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과 농장 쓰레기가 항공업계 탄소감축 근심 해결할까

고재원 기자 2022. 7. 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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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 항공연료를 급유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가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비행기가 배출하는 탄소를 줄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제공

전세계로 여객과 화물을 실어나르는 항공기는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승객 1명이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을 비행기로 왕복하면 약1000kg의 탄소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아프리카 동부 국가인 부룬디나 중남미 국가인 니카라과에 사는 사람 1명이 1년동안 배출하는 양보다 많다. 과학자들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3.5%를 차지하는 비행기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각양각색의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사이언스는 23일 항공기 탄소 배출 감축의 방법으로 음식물 쓰레기에서 답을 찾고 있는 데렉 바던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 선임연구원팀을 소개했다.

○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제트유

수분을 많이 함유한 음식물 쓰레기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많이 난다. 음식물 쓰레기에서 발생한 노란 액체인 ‘휘발성 지방산(VFA)’이 원인이다. 연구팀은 최근 이 VFA를 활용해 등유(케로신)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케로신은 항공기나 우주발사체 제트 엔진에 쓰이는데 지난달 21일 발사에 성공한 한국형우주발사체 누리호에도 사용됐다.  

음식물 쓰레기에선 미생물이 발효되며 메탄이 발생한다. 하지만 메탄은 곧바로 항공연료로 쓸 수는 없다. 연구팀은 메탄 미생물의 발효를 억제해 VFA 생산을 촉진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그런 다음 촉매를 이용해 VFA를 탄화수소 유도체인 케톤으로 만들고, 수소를 넣고 산소를 제거하면 케로신이 생성된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음식물 쓰레기 등에서 생성되는 VFA를 활용해 케로신을 만들려는 시도를 해왔다. 하지만 항공기 업계가 요구하는 연료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지난 3월 국제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기술을 공개하며 “기존 항공유과 동일한 연료품질 기준을 충족한다”고 밝혔다.

○ 탄소 절감효과, 그을음도 적어

전문가들은 음식물 쓰레기에서 뽑아낸 항공 연료는 탄소 절감효과도 뛰어나다고 보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를 활용한 항공 연료를 사용할 경우 탄소 배출량을 약 165% 줄일 수 있다. 비행기에서 배출되는 탄소 뿐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가 매립될 때 발생하는 탄소까지 포함했다. 

또 기존 연료보다 연소할 때 그을음도 약 34% 적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을음은 항공기 날아가면서 날개 뒤로 구름이 길게 이어지는 비행운을 만드는데 비행운은 복사열을 지구에 잡아 두는 역할을 한다. 비행운으로 지구 온난화 효과가 더 커진다. 

연구팀은 “음식물 쓰레기 항공연료는 전기 비행기가 상용화되기 전 항공기의 탄소 배출 저감을 이끌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유망한 방안”이라며 “1~2년 안에 해당 연료 사용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이언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기세가 꺾이며 항공 수요 증가가 예상되면서 항공업계의 탄소 감축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만 해도 매년 210억갤런의 항공유를 소모하는데 이번 세기 중반까지 그 양이 배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 온난화가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비행기가 배출하는 탄소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자동차처럼 전기 비행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음식물 쓰레기 항공유처럼 기존 항공유를 대체할 '지속가능한 항공유'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 보고 있다. 전기 비행기 상용화가 이뤄지기 전 탄소 절감을 이룰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은 지난해 10월 2050년까지 항공사들의 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넷제로' 결의안을 승인했다.

○ 전기항공기 전 징검다리 시장

지속가능한 항공유 시장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케츠에 따르면 지속가능한 항공유 시장은 2030년까지 70배 성장해 약 157억달러(약20조2137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성장이 예상됨에 따라 관련 기업 창업도 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캐나다, 중국, 일본, 핀란드, 스웨덴 등에서 12개 기업이 창업했다. 미국 스타트업 에이메티스는 목재 폐기물과 주방에서 나오는 기름을 이용해 항공 연료를 개발하고 있다. 캐나다 스타트업 에너켐은 도시 폐기물을, 미국 스타트업 제보는 옥수수 줄기와 농업 폐기물을 항공 연료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바던 선임연구팀 역시 지난해 알더퓨얼이란 회사를 창업해 사업에 뛰어 들었다.

미국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해 8월 지속가능한 항공유 57억리터를 구매했다. 알더퓨얼은 2023년 미국 항공사 사우스웨스턴항공의 항공기로 개발한 항공유를 시험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월 파리 인천 구간 국제선 노선에 국내 최초로 지속가능 항공연료를 도입했다. 제임스 스패스 미국 에너지부(DOE) 바이오에너지기술사무소 책임자는 “지속가능한 항공유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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