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구름과 비가 그려낸 '천공의 도시'

왕태석 2022. 7. 4.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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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지난달 30일 이른 새벽 강한 빗소리에 절로 눈이 떠졌다.

평소 같으면 날이 밝을 시간이지만 한밤처럼 캄캄하다.

폭포수같이 쏟아지는 빗소리에 한강이 궁금해졌다.

한강은 지난 2년간 큰비가 내리지 않아 잠수교가 잠긴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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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내리는 한강의 풍경, 자욱한 안개가 싸이고 몰려온 구름은 건물 중간에 걸리고 쉴 곳을 찾아 날아가는 갈매기의 모습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서울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지난달 30일 이른 새벽 강한 빗소리에 절로 눈이 떠졌다. 평소 같으면 날이 밝을 시간이지만 한밤처럼 캄캄하다. 폭포수같이 쏟아지는 빗소리에 한강이 궁금해졌다. 한강은 지난 2년간 큰비가 내리지 않아 잠수교가 잠긴 적이 없었다. 그러나 밤새 내린 강수량이면 물이 넘쳐 한강공원이 물바다가 됐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흘러가는 한강 물 위로 먹구름과 함께 온 장맛비가 시원하게 내린다.

카메라를 둘러메고 서둘러 한강을 찾았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한강공원은 물이 찰랑찰랑 차올랐을 뿐이었다. 조심조심 얕은 물 위를 걷다 보니 저 멀리 여의도와 강북의 고층건물들이 구름 속에 휩싸여 색다른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건물 중간에 구름이 걸리니 그 위에 고개를 내민 상층부가 마치 ‘천공의 도시’ 라퓨타를 연상케 했다.

갈매기 한 마리가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를 피해 쉴 곳을 찾아 날아가고 있다.

갑자기 하늘에 갈매기들이 날아들었다. 아마도 내리는 빗줄기를 피해 쉴 곳을 찾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한동안 하늘을 빙글빙글 돌 뿐 마땅한 휴식처를 찾지 못했다. 며칠째 장맛비가 내려 몸도 마음도 눅눅해진다. 한여름이 찾아오기도 전인데 벌써 맑고 쾌청한 가을 하늘이 그립다.

장맛비와 함께 찾아온 구름이 건물 중간에 걸리니 그 위에 고개를 내민 상층부가 마치 ‘천공의 도시’ 라퓨타를 연상케 했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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