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META 시대 '미래전략'] <2>글로벌 디지털 패권 전쟁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20일 첫 아시아 순방 국가로 대한민국을 찾았고 방한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다. 미국과 중국 '반도체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방문해 한미 반도체 동맹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 수행단에는 미국 대표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인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최고경영자(CEO)가 포함돼 한미 양국 반도체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자 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삼성전자와 퀄컴, 대만 TSMC와 애플 구도로 재편하고자 한다는 전망도 있다.
이어 지난달 28일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는 미국과 나토가 한국을 비롯해 일본·호주·뉴질랜드를 아시아 태평양 파트너국으로 초청했기 때문이다. 나토와 미국은 북대서양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러시아, 아시아-태평양에서 미국과 디지털 패권 경쟁에 돌입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 등을 초청한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세계 정세 변화
코로나19 이후 국제정세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성곽시대(Walled City)로의 귀환이라고 예언한 것처럼 자국이익 중심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한편으로 코로나19 근본 원인인 기후변화처럼 세계적 인류문제 해결을 위해 글로벌 연대가 강화되고 있다. 양극단 사례가 자국이익을 위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유엔(UN)의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 대해 193개 회원국 중 5개국만 반대하며 글로벌 연대를 통해 세계 평화와 인권을 보호하려 한 것이다. 자국이익 중심주의와 글로벌 연대는 미래 세계 경제를 주도할 디지털 패권 전쟁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패권 전쟁 가속화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는 디지털 경제로 급속히 전환되며 비대면경제, 플랫폼경제, 고객맞춤 경제로 급속히 재편됐고 이로 인해 초지능·초연결·초실감을 구현하는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반이 되는 디지털 기반산업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디지털 기반산업은 자율자동차, 로봇, 스마트팩토리, 양자컴퓨터, 스마트가전, 드론, 3D프린터, 블록체인금융, 실감콘텐츠, 헬스케어, 스마트교육, 바이오의료, 신재생에너지, 스마트팜, 핀테크 등 디지털 응용산업 발전과 경쟁력을 좌우한다. 디지털 기반산업 중 IoT, 빅데이터, 메타버스 플랫폼은 4차 산업혁명 인프라고 AI와 반도체가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산업 핵심기술이다. AI와 반도체 기술력과 공급망이 국가 경쟁력이 되고 세계 경제 주도권을 좌우한다. 이로 인해 AI와 반도체 산업국가 경쟁력을 통한 총성 없는 디지털 패권 전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중 AI 메타버스 경쟁
“AI를 주도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핵무기가 아니라 AI가 미·중 패권전쟁 승패를 좌우한다”라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말처럼 현재 세계는 AI와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디지털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 중심에 미국과 중국이 있다.
미국은 냉전 이후 절대적 패권 국가 지위를 유지해왔지만 중국이 AI 분야에서 미국을 추월하려 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안보라는 명분으로 중국을 다방면으로 제재하고 압박하는 패권 전쟁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은 AI와 관련된 중국의 통신, 데이터, 슈퍼컴퓨팅, 자율시스템, 양자컴퓨터, 반도체, 바이오기술 기업 등을 블랙리스트로 올리거나 미국 내 서비스를 불허하는 등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2020년 국가AI이니셔티브법을 제정해 미국이 AI 글로벌 선두국가가 되기 위해 범정부 지원과 노력을 해왔다. 에릭 슈미트 미국 인공지능국가안보위원회(NSCAI) 회장은 지난 3월 2일 AI 종합진단과 정책 보고서를 재출하면서 중국과의 AI 경쟁을 '국가적 비상사태'라고 경고했다. NSCAI는 AI를 경제안보의 글로벌 주도권을 좌우할 핵심 범용기술로 평가하고 중국과 AI기술 패권 경쟁을 위해 국가 역량 총동원을 촉구했다.
