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첫 경찰청장 지명 임박..'경찰 통제' 후속 대처 '험로'
행안부 '경찰 통제' 본격화, 차기 청장 '험로' 예고
행정안전부의 경찰 '통제' 움직임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차기 청장에게 놓여진 과제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부 반발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고, 김창룡 경찰청장 사퇴 이후 혼란스러운 조직 분위기도 수습해야 한다. 그간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던 수뇌부를 향해 '무력하다'며 비판하는 일선의 목소리를 어떻게 다독일지도 관건이다.
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차기 경찰청장 지명은 임박한 상태다. 청장(치안총감) 후보군은 경찰 서열 2위 계급인 치안정감들이다. 치안정감은 경찰청 차장, 국가수사본부장, 서울·인천·경기남부·부산 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 7명으로, 이중 임기가 보장된 국수본부장을 제외한 6명이 후보다.
차기 청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는 윤희근 경찰청 차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정도로 압축된다.
윤 차장은 충북 청주 출신으로 경찰대(7기)를 졸업하고 1991년 경위로 임용된 후 충북청 정보과장, 제천경찰서장, 경찰청 경무담당관, 서울 수서경찰서장, 서울경찰청 정보과장,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경찰청 자치경찰협력정책관과 경비국장 등을 역임했다. 조직 내 '정보통'으로 분류된다.
윤 차장은 지난해 12월 치안감을 달고 반년도 되지 않아 치안정감에 올라섰기에 청장에 임명되면 전례 없는 '초고속 승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경찰대 7기인 점을 고려하면 민갑룡, 김창룡 청장에 이어 3차례 연속 경찰대 출신 수장이 되며, '기수 파괴' 인사로도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김 청장은 울산 학성고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1991년 제35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뒤, 2004년 경정 특채에 지원해 경찰로 전직했다. 경찰청 정보1과장과 광진서장, 경찰청 복지정책담당관을 지내고 경무관으로 승진해 부산해운대서장, 경찰대학 학생지도부장, 경찰청 대변인 등을 역임했다. 치안감 승진 뒤 경찰청 사이버수사국장을 거치고 울산경찰청장으로 이동했다. '정보홍보통'으로 분류된다.
김 청장은 지난달 20일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불법 행위에 대해선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라도 반드시 사법처리하겠다"는 강경 발언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고시 출신으로 청장으로 임명될 경우 그간 주류를 이룬 경찰대 견제 차원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행정고시 출신 청장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임명된 김기용 전 청장이 마지막이었다.
이밖에도 '기획통' 우철문 부산경찰청장, 호남 출신인 박지영 경기남부경찰청장, 순경 출신이자 여성으로서 역대 3번째 치안정감 자리에 오른 송정애 경찰대학장, 경북 예천·간부후보 출신인 이영상 인천경찰청장 등도 여전히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차기 청장이 지명되면 국가경찰위원회의 임명 제청 동의가 필요하다. 동의가 끝나면 청문회 절차가 진행된다.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등 경찰 통제가 본격화된 가운데, 차기 청장에게 놓여진 험로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우선 지난달 27일 김창룡 경찰청장 사의 이후 혼란스러운 조직 분위기부터 수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청장의 사의는 행안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의 경찰 통제 권고안에 대한 조직 내부 반발과 치안감 인사 번복을 둘러싼 윤석열 대통령의 '국기문란' 질책 등에 책임을 진다는 차원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청장의 사의 이후에도 일선 반발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수뇌부가 그간 별다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무기력했다는 지적이다. 김 청장 입장문이 올라온 경찰 내부망에는 항의 성격으로 '댓글 삭제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윤희근 차장 주재로 열린 지휘부 회의에서도 경찰 통제안에 대한 대응을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진 못했다.
지난 1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일선 행보로 서울 마포구 홍익지구대를 찾아 "경찰 장악이라는 표현은 과장됐다"며 달래기에 나섰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무언의 압박'이자 '형식적 소통'이라며 비판 목소리가 여전한 상태다. 전국 경찰 직장협의회에서는 행안부 방침에 반대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겠다고 예고했다.
다음달 말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조직이 설치된다면 이 장관의 경찰 장악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검수완박'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후속 논의를 위해 최근 가동된 검·경 협의체까지 검찰 쪽에 '기울어진 운동장'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경찰이 여러모로 코너에 몰렸다는 위기 의식도 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차기 청장은 행안부와의 관계 설정과 함께 일선 반발을 다독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수뇌부가 윤석열 정부 이후 승진한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일선에서는 향후 행보에 대해 '기대할 것이 없다'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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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정환 기자 ku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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