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에게 힘이 되는 성서가 가능할까?.."성서도 다양한 해석 존재하죠"

김민호 2022. 7. 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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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성소수자(퀴어) 관점에서 기독교계의 가부장적 질서를 비판하며 성서를 새롭게 해석한 '퀴어 성서 주석(The Queer Bible Commentary·QBC)'이 완역됐다.

주류 기독교인들이 성서를 근거로 성소수자를 죄인으로 규정하고 공동체 밖으로 밀어내는 현실을 타파하려고 QBC가 탄생했다는 이야기다.

QBC는 성과 관련된 역사적·사회적·정치적 맥락을 신학 안으로 끌어들이며 페미니즘과 탈식민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등 다양한 담론으로 성서 해석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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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성서 주석' 완역, 최근 북 콘서트도 열어

여성과 성소수자(퀴어) 관점에서 기독교계의 가부장적 질서를 비판하며 성서를 새롭게 해석한 ‘퀴어 성서 주석(The Queer Bible Commentary·QBC)’이 완역됐다. 첫 번역자 모임으로부터 따지면 6년 만이다.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허락하지 않는 교단들이 존재하고 그 근거로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라는 성경 구절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풍토에서 QBC 출간 과정은 지난했다. 지난달 23일 완역을 기념하는 북 콘서트를 개최한 QBC 번역출판위원회의 유연희 미국 연합감리회 목사를 만나 QBC 출간 의의를 들어봤다.

유연희 미국 연합감리교회 목사가 지난달 29일 경기 하남시의 한 카페에서 퀴어성서주석 한국어판 출간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유 목사는 구약성서를 전공한 학자로 한국퀴어신학아카데미 회장을 맡고 있다. 마스크는 촬영을 위해서 잠시 벗었다. 김민호 기자

QBC는 한마디로 “퀴어에게 힘이 되는 해석을 제공하는 해설서”라고 유 목사는 요약했다. 주류 기독교인들이 성서를 근거로 성소수자를 죄인으로 규정하고 공동체 밖으로 밀어내는 현실을 타파하려고 QBC가 탄생했다는 이야기다. 2006년 QBC를 내놓은 해외의 신학자와 목회자 33명 중 성소수자도 포함됐다. 이들은 전통적 방식처럼 성서를 문장별로 분석하는 대신 성소수자 문제와 연관된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저마다 독창적 관점을 제시한다. 소외된 자들을 위한다는 목적을 제외하면 하나로 요약하기 어려운 주장들이지만 이들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하나님은 선택받은 소수의 하나님이 아니라 동성애자를 포함해 만인을 사랑하는 하나님이라는 것이다.

유 목사는 “신학의 주체는 오랫동안 유럽계 백인 남성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신학들이 등장했다”며 "퀴어신학의 등장도 시대적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여성들이 장로조차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페미니즘이 부상하자 1960년대부터 백인 여성을 중심으로 여성신학이 태동했다. 이후 흑인 여성들이 인종차별의 폐해를, 남미 여성들이 가난을, 아시아 여성들이 식민지의 고통을 토로하면서 흑인신학과 해방신학, 한국의 민중신학도 등장했다. 현대의 기독교 신학이 핍박 받는 이들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는 얘기다.

유연희 미국 연합감리교회 목사는 "성서를 근거로 현대 동성애를 비판하는 것은 정말 비학문적이다. 성서는 오래된 고대 본문이다. (당시의 맥락 등을 고려하지 않고) 구절만 똑 따서 현대의 동성애를 공격하는 문구로 쓰는 자세는 지식인답지 못하다"라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이를 위해선 문자주의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과 맥락으로 성경을 해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예컨대 동성 간 성 행위를 죄로 보는 성경 구절을 역사적 맥락을 배제한 채 현대의 동성애에 곧바로 적용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QBC는 성과 관련된 역사적·사회적·정치적 맥락을 신학 안으로 끌어들이며 페미니즘과 탈식민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등 다양한 담론으로 성서 해석을 시도한다.

QBC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학문적으로 성서가 고대에 만들어진 문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자세라고 유 목사는 강조했다. “이견이 없으면 학자가 아니라 학생이죠. 정규 신학교 과정을 밟은 사람이라면 성경을 문자 그대로 대하지는 않아요. 학자들은 해석 자체보다도 거기에 이르는 학문적 과정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 과정이 설득력 있으면 결론엔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런 주장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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