중국도 AI 영향력을 알고 2017년 '차세대 AI 발전계획'을 세워 2030년 AI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범정부 차원 전폭 지원과 노력을 경주해왔다. 특히 정부 주도로 중국기업을 활용한 산업별 AI 플랫폼 구축과 방대한 데이터 축적 및 AI 최신기술 개발로 AI 국가 경쟁력을 강화해왔다. AI 연구 분야에서 독주해 왔던 미국을 2021년을 기점으로 양과 질에서 모두 중국이 앞서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전체 AI 논문 인용에서 중국 비율이 20.7%인데 미국은 19.8%였고, 세계 유력 AI 연구 인력도 중국 출신 비율은 29%로 미국의 20%보다 앞섰다.
NSCAI는 “현 상태로는 중국에 AI 주도권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 정부의 총체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미국 행정부는 AI 기술 개발과 전문인력 양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인텔, 마이크론, ADI 등 민간기업 '반도체 동맹'에 520억달러(약 63조원)를 지원해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획기적 지원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은 중국의 첨단 AI 기술 업체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고 한국, 일본, 대만과 '칩4(chip4)동맹'을 제안해 반도체 공급망을 주도하고 반도체 기술을 중국에 판매되지 못하도록 해 '반도체 굴기'를 악화시켜 중국과 AI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다.
중국도 AI 데이터를 토지, 노동, 자본, 기술과 함께 5대 생산요소로 간주하고 국가차원에서 독자 통제권을 주장하는 AI 데이터 주권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디지털 플랫폼 경쟁 핵심인 AI를 활용한 빅데이터 기술과 산업에서 미국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해 2025년까지 5G, IoT, 데이터센터 등에 1조2000억위안(약 205조원)을 투자하기로 하였다. 미국 기업의 중국기업 인수를 반대하고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의 중국 진출 시 중국 기업과 합작을 통해 중국 내에 데이터센터 구축을 의무화하고 중국기업이 이를 운영하도록 했다. IT 제품 핵심 자원으로 중국이 세계 공급 80%를 차지하는 희토류 수출 규제와 국익에 손해를 끼치는 외국 기업에 수출입 및 대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법과 제도를 2020년부터 정비해왔다. 중국은 2020년 반도체산업 진흥책과 2021년 실행계획을 발표하며 AI 시대 핵심인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에 70%까지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 반도체 설계 기술이 향상돼 웨이얼 반도체가 2022년 처음으로 세계 9위에 올랐고, 중국 반도체 생산량이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하고 있어 세계 반도체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AI 반도체 기술과 경쟁력이 높고 이 부분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이 결과 2022년 상반기 한국과 중국의 무역에서 반도체는 대중국 수출은 작년 대비 11% 증가했지만 대중국 수입은 40.9%가 증가하면서 한국은 27년 만에 대중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AI 메타버스 디지털 패권 전쟁
미국과 중국의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패권 전쟁에 유럽국가와 일본도 가세하고 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즈 유럽연합(EU) 부위원장은 “유럽은 세계 디지털 전쟁 1라운드에서 미국과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겼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전쟁 2라운드에서 EU가 결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규모의 '디지털 단일시장' 전략을 통해 미국과 중국을 추격하고 있다. EU는 'AI 협력선언'을 통해 AI 관련 연구개발 경쟁력 확보에 힘을 모아 향후 10년간 최소 200억유로(약 26조8000억원) 규모 AI 연구 지원 예산을 편성했다. 또 EU는 AI 글로벌 스타트업을 유럽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자원 정책을 펴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EU는 디지털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반도체 자립이 필수라고 여기고 2030년까지 유럽 내 반도체 생산이 세계 비중 20%를 차지할 것을 목표로 1345억유로(약 180조원)를 투입해 유럽 내 반도체 생산 규모를 현재의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EU는 구글과 메타(옛 페이스북) 등 미국 AI 빅테크 기업에 디지털세 부가, 반독점 과징급 부가, 서비스제한 등 제재를 가해 유럽 내 경쟁기업을 보호하는 힘겨루기도 계속되고 있다.
