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도체 부활 전략과 한국의 고민 [이지평의 경제 돋보기]

2022. 7. 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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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막대한 재정 지원 통해 대만 TSMC 유치 후 차세대 반도체 기술 공동 연구 돌입

[경제 돋보기]

반도체 산업 부활 전략의 일환으로 일본 정부가 대만의 유력 반도체 기업인 TSMC를 유치해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공동 연구하는 쓰쿠바시의 연구개발센터가 6월 24일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 사업에는 일본 정부가 약 190억 엔을 지원하고 반도체 후공정(웨이퍼를 절단해 제품화)에 강점을 가진 일본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등과의 공동 연구가 추진된다. 

반도체의 앞 공정(웨이퍼에 대규모 집적 회로를 작성)인 미세 가공 분야는 부가 가치가 높지만 미세 가공 수준이 분자와 원자 크기로 미세화돼 가는 가운데 지속적 혁신에 한계도 나타나고 있어 일본 소부장 산업의 입체형 3차원(3D) 패키징 등 후공정 기술로 반도체의 성능을 향사시키는 혁신이 주목되고 있다. 인텔이 크게 의존하고 있는 칩 패키징 기술의 강자인 이비덴 등 일본의 소부장 기업들은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한 대만의 TSMC와 연구·개발(R&D) 단계에서 협력해 강점 기술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경제 안보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일본 정부로서는 반도체 소부장 분야의 전략적 불가결성, 잠재적인 경제 제재 역량의 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공동 연구의 문제점은 일본 정부의 지원금을 활용한 연구 성과가 전적으로 TSMC에 귀속된다는 것이다. TSMC가 일본 정부의 자금으로 일본의 첨단 연구소의 우수 장비를 활용하면서 일본의 유력 기업과 공동 연구해 개발한 기술 성과를 대만에 가져가 대만에서 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해도 일본 정부는 제동을 걸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TSMC는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신공장을 건설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지만 여기에도 일본 정부의 자금 약 5000억 엔이 지원된다. 이 공장은 미세 가공 기술 수준이 22~28나노미터(나노는 10억분의 1)로 현재 첨단 반도체의 3나노미터 기술에 비해 10년 정도 뒤떨어진 기술이다. 일본 정부는 이 사업에 대한 지원을 결정하면서 경제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이 사업으로 자동차 등의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 구마모토 공장에서 제조되는 반도체는 소니에 판매되는 이미지 센서용 상보적 금속 산화물 반도체(CMOS : Complementary Metal Oxide Semiconductor)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차세대 로직 반도체의 핵심 기술로 CMOS를 중시하고 있어 자기 저항 메모리(MRAM) 등 차세대 반도체 연구 실적도 있고 CMOS의 세계 1위 기업인 소니와 TSMC의 협력 사업을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반도체 부활 전략은 그동안 일본 기업을 중심으로 진행돼 오다 실패를 거듭해 왔다. 이번에는 TSMC라는 외국 기업을 활용해 막대한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일본 정부의 다급함도 엿볼 수 있다. 다만 이번 대책은 첫 단계로 볼 수 있다. 일본으로서는 TSMC와의 교류를 통해 공동화된 일본의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회생하고 자율주행차·로봇·인공지능(AI)·양자컴퓨터 등 차세대 전략 산업을 위한 첨단 반도체 개발에 주력해 나가려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반도체 산업은 PC·스마트폰·각종 전자 기기 등 반도체 수요 산업의 약화와 함께 쇠퇴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한국의 반도체 전략도 자율 주행차, 유통·물류·돌봄용 서비스 로봇, AI 등 새로운 반도체 수요 산업의 육성을 포함한 차세대 반도체 산업 생태계의 고도화 전략이 중요할 것이다. 또한 TSMC가 일본의 소부장 산업의 강점을 유리한 위치에서 활용하고 있는 바와 같이 한국 기업도 일본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유력 기업과의 협업 체제에서 뒤떨어지면 안 된다. 물론 그동안 육성해 왔던 반도체 관련 분야를 포함한 소부장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첨단화에도 한층 주력해야 한다. 

이지평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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