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생각] 자연인도 돈이 있어야

우종윤 남대전농협 지도경제팀장 2022. 7. 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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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종윤 남대전농협 지도경제팀장

"좀 서운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30억만 있으면 사표 내고 산으로 들어가 자연인으로 살 겁니다." 같이 일하는 후배 직원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자기는 30억으로 평생 먹고 사는 문제만 해결된다면 이래저래 신경 써야 하는 속세를 떠나 산속에서 유유자적하며 살겠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 최소 필요조건으로 30억 원을 선정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10억 원은 산생활을 위한 토지 구입비와 건축비, 10억 원은 아이가 학교생활을 하고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들어가는 비용, 10억 원은 직장 생활을 하지 않고 예금이자만으로 생활하기 위한 최소한의 금액이라며 구체적인 쓰임새까지 정해 놓았다.

후배는 직장 생활만으로는 평생 30억을 모으기 힘들다며 부동산과 주식 등 다양한 재테크를 하고 있다. 그걸 보면서 '왜 나는 직장에서 주는 월급 외에는 아무런 재테크를 하지 않고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며 요즘 시대에 조금 뒤떨어지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반성을 하곤 한다.

어린 시절 100만 원이 가장 큰돈으로 알고 지낸 적이 있다. 친구와 내기를 하더라도 필자가 알고 있던 가장 큰 금액이 100만 원이니 100만 원 내기라는 말을 많이 했다. 필자뿐만 아니라 그 시절 또래 아이들이 대부분 100만 원이면 못 사는 것 없고, 못 먹는 것이 없는 것으로 알고 지냈다.

그랬던 것이 지금 아이들에게 100만 원을 얘기하더라도 동요가 없다. 주변에 워낙 억, 억하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인지 아이들에게도 100만 원이 그렇게 큰돈이 아닌 것으로 느껴지는 듯하다.

40대 이상이라면 "준비하시고, 쏘세요!"라는 구령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각 숫자 룰렛판 앞에 선 추첨원이 이 구령에 맞춰 버튼을 누르면 다트가 날아와 판에 꽂히며 각 숫자를 선정하는 방식의 주택복권. 1969년에 등장한 주택복권의 최초 1등 당첨 금액은 300만 원이었다. 당시 서울의 일반 주택 평균 가격이 200만 원가량 됐다고 하니, 번듯한 집을 마련하고도 여유로운 돈이다. 당첨금은 물가 상승과 함께 올라 1978년 1000만 원, 1981년 3000만 원, 1983년 1억 원으로 뛰었다. 80년대에도 1억 원이면 서울 강남 큰 평수의 아파트도 거뜬히 살 수 있었다고 하니 지금 물가 상승이 얼마나 이뤄졌는지 대충 짐작이 간다.

우리 사회에서 부자가 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인 듯하다. 돈이 있어야 생활이 불편하지 않다. 심지어 후배 직원의 이야기처럼 이제는 산속에서 생활하려 해도 돈이 있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 삶에 있어서 없어서 안 되는 돈이지만, 그렇다고 돈이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돈에 끌려다니며 오로지 돈을 삶의 목표로 삼는다면 너무 무미건조한 삶이 되지 않을까 싶다. 누구의 말처럼 돈이 없으면 불편하기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사회에서 낙오된 사람이나 패배자로 인식되는 사회 분위기는 없어야 한다.

올바른 방법으로 정도를 걸으며 돈을 번 사람들은 존경을 받아야 마땅하고, 그렇지 못하고 올바른 방법이 아닌 사행성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이들은 비난을 받아야 한다. 이런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80년대 3억이면 충분했던 자연인 생활이 2022년 현재에는 30억 정도는 있어야 가능한 모양이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더 많은 돈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루빨리 후배 직원이 본인의 말처럼 30억 원을 벌어 자연인으로서 유유자적한 삶을 살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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