EU 연방 차원 디지털 패권경쟁 강화와 함께 유럽 국가별 AI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도 경주되고 있다. 영국은 'AI 민관합의' '영국 AI 국가전략' 등을 발표해 향후 10년 동안 AI 분야 연구와 혁신 초강대국 달성을 목표로 디지털 AI 경쟁에 앞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독일은 '인더스트리(Industry) 4.0'에 이어 'AI 메이드 인 독일(made in Germany) 전략'을 통해 제조 AI 고도화 및 AI 연구, AI 인재양성 및 AI 산업 활성화를 위해 범정부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프랑스도 'AI 국가전략 1단계 계획' 이후 2021~2025년까지 20억유로(약 2조6700억원) 규모 연구비를 투입해 AI 연구와 AI 인재 개발을 강화하는 2단계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유럽은 EU 연방으로 연합하면서 동시에 각국 AI 개발 발전 전략으로 미국과 중국 주도 디지털 AI 패권 경쟁에 '제3 경쟁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 이외에 일본도 '일본 AI 국가전략'을 발표하며 디지털 AI 전쟁에 뛰어들었다. 일본은 AI 기술을 기반으로 특히 양자컴퓨터와 웹3.0 디지털 경제권 혁신을 선도하겠다는 결의와 각오를 보이고 있다. 일본 자민당은 이를 위해 웹 3.0 장관 신설도 검토하고 있다.
패권 전쟁 대응 미래 전략
코로나19로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고 자국이익 중심주의와 글로벌 연대가 동시에 모색되는 복잡한 국제 경제 속에서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 패권 경쟁은 더욱더 심화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지정학·외교적으로 디지털 패권 전쟁 중인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 있고 AI 디지털 경쟁 핵심 산업인 반도체 주요 수출국이므로 미국과 중국 양국으로부터 압박과 회유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글로벌 디지털 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미래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첫째 AI와 반도체 등 미래 디지털 핵심 기술과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세계 1위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미래 반도체 산업 핵심인 시스템반도체 분야와 미래 산업 중추인 AI 분야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이 약하다. 국가 차원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집중될 필요가 있다.
둘째 디지털 핵심 산업 분야 인재 양성을 강화해야 한다. AI, 반도체, 메타버스, 빅데이터, IoT 등 미래 디지털 경제 핵심 분야를 응용하고 확산해 디지털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
셋째 디지털 경제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디지털 패권 경쟁은 경제를 넘어 국가 간 외교 경쟁과 협력이 필수다. 특히 미국이 중국을 디지털 경제에서 견제하기 위해 구성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와 칩4 반도체 동맹 가입, 중국과의 외교적 관계 설정 등 디지털 패권 경쟁은 외교적 접근이 동시에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글로벌 디지털 패권 경쟁의 미래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대응하는 외교 정책의 미래 전략적 입안과 접근이 필요하다.
안종배 국제미래학회 회장·대한민국 인공지능메타버스포럼 공동회장 daniel@cleancontents.org
<필자 소개>
안종배 회장은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이자 국내 대표 미래학자로서 국내 미래학과 미래 전략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인공지능과 메타버스에 의한 미래 변화와 미래 전략 연구와 정책 및 미래교육을 주도하고 있다.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현대차 '수소 청소차' 첫 상용화
- 현대차 노조, 4년 만에 '파업' 위기감 커져
- "中 어뷰징 골치"…e커머스 판매 허들 높인다
- 여야 극적 합의, 의장단 선출하고 국회 정상화 시동
- 이용 기획부터 계약 해지까지···행정·공공기관 클라우드 이용안내서 나왔다
- [박영락의 디지털소통]<13>현대모비스, 디지털소통 강화로 소프트한 모빌리티 기업 위상 높여
- 전력거래소, 제주에 국내 최초 지도기반 계통감시 체계 구축
- 대구시·MS 'AI·디지털 일자리 동맹' 결실
- 박보균 문체부 장관 "모태펀드 조성 등 K-콘텐츠 글로벌 지평 확대"
- [콘텐츠칼럼]윤석열 정부 '미디어 새판짜기' 지금 아니면 늦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