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견제하는 개원의들..비대면진료 두고 의료계는 살얼음판 분위기

박정연 기자 2022. 7. 4. 08: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비대면 진료 가동" 발표에 의사단체 '반발'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한림대강남성심병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코로나19) 사태 때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를 상시 운용하겠다고 홍보하자 개원의들이 주도하는 의사단체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환자 안전과 의료전달체계 등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의료계 내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대형의료기관의 성급한 결정이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림대강남성심병원은 지난달 30일 반복처방이나 검사결과 상담을 받는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전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고객가이드앱(OCR)과 종합의료정보시스템(EMR)을 연동해 환자가 내원하지 않아도 진료비 수납과 처방전 발급 업무를 볼 수 있어 편의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개원의들이 주축을 이루는 의사단체들은 이런 병원의 홍보에 곧바로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직후 성명서를 내고 “안전하고 효과적인 비대면진료 시스템 구축은 모든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유기적인 협조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했다”며 “의료계 내 불필요한 오해와 반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일련의 논란은 병원 측이 해명에 나서면서 일단락됐다. 의협에 따르면 한림대성심병원은 30일 의협에 공문을 보내 “기존 ‘전화진료’를 보다 편리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전산으로 개발한 것일 뿐 병원은 대면 진료를 기본 방침으로 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과 대한의사협회의 방침에 적극 협조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는 흔히 ‘원격의료’와 자주 혼용되고 있다. 원격의료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의사의 진단과 치료 등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텔레메디슨)와 더 넓은 의미에서 의료 및 건강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텔레헬스)로 구분되는데, 의료계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전자다. 최근 몇 년 동안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면서 의료계는 이러한 의미의 원격의료를 ‘비대면 진료’라 정의하기로 했다.

의료계는 수년 전만해도 ‘원격의료’ 자체에 강하게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감염병 사태 중 관련된 논의가 급속도로 진전되면서 이제는 도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모습이다. 지난해에만 의사들이 주도한 ‘한국원격의료학회’, ‘원격의료연구회’ 2개 단체가 출범했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개원의들은 대형 의료기관의 비대면 진료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형병원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의원으로 가야 할 경증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더 쏠리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의 비대면 진료 확대 발표 이후 이같은 개원의들의 경계심은 또렷이 드러났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비대면 진료는 여러 이해당사자의 다양한 입장차가 존재한다”며 “상급의료기관인 대학부속병원의 이번 갑작스러운 비대면 진료 확대 발표는 의아할 뿐만 아니라 의도 또한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날선 모습을 보였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또한 "의협 대위원회는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의 의견 등을 참고해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에 대해 논의하라고 결정했는데 14만 의사들의 협의를 무시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병원업계는 이에 비해 일찍부터 원격의료에 대해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병원급 의료기관을 대표하는 단체인 대한병원협회는 2020년 의료단체 중 처음으로 원격의료에 대해 찬성 입장을 표명해왔다.

최근에도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비대변 진료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움직임이다. 일부 병원은 이미 정부 특례를 활용해 해외에서 비대면 진료 경험을 쌓고 있다. 인하대병원과 강북삼성병원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규제 샌드박스를 승인받아 현재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비대면 진료·상담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명지병원은 역시 지난해 11월 산자부 규제 특례를 받은 “비대면 원격진료 수준을 넘은 '라이프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한 화상통신 기반 의료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서울성모병원, 은평성모병원, 인천성모병원 등 가톨릭대 부속병원 3곳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규제 샌드박스 심의를 통과해 재외국민 대상 원격의료를 허가받은 상태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