라져

김양원 2022. 7. 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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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2년 7월 2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일가족 비극] '자녀살해' 부각되고 '동반자살' 표현 사라져

- 과거와 달리 '동반자살' 보도한 경우 없어, 대신 '자녀살해'를 아동학대, 중범죄로 진단

- '생활고로 극단선택'...자살동기를 단순화한 경찰발표와 인용 보도는 삼가야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 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김양원> 실종 한 달 만에 일가족이 모두 숨진 채 차량이 인양이 됐죠, 제발 우리가 짐작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기를 전 국민이 기도하며 지켜봤는데, 관련한 언론 보도 소장님은 어떻게 보셨나요?

◆ 김언경> 네 이번 사안은 어떻게 보도해야 적절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하는 아이템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부모는 지난 5월 17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한 달 간 제주도로 교외 체험학습을 떠나겠다는 신청서를 냈습니다. 그런데 체험학습 기간이 끝난 6월 16일 이후에도 아이가 등교하지 않고 부모와도 연락이 닿지 않자, 학교 측은 22일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습니다. 보도도 이후 6월 24일부터 본격적으로 나왔습니다.

제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제공하는 뉴스빅데이터 서비스 빅카인즈에서 아동의 이름을 키워드로 보도량을 확인하니 6월 24일부터 6월 30일 오전 10시까지 총 637건이 보도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언론진흥재단은 54개 대표적 언론에 대한 데이터만 축적되는데도 7일만에 이렇게 많은 보도량이 나온 것입니다. 네이버 뉴스검색에서 같은 기간, 같은 키워드로 검색하면요, 1819건의 보도가 나온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전 국민적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수준의 보도량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보도가 과연 적절한 내용이었을까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김양원> 이렇게 쏟아진 보도량이 과연 적절했을까.... 이런 물음을 던져주셨는데 하나씩 짚어보죠. 당초 유나양 일가족이 종적없이 사라진데 대해서 여러 가지 추측성 보도들이 많이 나왔죠?

◆ 김언경> 네, 이 사안이 애초 실종이다 보니까 범죄 피해를 입은 것일까, 단순 사고일까, 극단적 선택일까 등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있었습니다. 따라서 이 경우의 수를 추측하는 보도들이 정말 다양하게 나왔어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흥미 위주의 지적, 수색 및 수사 과정에서 지나치게 개인적인 사안을 많이 노출한 것 아닐까 싶었습니다.

예를 들면요. 여러 언론보도에서 조양 집의 현관문을 보도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는 경찰의 정보 제공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었습니다. 더팩트 등에서는 "27일 광주 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이라며, 조양 아파트 현관문에는 법원의 특별송달 우편 안내장이 붙었다고 설명도 했습니다. 그나마 이 보도는 경찰발 정보를 제공한 것 뿐이었는데요. 뉴스1은 6월 27일 <유나양 아파트엔 바람빠진 분홍자전거만...법원 특별 우편송달도>, <유나양 어머니 카드 2700만원 빚...생활고 보여준 노란딱지>에서 직접 아파트 현관을 찍어서 보도했습니다. <머니투데이>, <머니S>와 <무등일보>도 현관문 사진을 그대로 보도했습니다. 이런 보도들이 유나 양을 찾는데 도움이 되었을까요? 만에 하나 그 가족을 찾아서 돌아올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사생활을 노출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런 내용이 과연 수색 과정에서 도움이 된다는 공익적 측면이 더 많았을까, 아니면 그야말로 언론이 클릭수를 위해서 흥미위주의 자극적인 내용을 보도한 것일까 여러번 생각해봤습니다. 피디님은 아무래도 언론인이시니까 어떤 부분에 더 방점이 찍으실지 모르겠는데요. 저는 언론이 공익보다는 상업적 이익을 위한 흥미 위주의 보도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나양 어머니의 카드빚 내역을 보도한 언론사는 네이버 기준 총 60건이나 되었습니다.

◇ 김양원> 일가족이 모두 사망하는, 이런 결과가 나오기 전에 개인의 사생활을 '현관문 보도'를 통해 침해하고 말았던 점을 지적하셨어요. 자, 일단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이 사건이 극단적 선택으로 결론내려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보도들을 자살보도 관점에서 평가해볼 수 있을까요?

◆ 김언경> 이 보도들을 자살보도준칙에 근거해서 작성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시점이 분명 있었습니다. 하지만, 극단적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 계속 나왔고, 그럴만한 이유들이 있었다는 식으로 카드빚 내역, 루나코인 검색, 수면제 검색 등 다양한 키워드들이 언론보도를 통해서 나왔습니다. 무엇보다 언론사 스스로 이들 보도가 자살과 관련된 보도라고 인식하여서 보도 아래에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삽입한 보도들이 꽤 많았습니다. 네이버로 검색하면 조 양 이름과 해당 문구가 함께 들어간 보도가 총 41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문구가 들어간 보도들은 대체로 인양 이후에 나온 보도들이긴 합니다만, 배상훈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이 극단적인 선택일 가능성이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하는 내용을 보도한 경우들이 있는데요. 이럴 때 아래에 경고문구가 들어가지 않은 사례들이 많았습니다. 수치를 보기 위해서 네이버에서 <조유나 극단적 선택 전문가>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64건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들 보도에 "우울감 등" 문구가 들어간 보도는 총 21건이었습니다.

이건 무엇을 말하는가... 언론사 스스로 극단적 선택 가능성을 진단하는 전문가의 언급을 인용 보도할 때에는 이미 이것이 자살보도준칙을 준수해야 할 사안이 되어버렸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자살보도준칙의 최소한의 기준이 문구를 넣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입니다.

