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0명 중 2명만 찬성.. 탈레반, 여학생 교육 허가 여부에 침묵

이현택 기자 2022. 7. 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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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탈레반 관계자들이 로야 지르가 대회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의 성직자와 부족 원로 등이 참석하는 지도자 회의가 열려 국제 사회의 탈레반 인정을 촉구했지만, 정작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여학생 학업 재개’ 요구에 대해서는 침묵했다고 가디언 등 외신들이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아프간 수도 카불에 있는 카불과학기술대에서는 ‘로야 지르가’ 회의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사흘 동안 열렸다. 이 회의는 성직자와 부족 원로 등 지도자급 인사들이 참석해 지도자 선출, 새 통치 규범 도입, 전쟁 이슈 등 국가 중대사를 다루는 회의다. 앞서 지난해 8월 탈레반의 카불 장악 직후에도 800여명이 참석해 로야 지르가가 열렸다.

이번 로야 지르가는 탈레반 재집권 이후 최대 규모로 꼽힌다. 회의에서 주된 이슈는 단연 국제사회의 탈레반 인정이었다. 탈레반은 지난해 8월 수도 카불을 장악한 이후 1년 동안 중국ㆍ러시아ㆍ파키스탄ㆍ투르크메니스탄 등 4국에만 외교 사절을 보냈다. 하지만 유엔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국가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 결정적인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여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것이다. 가디언은 “소녀들의 교육을 금지하는 것은 탈레반이 아직도 국제적으로 따돌림 당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아프간) 외교관들은 말한다”면서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이 조치에 분노하고 있으며, 다들 자신의 딸을 교육시키고 싶어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당초 여학생들을 위한 학교가 올해 3월 재개될 예정이었지만, 재개 직전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 탈레반 최고지도자와 가까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결정이 뒤집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회의에서도 모두 남성인 참가자 4500여명 중 여학생을 위한 중등학교 재개의 필요성에 대해 발언한 사람은 2명에 그쳤다고 아프간 톨로TV는 보도했다. 또 회의 막바지에 성직자들이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고, 종교적이고 현대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코멘트를 했지만, 이것이 여성의 학교 등교 허가를 포함하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아쿤드자다 최고지도자가 카불에 모습을 드러내 관심을 모았다. 가디언은 그동안 남부 칸다하르에 기거하던 아쿤드자다가 카불로 온 첫 공개 여정이라고 짚었다. 그는 “독립없이 아프간은 발전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이제 독립국가이고, 외국인은 우리에게 명령을 내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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