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기업가(企業家)가 아닌 기업가(起業家)를 위한

구인혁 우송대 글로벌융합비즈니스학과 교수 2022. 7. 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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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혁 우송대 글로벌융합비즈니스학과 교수

2003년 7월,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사장단을 이끌고 노키아를 방문한다. 이 회장은 기술경쟁력과 핀란드의 협력문화 등 세계 1위 휴대전화 제조사로 성장한 노키아의 경영전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2000년대 후반까지 모바일 보유자 두 명 중 한 명은 노키아를 갖고 있을 정도로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자랑했다. 그러나 이제 노키아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과거의 기업이 됐다. 노키아를 배우기 위해 핀란드를 방문한 지 10년이 되지 않은 2012년 상반기, 삼성전자는 세계 모바일 점유율 1위 기업(25.2%)으로 등극한다.

다시 10년이 흘렀다. 2022년 1분기 삼성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23.8%)를 수성했다. 애플(19.3%), 샤오미(14.3%), 오포(13.1%) 등의 추격을 이겨냈다. 비단 삼성뿐만이 아니다. LG, SK, 현대, 기아자동차가 글로벌 100대 혁신 기업으로 선정됐다. 현대 경영학의 거장인 피터 드러커가 세계에서 가장 기업가정신이 투철한 나라로 예측했던 대한민국의 저력이 입증됐다.

한국기업의 성장을 주시했던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은 우리 기업들의 강력한 리더십과 장기비전,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 빠르게 움직이고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실행력을 성공비결로 평가했다. 스마트폰, 자동차, 반도체 분야에서의 끊임없는 혁신은 물론 글로벌 제품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기업가(企業家) 정신이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이제 앞으로 다가올 10년을 그려보자. 한때 목재기업이었던 노키아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핀란드를 찾았던 과거, 그리고 오늘, 맞이할 2030년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 것인가? 소수 대기업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가 외부 요인에 덜 흔들리고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작지만 강한 기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초격차 우위의 달콤함에 젖어 안주하는 순간 글로벌 1위의 환상은 언제든 물거품이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생체리듬이 빨라진 경영환경에서 안주하면 쇠퇴하지만, 발 빠르게 준비한다면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파괴적 혁신, 창조적 파괴'가 가능하다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기업들은 언제든 등장한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 핀테크 기업 토스, 중고거래 서비스 당근마켓, 신선식품 배송서비스 마켓컬리 등 새로운 영역에서 2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우리 스타트업의 대표적 사례에서 볼 수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IT 최강자의 성공사례도 다르지 않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은 창업한 지 5년이 되기도 전에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런 기업들의 특징은 특정 기술이나 상품만으로 성장하겠다는 기업문화가 없다. 기존 대기업들과 안정적인 공생관계도 찾아볼 수 없다. 현재 상황에 만족하거나 안주하는 것을 거부하고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기회를 만들기 위한 기업가(企業家) 정신만이 유일한 성장동력이었다.

전략적인 측면에서 벤처기업들은 대기업과의 하청 관계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중소기업으로 성장할 수는 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상품을 보유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새로운 정부는 혁신과 기술력을 갖춘 작은 기업들도 '계급장에 관계없이' 창조적 아이디어만으로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공정한 기업생태계 조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중소·벤처기업이 주도하는 경제체제가 미래 전략의 핵심이어야 한다. 단순히 기업을 경영하는 기업가(企業家)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일으킬 줄 아는 기업가(起業家)를 키워내기 위해 모험자본, 인력육성, 지속 가능한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 다가올 10년, 기업가(起業家)들이 선도형 경제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과 인프라 확충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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