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이희-명성황후 민야영 결혼식 이야기-보잠발기

2022. 7. 4.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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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6년 3월21일 고종 이희는 여흥민씨 집안의 민야영(자영)과 운현궁의 안채 노락당에서 결혼식(가례)을 올린다.

가례에 앞서 3월 6일 명성황후로 간택된 민야영은 가례 이전까지 결혼식 물품들을 챙기는데, 와야할 비녀가 제대로 왕실에 도착하지 않았다.

꼼꼼한 명성황후는 왔어야 할 것, 안온 것, 준비완료된 것 등등을 상궁을 시켜 자세히 적어두도록 했는데, 그 중 비녀에 관한 기록, '보잠발기(寶簪件記)'가 지금도 온전하게 잘 보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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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 왕실의례 전시실서 공개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1866년 3월21일 고종 이희는 여흥민씨 집안의 민야영(자영)과 운현궁의 안채 노락당에서 결혼식(가례)을 올린다. 개인으로 보면, 둘은 국제정치적 격동기의 피해자이기에 측은지심을 유발케하는 몇 안되는 조선의 임금부부다.

불과 한달전 정부가 천주교도를 무자비하게 탄압한 병인박해가 있었고, 그해 여름~가을, 여러 서양 배가 들락거리며 종교탄압에 항의하고 마침내 그해 11월 프랑스함대가 조선정부의 종교탄압을 구실로 강화도를 도발하는 일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모르던 때였다.

고종과 명성황후 결혼식 준비물 중 비녀에 관한 기록

물론 강화도 수비대의 항전으로 프랑스군을 격퇴했지만. 둘의 결혼은, 그 이후 조선을 무대로 벌어질 동-서양 강대국들의 각축전을 알 턱이 없었다. 그해 서양에서는 공교롭게도 1차 세계대전 도발 동맹국인 독일-오스트리아-이탈리아 간 갈등과 이합집산이 요란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가례에 앞서 3월 6일 명성황후로 간택된 민야영은 가례 이전까지 결혼식 물품들을 챙기는데, 와야할 비녀가 제대로 왕실에 도착하지 않았다.

꼼꼼한 명성황후는 왔어야 할 것, 안온 것, 준비완료된 것 등등을 상궁을 시켜 자세히 적어두도록 했는데, 그 중 비녀에 관한 기록, ‘보잠발기(寶簪件記)’가 지금도 온전하게 잘 보존돼 있다. 보잠발기의 필체는 흘림체인 명성황후의 것은 아니다. 인쇄된 듯 정확히 쓴 것으로 보아 기록 담당 상궁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

기록물은 별도로 부착한 작은 쪽지를 일컫는 첨지를 통해서 작성 시기와 배경을 파악할 수 있다. 부착된 종이에는 ‘병인 가례시 보내 오실때 볼래 아니 보내오시니(병인년 가례 때 보내오실 때 본래 아니 보내오신 것)’라고 기록되어 있다.

즉, 병인년 가례인 1866년 고종과 명성왕후의 가례에 쓰였던 비녀이며, 처음에 도착하지 않았던 비녀를 다시 마련하면서 목록이 작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보잠발기 중 도착하지 않은 물건에 대한 주석 부분

기록물의 표지에는 ‘보잠발기(寶簪件記)’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보잠은 ‘보배로운 비녀’를 의미한다. 발기는 주로 왕실 의례에 소용되는 물품, 인명 등을 나열하여 작성한 목록으로, 한자로는 각 건(件)에 대한 기록(記)이라는 의미의 ‘件記’라고 표기하는데, ‘件’은 우리 옛말로 ‘발(아래아)’로 불러 ‘발기’라고도 하였다.

한글로 작성된 이 기록물은 두툼한 붉은색 종이를 아코디언 식으로 접어 직사각형 형태로 만든 첩으로, 첩의 표지는 직물로 만들어 기록물의 품격을 높였다. 종이의 표면에는 물품의 목록을 바르게 쓸 수 있도록 표시를 해두었는데 상당부에 기준점이 되는 작은 구멍을 내고, 그 아래 세로로 홈을 낸 칸을 마련하여 흐트러짐 없이 글을 쓸 수 있게 하였다.

비녀는 큰머리와 조짐머리 장식으로 나누어 작성하였다. 큰머리는 국가의 가장 큰 의례를 행할 때 입는 대례복에 갖추는 머리 모양이며, 조짐머리는 궁중 머리 모양 중 가장 약식의 머리 모양이다.

발기는 업무상 확인을 위한 용도부터 최종 보관 용도까지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확인된다. 그중 도톰한 색지와 직물로 된 표지를 갖춘 이 기록물은 여러 번 작성을 거친 최종 보관용으로 보인다.

보잠발기첩 본문을 모두 읽을 수 있도록 편 모습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관장 김인규)은 7월의 ’큐레이터 추천 왕실 유물‘로 ‘고종과 명성황후의 혼례 때 사용한 비녀 목록을 적은 기록’을 정해 4일부터 왕실의례 전시실에서 공개하고, 문화재청과 국립고궁박물관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으로도 공개한다. 국·영문 자막과 함께 해설도 실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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