또한 이번 사건 보도를 <자살보도권고기준>이라는 잣대로 본다면 부적절한 보도유형들이 많았습니다. 예컨대 권고기준에는 "자살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 자살로 명확히 판정되기 전까지는 사안을 자살로 추정하거나 단정하는 보도는 삼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고요. 자살의 동기라는 것도 단순화해서 안된다고 나옵니다. "자살은 단순화하기 어려운 복잡한 요인들로 유발됩니다. 따라서 표면적인 자살 동기만을 보도할 경우 결과적으로 잘못된 보도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유사한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자살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라는 것이죠.

◇ 김양원> 전문가의 분석 결과, 자살로 추정되는 충분한 근거가 있어서 보도할 경우라면 자살보도준칙에 근거해서 기사를 작성하는 게 맞다, 또 하나... 그렇다하더라도 자살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면 자살이라고 추정하거나 단정하는 보도는 삼가야 한다...

그런데 일부 보도를 보면, 경찰발표를 인용해서 극단적 선택의 원인을 짚기도 했어요.

◆ 김언경> 네, 경찰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는데요. 동아일보 6월 30일자 보도의 제목은 <유나 가족 3명, 끝내 주검으로… 경찰 "생활고로 극단선택">입니다. 전형적인 자살보도준칙 위반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요. 여기에는 경찰의 발표내용이 그대로 담겨있는 것입니다. 경찰은 부부 명의의 신용카드 채무가 얼마, 아버지 명의의 금융기관 대출이 얼마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고요. 루나 가상화폐 손실 등 전체 채무 및 손실액을 집계하고 있는데 총 얼마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저는 이런 설명을 토대로 이것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결론에 이르는 언론보도도 문제지만, 경찰이 이런 코멘트 자체를 해줄 필요가 있나 의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유나양 사건 보도에서 저는 긍정적인 부분도 발견했습니다.

◇ 김양원> 어떤 부분이 긍정적이었나요?

◆ 김언경> 일단 '동반자살'이라는 말이 아예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보도에서 이 사안을 동반자살이라고 표현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반대로 동반자살이라고 불렸던 과거의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가 연합뉴스의 <자녀살해 후 극단선택...법원은 "동반자살 아닌 살인"질타>, 헤럴드경제 <'동반자살 아닌 비속살해...부모의 손에 죽어간 아이들>, 머니투데이의 <"아이가 무슨 죄...동반자살 아니라 살인입니다> 등 5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제가 보다가 그냥 눈물을 흘린 보도도 있는데요. 바로 국민일보의 6월 30일자 사설 <유나는 살해당했다>인데요. 조금 읽어드리고 싶습니다.

"선택은 유나의 것이 아니었다. 실종 직전 CCTV에 찍힌 아이는 수면제라도 먹은 듯 깊은 잠에 빠져 두 팔을 축 늘어뜨린 채 업혀 있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부모에게 이끌려 자신의 의사와 무관한 죽음을 맞았다. 유나는 살해당했다. 그것은 부모의 자녀 살해와 부모의 자살이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살해 후 자살'이고, 비극이기 이전에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아동학대 범죄다. 어린 자녀를 극단적 선택에 끌어들이는 행태는 자식의 생명을 부모의 소유로 여기는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다. 홀로 남겨질 때 자식이 겪게 될 고통을 핑계 삼아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을 강요하는 비열한 선택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안타까운 일로 여기고 측은하게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역시 살인을 방조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유나의 죽음은 슬퍼하기 전에 분노해야 하는 일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말 비속살해는 아동학대이며 그 무엇보다 중대한 범죄임을 국민들이 뼈저리게 느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 김양원> 물론 아직까지 정확한 사망경위가 나온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 언론과 우리 사회가 자녀와 동반자살이라는 표현 대신, '자녀살해'라는 분석을 했다는 것은 조금은 나아진 보도가 아닌가...짚어주셨는데요. 또 다른 한편, 이번 사건의 발단은 유나양이 학교에 교외 체험학습 신청을 내놓고, 학교에 다시 등교하지 않은 것으로 시작이 됐어요. 선생님이 경찰에 이 사안을 신고한 것이죠?

◆ 김언경> 맞습니다. 그래서 교육부의 체험학습 관리 강화방안에 대한 보도가 여러 건 나왔는데요. 네이버 기준으로 20건 있었습니다. 이들 보도 중에서 뉴시스의 6월27일 <교외 체험 학생은 학교 관리 밖…"제도 개선을">이 빠르게 나온 편인데요. 보도에서는 이번 조양의 경우 "결과적으로 이들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시점으로부터 학교 측의 실종 신고까지 3주 이상 걸린 셈이다. 교외 학습 기간 중 학교는 조양의 소재, 체험 계획 이행 등을 파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장휘국 시 교육감도 "현재 제도로는 체험 학습 기간이 끝나야 학생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일주일 이상 체험 학습을 신청했을 경우 3∼4일 경과 뒤 학생의 소재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지적했습니다. 6월 29일자 국민일보 <"5일 넘는 체험학습, 교사 매주 확인" 교육부 권고 있었는데>에서 "교육부가 지난해 5월 이미 권고된 교외체험학습 학생 관리 개선책을 재차 권고하며 조치에 나섰다."고 우리 사회가 이번 사태를 미연에 막을 수 있었을 것임을 지적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사건 이후 우리가 개선해야 할 점들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보도들이 늘어났으면 합니다. 제가 위에서 자살보도에 대한 언론 브리핑의 문제도 언급했는데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가이드라인이 좀더 섬세하게 마련되어 경찰 실무진들이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거나 언급할 때 기준점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내용을 언론이 스스로 지적하거나 공론화해주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 김양원> 교외체험학습 관리에 대한 제도도 이번 사건을 통해 보완이 될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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