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묵은 유통 규제 고친다는 정부·지자체..국회 동참할까 '주목'

양범수 기자 2022. 7.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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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판매 규제 완화 개정안 여야 모두 발의
野 고용진 "크게 쟁점된 적 없어" 통과 가능성
홍준표發 '대형마트 주말 영업' 전국 확대 될까
야당 일각선 '의무휴업, 복합몰에도 적용' 주장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배송 허용을 검토하고,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형마트 주말 영업 허용’을 주요 정책과제로 올리면서 10년 묵은 유통업계 숙원이 해결될 지 주목된다.

법령을 재해석하거나 지자체장 권한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한시적인 방편인 만큼 국회가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에 나설지도 관심이 쏠린다.

4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대형마트들이 의무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기로 하고 소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에 들어갔다.

2013년 시행된 유통법에 따르면 지자체장은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월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다수 대형마트가 오후 10시까지 영업을 하고 둘째, 넷째주 일요일에 문을 닫는다.

문제는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배송 관련 업무도 하면 안되는지’가 법안에 명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법 시행 전인 2012년 업계에서 법령 해석을 요청했고 법제처는 “온라인 배송도 해선 안된다”는 결론을 냈다.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면 입법 취지인 지역경제의 상생 발전에 어긋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이 규제가 쿠팡,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 사업자와 대형마트 사업자 간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공정위는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배송도 중단할 법적 근거가 희박하고, 온라인 배송 시장이 전통시장 등의 업무영역과 겹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제처 역시 법령 해석 당시 “유통법에서 성격이 판이한 대규모점포(대형마트)와 통신판매업(이커머스)을 연관지어 규정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둘 사이 관계를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국회 본회의장 전경

◇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배송 허용’ 與野 의견 일치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계류 중인 17개 유통법 개정안 가운데 2건이 대형마트의 온라인 판매에 대한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 제한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이다.

두 법안은 여야 의원들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정책위의장 출신 이종배 의원이 2020년 대형마트나 준대규모 점포가 통신판매업을 신고하고 온라인 쇼핑을 영업하는 경우 의무휴업일 지정이나 영업시간 제한 등을 적용 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유통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고용진 의원이 작년 대형마트의 통신 판매는 의무 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 적용을 제외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여야가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낸만큼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논의가 진행된다면 속도감 있게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을 발의한 고 의원도 “상임위에서 크게 쟁점화가 이뤄지지 않았고 당내에서도 쟁점이 되거나 하진 않았다”고 했다.

다만 상임위원회 구성이 마무리되지 않은 단계라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정책위 차원에서) 해당 내용을 파악하고 있지는 못하다. 상임위 구성을 마쳐 논의를 시작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도 국회에서 해당 법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면 온라인 판매 관련 규제는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 관계자는 “(대형마트 등이) 새벽 배송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야간에 물류 작업을 해야 하는데, 현행법에 따라 자정부터는 영업을 할 수 없게 돼 있다”면서 “이 사안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간의 문제가 아니라 이커머스와 오프라인 매장 사이의 문제인데, 지금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이 이뤄지는 셈이라 여야 모두 해당 규제가 잘못됐다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2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 홍준표發 ‘주말 영업 허용’ 전국으로 퍼질까 ‘주목’

유통업계에선 홍준표 신임 대구시장이 내건 ‘대형마트 주말 영업 허용’ 정책이 현실화 돼 다른 지자체로 확산할 지 주목하고 있다. 유통법에 따르면 지자체장은 휴무일을 옮길 수 있는 재량권이 있다.

최근 대구상인연합회가 대구시에 “대형마트가 주말에 영업을 안하니 근처 시장과 음식점 매출이 줄었다”며 “향후 2년 간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 휴무 규정을 유예해달라”고 건의하자 홍 시장 인수위원회가 이를 주요 정책 과제로 검토하겠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법에도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이 마련돼 있지만, ‘공휴일로 한다’는 조문 때문에 지자체가 다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대구시장직인수위원회가 대형마트 주말 영업 허용을 과제로 내걸면서 분위기 전환에 대한 고무감이 있다”고 했다.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휴업일 관련해서는 ‘국민 과반이 규제완화를 원한다’는 내용의 설문조사가 발표되기도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1월 발표한 ‘유통 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에 대한 의견’ 항목에 ‘의무휴업폐지’라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30.8%였고, ‘평일실시 등 규제 완화’라고 응답한 비율은 27.5%였다.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에 대한 의견. /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다만 의무휴업일 규제를 두고는 야당에서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제출된 상태라 여야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0년 의무휴업을 스타필드, 롯데몰과 같은 복합쇼핑몰에도 적용하도록 하는 유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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