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농촌에도 다양한 생태계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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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생활리듬을 짧게 표현한 '9 to 6(9시 출근 6시 퇴근)'.
하지만 자본도 연고도 없이 귀농한 20대 청년 신혼부부가 농촌에서 당장 먹고살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건 몇 없었다.
하지만 농촌에는 이러한 계획을 지원해줄 수 있는 제도가 많지 않아 청년들은 아등바등하다가 시작이랄 것도 없이 떠나곤 했다.
이 기간에 만난 청년들은 모두 농업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된 아이템으로 농촌에 정착하고 싶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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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생활리듬을 짧게 표현한 ‘9 to 6(9시 출근 6시 퇴근)’. 이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던 도시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귀농했다. 7년 전 그 당시엔 매일의 시간표가 있는 도시를 벗어나 농촌에 가면 자유로운 영혼이 돼 창조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자본도 연고도 없이 귀농한 20대 청년 신혼부부가 농촌에서 당장 먹고살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건 몇 없었다. 지역에서 가장 많이 짓는 작물을 선택해 주변에서 하는 방법대로 농사짓는 게 거의 유일한 옵션이었다. 덕분에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지역사회에 녹아들어 적응한 게 사실이지만 그동안 우리 부부와 다른 방법으로 귀농을 시도했던 수많은 청년들이 다시 도시로 돌아갔다. 헤어짐을 적잖이 겪었지만 그때마다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수치화된 통계자료를 보지 않더라도 실제로 우리 주변의 많은 청년이 왔다가 떠나갔다. 후계농도 아닌, 규모화된 농업에 뜻이 있는 것도 아닌 일반적인 청년귀농인·귀농희망자들은 모두 나름의 사업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계획이 있었다. 대부분 농업·농촌을 발판으로 하는 요식·문화·교육·관광 등의 사업계획이었다. 하지만 농촌에는 이러한 계획을 지원해줄 수 있는 제도가 많지 않아 청년들은 아등바등하다가 시작이랄 것도 없이 떠나곤 했다.
아무리 시대와 세대가 변한다고 해도 먹거리에 대한 관심과 열풍은 식지 않는다. 요즘은 취향과 기호도 세분화되고 요구도 다양한 만큼 먹는 행위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시대다.
그런데 먹거리를 생산해내는 현장인 농촌을 지원하는 사업은 스펙트럼이 너무 좁다. 또 귀농인이 풀 한포기라도 키우는 농사가 아닌 뭔가 다른 일을 하기 어려운 분위기인 것도 농촌 현실이다.
가끔은 다시 도시로 돌아간 청년들의 사업 구상을 떠올려보며 그 꿈들이 모두 실현됐다면 우리 지역은 얼마나 달라졌을지 상상해본다. 그들이 구상한 대로, 농촌에 매력 포인트가 늘어났다면 자연스레 시골로 사람들이 모이지 않았을까? 귀농인구가 증가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귀농인의 가족 구성원 전체가 귀농한 경우는 적다. 여기엔 의료와 교육의 질에 대한 이슈도 있겠지만 사람 사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매력도 중요한 원인이라고 본다.
필자와 남편을 포함해 농부 6명이 함께 농업회사법인 ‘뭐하농’을 설립했다. 새롭고 즐거운 농촌 문화를 만들고 농부의 가치를 높여보자는 취지였다. 법인을 설립한 2021년, 행정안전부가 공모한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돼 ‘두달살이’라는 청년 귀농·창농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기간에 만난 청년들은 모두 농업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된 아이템으로 농촌에 정착하고 싶어 했다. 결과적으로 우리 지역인 괴산, 그리고 청주와 같은 주변 충북 도시에 자리 잡은 참여자들이 있어 뿌듯함을 느낀다.
꼭 농업으로 전향하지 않더라도 농촌에서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이들과 농업 외 다양한 분야에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귀촌·창업 지원정책이 생겨나고 늘어난다면 인구소멸 위기에 놓인 많은 지역에도 희망의 빛이 보이지 않을까.
김지영 (라온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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