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원·박용진·강훈식·박지현, '이재명 출마' 반대론 4인4색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오는 8월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변화를 가져오겠다며 출마를 선언한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 생)’ 당권주자들은 일제히 이 의원의 출마는 부적절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96년생’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이 의원이 각종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출마에 반대했다.
◇강병원 “이재명, 당 대표가 된들 리더십 쓸 수 있나”
당내 97그룹 중 강병원(51) 의원이 가장 먼저 당권 도전을 선언했다. 그는 지난 2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당의 위기, 리더십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다”고 했다.
강 의원은 이 의원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 “우리 당의 연이은 패배에 책임이 있는 분들이 나와 대결하는 것이 국민 눈에는 계파싸움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의 출마가 본인에게도 좋지 못할 것이라는 설득성 발언도 했다. 강 의원은 지난달 30일 라디오 방송에서 “선동열 선수가 매일 선발 투수가 된다면 그 구단을 위해서도, 선동열 선수에게도, 구단을 응원하는 많은 팬들에게도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이 위원이 쉬어야 할 때라는 주장이다.
지난 1일에는 라디오 방송에서 “당 대표가 되겠다고 하는 분이 많은 의원들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고 거부하면 당 대표가 된다고 한들 리더십을 쓸 수 있겠냐”라고 했다. 그러면서 “재선 의원 48명 중 35명이 (선거 패배에) 책임 있는 분들은 불출마하고 젊은 세대에게 혁신과 통합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자고 했다. 더미래(더좋은미래)라고 하는 의원 모임에서도 이런 얘기가 나왔고, 초선 의원들도 이런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박용진 “이재명, 대선·지선 책임 유무 놓고 얘기하자”
박용진(51) 의원은 지난달 30일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체념, 그것을 박용진이라고 하는 가슴 뛰는 기대감으로 바꾸겠다”며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박 의원은 당내에 ‘어대명’ 기류가 흐르는 데 대해 “어대명이라고 하는 말을 사실 이 의원과 친한 분들도 ‘다른 대안이 없지 않냐’고 해서 하는 말”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흘이면 처마를 뒤집을 수 있다고 했다. (전대가) 두 달 남았다. 민주당의 역동성이 발휘하는 전대를 만들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다만 박 의원은 이 의원이 출마해서는 안 된다고는 하지 않았다. 그는 이 의원을 향해 “(전대에) 나오시라. 본인이 생각하는 혁신이 무엇인지, 민주당의 혁신을 놓고 박용진과 세게 붙자”며 “지난 대선과 지선의 책임 유무를 놓고도 저희가 전대 과정에서 얼마든지 얘기할 부분이 있다”고 했다.
또 이 의원에게 “개혁의 내용이 무엇인지, 혁신의 내용이 무엇인지 말씀하셔야 할 것”이라며 “그런 것 없이 지금 상황에서 이재명 말고 다른 대안이 있냐고 반복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강훈식 “이재명, 대선 이후 기본 무너뜨리는 길 걸어”
‘97그룹’ 세 번째로 당권 도전을 선언한 강훈식(49) 의원은 3일 이 의원의 당 대표 선거 출마 가능성에 대해 “(출마가) 적절하다고 판단했으면 제가 나오지 않고 도왔을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불출마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이 대선 패배 후 두 달 만에 정치에 복귀해 송영길 전 대표의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나선 것도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강훈식 의원은 “우리는 대선 이후 기본과 상식마저 무너뜨리는 길을 선택했다”며 “제가 모든 걸 걸었던 대선 후보는 연고도, 명분도 없는 지역의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인천에서 단체장을 지낸 5선의 당 대표는 서울 시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자신이 이재명 대선 캠프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았던 점을 언급하며 “대선 책임론에서 저 역시 자유롭지 않다”고 했다.
◇박지현 “이재명, 수사 문제 있어…당대표 되면 방어에 급급”
박지현(26)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일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민주당을 다시 국민을 위한 정당, 청년의 목소리를 듣는 정당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이 자리에서 밝힌다”라고 했다.
이 의원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일단 이 의원께서 당 대표가 된다면 당내 계파 갈등이 보다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리 당 의원님들도 많이 말씀하고 있고, 분당 우려도 있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며 “그에 대해서 저도 동조하는 바”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이 지금 여러가지 수사 문제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아무래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정치보복을 하려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당 같은 경우에는 그걸 방어하기에 급급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또다시 우리 민주당이 정말 해야 하는 민생은 실종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많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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