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윤리위 징계 심의 초읽기.. 윤심(尹心)은 어디로? [용·썰·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당 윤리위원회 징계 심의를 앞두고 ‘윤심(尹心)’의 향배를 둘러싼 설왕설래가 용산과 여의도에 무성하다. 이 대표의 ‘성 상납 관련 증거인멸 교사’ 관련한 윤리위 심의 결과가 당권을 둘러싼 ‘친윤계’(친윤석열계)와 이 대표의 충돌만이 아니라 2년 뒤 총선과 차기 대선까지 이어질 여권 내 권력 지형의 지각 변동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양측이 ‘윤심’을 향해 서로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심’은 어디 있을까. 윤 대통령을 오랫동안 지켜봐 온 법조계 인사들과 대선 캠프를 함께 치른 이들은 누군가의 편을 돕는 정치적인 득실이 아닌 ‘법과 원칙’의 잣대로 이 문제를 바라봐야 ‘윤심’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에 대한 당시 여권의 비판에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법과 원칙’은 화물연대 파업이나 사저 앞 집회 든 윤 대통령이 각종 현안을 대하는 제1의 잣대다.
이 대표는 자신의 의혹을 놓고 현재 윤리위 심의와 경찰 수사라는 정치적·사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이 대표는 3일 공개된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뭐든지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 의혹을 제기하면, 당 대표를 내려놓아야 하는가. 그건 좀 이상한 것 같다”라면서도 경찰 수사에 대해서는 “선거가 끝났으니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 사실 이 문제는 길게 (끌고) 갈 문제가 아닌데,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그 자체가 문제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치적으로는 자신과 갈등을 빚어온 친윤계와 안철수 의원 측과의 당권 투쟁의 일환으로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사법적으로는 석연치 않은 경찰의 수사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 대표의 개인 비위가 당 윤리위 개최로 여당의 모든 정치적 현안을 잡아먹는 블랙홀이 됐지만 윤 대통령의 ‘법과 원칙’의 잣대는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당심(黨心)‘이 곧 ‘박심(朴心)‘이던 과거 보수 정당과는 전혀 다른 정치 문법이다. 2015년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가 정부 시행령을 개정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유 전 원내대표를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해주셔야 할 것”이라고 ‘배신의 정치’라는 낙인을 찍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의 사퇴권고안을 수용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결국 박 전 대통령과 유 전 원내대표의 결별은 2016년 총선에서 ‘진박(진짜 박근혜)’ 공천 논란을 초래, 이후 탄핵까지 이어지는 여권의 권력 분화의 시발점이 됐다.
이번 사태에서 윤 대통령의 ‘법과 원칙’ 고수는 윤 대통령이 줄곧 말해온 ‘법의 지배(Rule of law)’를 사법의 영역에서 정치의 영역까지 확장할 수 있을지를 판가름할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 앞에서는 최고 지도자도, 여당의 당 대표도 공평한 대우를 받는다는 ‘법의 지배’ 원칙이 정무적인 판단에 앞서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불개입 자체를 두고 ‘윤심’이 이 대표를 ‘손절’ 했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대통령실은 우선 당의 판단을 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당 윤리위가 이 대표보다는 친윤계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불개입을 이 대표를 향한 공세를 강화하는 친윤계의 명분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의원은 “정당의 목적은 선거의 승리다. 지금의 상황은 2년 뒤 총선을 생각하면 자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라며 “승자 없이 모두가 패자가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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