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 열렸는데..여행 시장 고공행진 속 고물가 '급제동'
인재 채용 등 훈풍 속..고물가에 배케플레이션 불가피
(서울=뉴스1) 윤슬빈 기자 =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여행 시장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하늘길이 단계별로 열리면서 코로나 대유행으로 억눌린 시간에 대한 보상 심리로 여행 수요가 급증하며 오랜만에 여행업계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길게는 3년간 전무했던 해외여행 수요가 올라오자 인력을 감축했던 여행사들은 사람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반면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 속에 항공·숙박비 등 여행 비용이 오르는 '베케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며 휴포자(휴가를 포기하는 사람)도 늘었다.
◇ 국내·해외 여행 수요 쭉쭉…일본여행은 '폭증' 정부가 해외 입국자를 대상으로 한 자가격리 면제 조치에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까지 전면 해제하면서 국내외 할 것 없이 여행 수요는 상승세를 탔다.
인터파크투어의 격리 면제 후(3월21일~4월17일) 약 4주간 전국 국내숙박 예약건 수는 전월 동기간 대비 77.6% 늘었다. 여기어때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진행한 '대한민국 숙박대전'(4월7일~13일) 성과에서도 전년 대비 평균 거래액이 약 165.2% 상승세를 보였다. 해외여행도 늘었다. 참좋은여행의 4월 해외여행 예약 건수는 전년 대비 1822.8%나 증가했는데,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33.2% 회복한 수치다.특히 5월 중순부터 일본여행 수요는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일본 정부가 5월17일부터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 완료한 한국인 입국객 대상으로 '3일 격리 조치'를 해제하는 데 이어, 6월10일부터 단체여행객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여행업계에서 여름에 출발하는 일본 여행 상품 판매 재개에 나섰다.
노랑풍선의 5월 한 달간 패키지여행 상품 예약률은 전월 대비 2.5배가량 증가했다. 그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지역은 일본으로 전월 동기 대비 약 7배에 가까운 증가 수치를 기록했다.
인터파크투어가 일본 정부가 한국인 격리 면제 조치를 발표한 4월16일 일본행 항공권 예약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일 대비 오사카 항공권은 400%, 나리타(도쿄) 항공권은 88% 예약이 늘었다. 지난달 29일엔 2020년 3월부터 중단된 한국과 일본 수도를 가장 빠르게 있는 노선인 '김포~하네다' 항공편 운항이 재개된 바 있다.
◇ 휴직·단축 근무하던 여행사, 이제 사람 뽑는다 해외여행 수요가 올라오면서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인력 감축과 유·무급 휴직 연장 카드를 만지작 거렸던 여행사들은 인재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국내 여행업계 1위 업체인 하나투어는 6월7일부터 17일까지 코로나19 여파 이후 약 3년 만에 첫 공채 모집을 하며, 여행업계 정상화로 가는 물꼬를 텄다. 모집 부문은 영업과 상품기획·운영, 마케팅, 경영기획, 재무, 법무·총무 등이었다.
모집 기간 중 하나투어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선착순 300명 대상으로 온라인 채용설명회를 진행했는데, 조기 마감할 정도로 취업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주요 여행사들도 인력 충원에 나서며 업계의 긍정적인 분위기를 뒷바침했다.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 트립닷컴 한국 지사는 이달 말까지 신입과 경력, 인턴 등 각 분야에서 대규모 인재 채용을 진행한다. 고객서비스 품질 보증(CS QA) 전문가, 콘텐츠 에디터 등 부서별 최소 1명을 포함해 전체 약 60여 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노랑풍선, 참좋은여행, 온라인투어 등 업계 내 중견 토종 여행사들은 당장의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서둘러 인재 채용을 시작했다.
◇ 치솟는 물가…100만원대 스위트룸은 매진 임박 전방위적으로 치솟은 물가로 상승세를 이어가던 여행 시장에 급제동이 걸렸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국제항공료는 전년 동기 대비 19.5% 증가했다. 국내항공료는 10.2%, 호텔 숙박료 7.7%, 국내단체여행비 10.4%, 해외단체여행비는 2.8% 올랐다.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유류할증료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해외 항공권 가격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2~3배 가까이 올랐다.
올해 7월 말 출발하는 이코노미석 기준 '인천~뉴욕' 왕복 항공권 가격은 320만~590만원이다. 유럽은 '인천~파리' 왕복 항공권 가격이 230만~390만원, '인천~런던'은 250만~370만원에 달한다.
물가 상승 여파에 7월 말 8월 초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여행을 즐기는 풍경이 갈린다. 여행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엔 '휴포자'를 자청하는 글들이 연달아 올라오는 한편, 호캉스와 해외여행 중심으로 여행 수요가 몰리기도 한다.
국내 특급 호텔은 만실 행렬이다. 부산 해변에 자리한 특급 호텔은 7월은 주중, 주말 상관 없이 90% 객실 예약이 차 있고 8월도 동일할 것으로 전망한다. 50만~70만원하는 일반 객실은 물론 100만원대 스위트급 객실도 95% 이상 예약이 완료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반얀트리 호텔도 전년 대비 전 객실 금액은 10% 인상됐지만, 7말~8월초 투숙률은 거의 95%를 기록했다.
한 여행업계 전문가는 "전 세계적으로 역대급 인플레이션이 강타하는 데 여행 관련 비용이 급등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라며 "당장 여름 휴가철엔 억눌린 여행 수요가 표출될 수 있지만, 살림살이가 어려워질 수록 가처분소득 활동에 속한 여행 소비가 얼어붙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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