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인공위성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서울대생 아카펠라 그룹이 불러 히트

2022. 7. 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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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6월21일 우주로 날아올랐다.

수차례 실패 끝에 마침내 우리 기술로 성공했기에 더욱 값진 일이다.

과거에는 가수나 작사·작곡가를 비아냥거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인공위성은 아마추어였지만 순수한 목소리를 무기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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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앨범이자 마지막 앨범이 된 인공위성의 1집.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6월21일 우주로 날아올랐다. 수차례 실패 끝에 마침내 우리 기술로 성공했기에 더욱 값진 일이다. 이제 탑재된 인공위성이 제 몫을 해주길 바란다. 인공위성은 날씨·내비게이션 등 여러 분야에 사용되고 있는데 흥미롭게도 가요계에 인공위성이란 이름의 그룹이 활동했었다.

현재 음악평론가로 활동하는 임진모씨는 과거 음반 제작에 뛰어든 적이 있다. 그는 1993년 제작할 팀을 물색하던 가운데 대학생 아카펠라 팀이었던 서울대학교 합창단 출신의 베거스 싱어즈를 소개받았다. 이들은 1991년 영국 6인조 아카펠라 그룹인 킹스 싱어즈(King’s Singers)가 내한공연을 해 큰 성공을 거둔 것을 보고 팀을 꾸렸다고 알려졌다. 임진모는 이들에게서 사업성을 봤고 결국 인공위성이란 이름으로 음반을 만들었다.

인공위성은 데뷔하자마자 주목을 받았다. 그 이유는 첫번째 신시사이저를 이용한 전자음악이 유행하던 시기에 무반주 음악을 했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이들이 서울대 출신이라는 점이었다. 당시엔 015B(공일오비)의 ‘텅 빈 거리에서(1990)’, 색종이의 ‘사랑이란건(1993)’ 등 서울대 출신이 가요계에 진출해 히트곡을 냈다. 과거에는 가수나 작사·작곡가를 비아냥거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런데 1990년대 X세대 등장 이후 오히려 대학·대학원 졸업장을 가진 고학력자들이 가요계에 데뷔하는 일이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이때부터 성공의 기준이 점차 바뀌었다. 학벌·성공·행복이라는 변수를 가진 방정식이 늘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이즈음이었다.

인공위성은 아마추어였지만 순수한 목소리를 무기로 삼았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특색 덕에 무수히 방송을 탔다. 타이틀곡은 테너 3명, 바리톤 2명, 베이스 1명이 화음을 내는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였는데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 프로 전향을 염두하지 않았던 인공위성은 데뷔곡을 끝으로 활동을 접었다. 이후 그룹은 잊혔지만 지난해 12월 삼성전자 부사장 승진 인사가 발표됐는데 그 가운데 고봉준씨가 인공위성 멤버였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우주기술은 미국·러시아 등 서양이 앞서가는 듯하지만 과거 동양인도 우주를 보는 시각은 남달랐다. 우리가 수천년 전부터 사용한 천간·육십갑자·절기와 달의 공전주기를 기준으로 만든 28수도 모두 천문학에 기인한다. 심지어 조선시대 저서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우리나라 천문학의 수준을 말해주기도 한다. 이번 누리호 발사를 계기로 축적된 우주기술이 우리 삶을 좀더 행복하게 해주기를 희망해본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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