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권 최대 280mm 물벼락, 논밭 곳곳 침수..애타는 농심
경기
시설채소 상품성 하락 우려
벼재배 농가들도 ‘노심초사’
각종 병해충 발생 확률 높아
“이런 장대비는 30년 만에 처음입니다.”
6월30일 경기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시설하우스와 논이 침수되는 등 농가 피해가 속출했다.
경기 광명에서 토마토·오이 등을 시설재배하는 이원경씨(52·가학동)는 “비닐하우스 7동이 모두 물에 잠겨버렸다”며 “토마토는 이미 물을 많이 먹어 더 키운다고 해도 상품성이 떨어져 팔지 못할 것 같다”고 탄식했다. 이씨는 “물이 워낙 많이 차 있다보니 배수가 더디다”라며 “이대로 물에 잠긴 시간이 길어지면 피해가 더 커질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농가들은 농작물 침수 후 2차 피해가 우려돼 노심초사하고 있다. 소하동의 시설채소농가 장일수씨(51)는 비닐하우스 50동이 발목까지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장씨는 “시설하우스에 가득 찼던 빗물은 거의 다 빠졌지만 앞으로 4∼5일간 날씨가 도와줘야 침수됐던 채소를 살릴 수 있어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밝혔다. 비가 그친 후 기온이 급격히 오르거나 일사량이 많아지면 열무와 얼갈이 이파리가 녹아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장씨는 “차광막을 설치하고 채소 상태를 세심하게 살피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고 뒷정리를 하려면 당분간 정신없이 바쁠 것 같다”고 말했다.
벼재배 농가들은 침수 후 병해충 확산을 염려하고 있다. 6월30일 오전에 내린 비로 둑이 무너지면서 논 9917㎡(3000평)가 침수된 박양순씨(60·화성시 남양읍)는 “물이 빠진 후 논에서 도열병이나 먹노린재 등 각종 병해충이 발생할까 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박호영 화성 남양농협 조합장은 “한번 침수된 농작물은 병해충에 걸릴 확률이 높다”며 “화성시와 협력해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고 병해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6월30일 밤 12시부터 7월1일 오전 6시까지 경기도 강수량은 평균 209.4㎜로 수원 285㎜, 양주 283.5㎜, 광주 273㎜, 파주 261㎜, 성남 256㎜, 화성 256㎜, 포천 245㎜를 기록했다.
화성·광명=최문희 기자
충남
서산·당진지역 ‘기록적 폭우’
비닐하우스·주택 피해 속출
파종 콩밭 등 수마로 쑥대밭
“올가을에 판매하려고 건조하던 달래 종구가 모두 물에 잠겼습니다. 선풍기로 말리고는 있는데 팔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6월30일 새벽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충남 서산·당진 지역 농민들은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달래 종구를 생산하는 이영호씨(63·서산시 해미면 반양리)는 최근 수확을 마치고 건조하던 종구 4t가량이 폭우로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이씨는 “비가 워낙 많이 오다보니 인근 도당천으로 물이 빠지지 않으면서 종구를 건조하던 비닐하우스로 별안간에 물이 들어찼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물이 빠지자마자 종구를 말리기 시작했는데 잘 말라서 사용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1000만원 정도 손해를 보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서산지역에는 6월30일 새벽 그야말로 ‘물폭탄’이 쏟아졌다.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6월28일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 서산지역 누적 강수량은 무려 284㎜에 달했다.
이남호 운산농협 조합장은 “전날 밤부터 새벽까지 하늘이 뚫린 것처럼 쉬지 않고 비가 내렸다”며 “서산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비가 거의 안 내려 전국에서 가장 가뭄이 심한 지역이었는데 순식간에 수해지로 변해버렸다”고 말했다.
폭우로 주택이 침수되는 피해도 속출했다. 양기순씨(73·운산면 수당리) 집도 그 가운데 하나다.
양씨는 “오후 11시쯤부터 인근 수당천 물이 집으로 점점 밀려 들어와서 12시30분쯤 119에 신고하고 집 밖으로 피신했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259.5㎜라는 엄청난 강수량을 기록한 인근 당진에서도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우강면 내경리에서 1㏊(3000평) 규모로 콩농사를 짓는 강문규씨(71)는 “6월21일 파종을 마친 콩밭이 이번 폭우로 모조리 쓸려 내려가 콩종자를 찾아보기도 힘들다”며 “재파종을 하려고 해도 시기적으로 너무 늦어 올해 농사는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산·당진=서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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