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生)의 근원을 찾아서..추상화가 곽훈의 40년 예술 여정
[앵커]
1995년 세계 최대의 미술축제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관이 처음 선보였을 당시 한국대표로 참가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작가가 있습니다.
동양의 정신과 서구의 감각이 어우러진 작품으로 해외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곽훈 작가의 40년 예술 여정, 김석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수면을 박차고 힘차게 솟구치는 거대한 고래.
그 분출하는 에너지를 더없이 강렬하게 포착한 화면.
그리고 그런 고래에 맞서 사투하는 인간.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목숨을 걸고 사냥에 나섰던 알래스카 이누이트 족의 고래잡이는, 조상 대대로 전해온 숭고한 의식이자, 생존이 걸린 절박한 행위였습니다.
그 순간 작가가 떠올린 건 이 땅의 먼 조상들의 고래잡이를 그린 '반구대 암각화'였습니다.
[곽훈/작가 : "우리 조상들이 태화강, 장생포에서 올라온 거기서 고래를 많이 잡아 가지고 그걸 또 세계에서 유례없이 암각화를, 어마어마한 암각화를 남겼잖아요. 7천 년, 8천 년 전에 고래를 잡아먹고 사는 우리 조상들. 거기서 제가 그려보자..."]
1960년대에 국내에서 잠시 활동하다 1975년 미국에 이민을 간 작가는 동양의 정서가 녹아든 작품으로 현지에서 먼저 주목받습니다.
이후 기(氣) 연작, 겁(劫) 연작을 잇따라 선보이며 해외 미술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그 명성이 국내에도 알려져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처음으로 설치된 한국관 참여작가로 선정됐습니다.
그렇게 화가로 살아온 지 40년.
같은 소재와 주제에 안주하지 않고 부단히 새로운 예술에 도전해온 작가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곽훈/작가 : "내일, 미래가 더 중요한 거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지금도 이 여기서 제가 전람회를 보고 느낀 소감도 있지만, 아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런 기분도 들고 그래요."]
1980년대 초창기 작품부터 올해 신작까지 작가의 시기별 주요 작품 50여 점을 만날 수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촬영기자:김보현/영상편집:장수경/그래픽:기연지
김석 기자 (stone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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