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단 '갈라치기 인사'.. "검·경 통제 의도 노골적"

손현성 2022. 7. 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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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내부 구성원들 불만 고조>
'윤석열 사단' 검사들 핵심 보직 줄줄이 꿰차
전 정권 색깔 땐 좌천.. 내 편은 흠 있어도 발탁
검찰총장 패싱 인사 잇따라.. "법무장관만 득세"
내부 의견수렴도 없이 경찰국 신설도 밀어붙여
'경찰 길들이기' 논란에도 군기잡기식 속도전
"수사기관, 정치권력 입김에 약해질 것" 우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경찰청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를 방문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정부가 대규모 인사와 조직 신설 등을 통해 검찰과 경찰을 통제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조직 구성원들의 동요가 커지고 있다.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이 중요한 수사기관이 정치권력 입김에 취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 때문이다.

내부 의견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정부가 군기잡기식 행보에 치중하자 조직 안정은 뒷전이란 불만도 제기된다. 검찰과 경찰 구성원들은 "조직 수장은 존재감이 전혀 없고,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만 부각돼 리더처럼 행세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세 차례 인사 통해 검찰 조직 물갈이

검찰 조직은 윤석열 정부 출범 뒤 단행된 세 차례 인사를 통해 재편됐다. 큰 틀에선 특별수사 경험이 풍부한 '윤석열 사단'의 요직 독식과 문재인 정부에서 출세한 검사들의 일괄 좌천으로 요약된다. 정권 교체 때마다 '코드 인사'는 수순이었지만, 이번처럼 '갈라치기' 인사를 통한 법무·검찰 장악은 전례가 없었다는 게 검사들의 대체적 반응이다. 이처럼 인사 메시지가 선명하다 보니 "윤석열 정부에선 글렀다"며 사의를 밝히는 검사들이 속출하는 등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검사장은 물론이고 중간간부 인사도 과도한 편가르기와 찍어내기로 점철됐다. 특히 현 정권이나 전 정권, 어느 쪽으로도 분류되지 않고 묵묵히 일해온 대다수 검사들을 임의로 성향을 구분해 좌천시킨 것을 두고 내부 구성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정부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검사들을 비선호 보직인 인권보호관으로 대거 발령 내고, 전 정권의 입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공보 담당 검사들까지 좌천시켰다. 반면 '내 편'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기소되거나 징계 전력이 있어도 영전시켰다.

수도권 검찰청 한 부장검사는 "정치색이 없는 검사들까지 이런저런 딱지를 붙여 날려 버리면 누가 소신 있게 일하겠느냐"라며 "이런 식으로 인사가 계속되면 조직 안정에 득 될 게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총장 공백 상태에서 잇따라 인사가 단행되자 안 좋은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는다. 검찰총장과 손발을 맞출 대검 참모들까지 법무부에서 정해버리자 '식물총장' '총장 패싱' 논란은 더욱 커졌다. 검찰 내부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검찰총장 역할을 겸하고 있어, 총장이 필요 없을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 한 고위 간부는 "한동훈 장관이 '실력과 공정에 대한 의지'를 인사 기준으로 제시했는데, 실력과 공정은 온데간데없이 '내 편'과 '의리'만 선명해졌다"며 "문재인 정부 때처럼 편향적 인사는 안 할 것으로 알았는데,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방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중요 수사를 담당할 자리에 대통령의 사람들이 빠짐없이 배치된 점은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 검찰 조직의 정치권력 예속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尹 정부의 '경찰 통제' 드라이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오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기 위해 차량에서 내린 뒤 환송 나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어깨를 두드리고 있다. 서재훈 기자

한동훈 장관을 내세워 검찰 조직의 색깔을 확 바꾼 윤석열 정부는 경찰 조직에도 메스를 들이댔다. 선봉에는 윤 대통령의 또 다른 ‘복심(腹心)’으로 꼽히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섰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경찰 개혁을 앞세우며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를 꾸린 뒤, 한 달 남짓 동안 불과 네 차례 회의 끝에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을 골자로 하는 권고안을 내놓았다.

“노골적 경찰 길들이기”라며 경란(警亂) 조짐이 일자, 윤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그는 경찰국 신설 논란 중에 불거진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를 ‘국기문란’으로 규정하며 경찰 수뇌부를 직격했다. 이상민 장관은 이후 “(길어지면) 논의가 흐지부지된다”며 내달 말까지 경찰국을 신설하겠다고 못 박으며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 내부에선 경찰국 신설로 ‘대통령→행안부 장관→경찰’ 직할 체제가 구축되면서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 장관은 향후 경찰국 지원을 받아 행안부 장관이 갖고 있는 총경 이상 고위직 인사 제청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총경 이상 간부 650여 명은 물론, 총경 승진을 노리는 경정 3,000여 명도 장관 의중을 거스르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결국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일선서의 한 경정급 간부도 “경찰청장이 조직을 지휘할 수 있는 힘은 인사권이었는데, 장관이 그 권한을 행사하면 누가 청장 말을 듣겠느냐”고 했다.

경찰 내부에선 차기 경찰청장이 누가 되더라도 ‘식물청장’ 신세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 6명 모두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승진된 인사들이기 때문에, 경찰 통제 드라이브와 관련해 경찰 내부 목소리를 대변하기보다는 정권의 주문에 순응할 가능성이 높다. 경찰청 한 간부는 "이 장관의 경찰국 신설 논리에 동의하는 경찰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경찰국 논란에 침묵하는 청장 후보군에 대한 경찰 내부의 반감도 극심하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르면 4일 차기 청장을 지명할 예정이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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