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달 클럽 가입하려면 국제적 우주 협업이 필수"
'다누리 총괄' 김대관 항우연 단장 인터뷰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발사 성공 덕분에 우주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우리 기술로 만든 로켓을 날려 보내고 우주로 우리 기술을 담은 장비를 실어보내는 일은, 더 이상 TV나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 세대의 이야기가 됐다.
우주 과학자들은 환호를 누릴 사이도 없이 곧바로 다음 단계로 발을 내딛는다. 이번엔 달이다. 한국 최초의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KPLO)호는 스페이스X의 발사체에 실려 다음달 3일 미국 케이프커내버럴 기지에서 우주로 향한다. 발사 한 달을 앞둔 시점에서, 다누리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장에게 이번 탐사의 의미와 한국 우주개발의 방향에 대해 들어 봤다.
다음은 김 단장과의 일문일답.
협업하면 우주카르텔 극복 가능
-달 탐사에서 가장 유명한 국제 프로젝트가 아르테미스 계획이다. 다누리 달 탐사도 아르테미스 계획 중 하나인가.
"한국은 최근 10번째로 아르테미스 협정에 가입했다. 하지만 다누리호는 아르테미스 협정 가입 전에 미 항공우주국(나사)과 협업이 약속돼 있던 사업이다. 물론 아르테미스와의 연관성은 충분하다. 다누리에 실린 섀도 캠(음영 지역 촬영장비)은 나사에서 제공한 카메라다. 달의 북극 또는 남극에 있는 음영 지역 분화구를 촬영해 물을 찾는 게 임무다. 섀도 캠이 모은 데이터는 아르테미스 계획의 착륙 후보지 선정에 활용될 예정이다."
-최근 들어 여러 나라들이 달에 가려고 하는데 왜 그런 건가.
"미국과 소련이 경쟁했던 1960, 70년대 달에 갔던 이유는 어떻게 보면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 호기심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최근에는 두 가지 이유가 더 생겼다. 우선 경제적인 면이다. 헬륨3 등 달에 있는 자원이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게 증명되고 있다. 우주 관광이 가시권에 들면서 기업의 투자도 많아지고 있다. 다른 한 가지는 기술 검증이다. 달은 단순히 달이 아니다. 더 깊은 우주로 가는 기지다. 심우주로 가기 위해선 발사체 개발이나 에너지 효율, 인간 거주 조건 등 검증해야 하는 것들이 많은데, 가장 좋은 방법은 가까운 달에서 먼저 검증하는 것이다. 지구에선 확인하지 못했던 여러 기술을 검증할 수 있다."
-우주개발은 강국들의 텃세가 센 분야다. '패권' 혹은 '카르텔'이라고도 표현된다. 후발주자인 한국이 경쟁할 수 있을까.
"우주기술 카르텔이라는 말은 발사체 분야에서 많이 쓴다. 발사체 기술은 군사기술과도 관련이 있어서 쉽게 가르쳐주지 않고 노출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한국은 최근 누리호 발사에 성공했다. 자력으로 발사체를 쏜다는 것은 어떤 경계선을 허물었다는 의미다.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영역에 스스로 벽을 깨고 참여할 수 있는 데까지는 나간 것이다. 늦었지만 아직 늦은 게 아니다. 후발주자이지만 그래도 가장 빠른 후발주자다. 우주개발에 대한 각국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다른 후발주자들은 한국에 손을 내밀기도 한다. 당장 안 한다고 가시적인 손해나 불이익은 전혀 없지만, 투자에는 시기가 있다. 지금 안 하면 후발주자 중에서도 뒤처진다. 나중에는 더 큰 비용을 들여도 따라잡지 못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주개발 정도로 본다면 한국은 늦은 게 아니다. 투자 대비 성과 측면에선 한국이 효율적인 우주개발을 이뤄왔다."
다누리는 우리 탐사능력에 대한 검증
-발사체 외의 분야만 특화하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발사체 기술을 확보하지 않으면 아무리 다른 좋은 기술 있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우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발사체다. 처음 개발 비용이 비쌀 순 있지만 언제까지 외부에 의존할 순 없다. 우리도 해외에 우주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더가 될 수 있다. 개량해 나가야 할 부분이 있지만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어떻게 하면 우주 선진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줄일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 실력을 인지하는 것이다. 어느 분야의 격차가 얼마큼 벌어졌는지 무엇을 더 키워야 할지 스스로 정확히 평가해야 한다. 격차가 큰 분야에서 '퀀텀 점프'를 하기 위해선 협업이 제일 좋다. 공동 목표를 향해 함께 개발하고 토론하고 고민을 하다보면 지식과 경험이 자연스럽게 공유된다. 러시아와의 나로호 협업을 통해서도 많은 기술 격차를 극복할 수 있었다. 다누리도 나사와 협업하는 사업이다."
-누리호 발사 성공에 이어, 다누리 탐사도 성공한다면 아르테미스 계획에서 한국의 역할이 커질 수 있을까.
"누리호가 발사 능력에 대한 검증이었다면, 다누리는 탐사 능력에 대한 검증이다. 둘 모두가 어느 정도 이뤄진다면 미국을 포함해 다른 나라들이 한국을 보는 이미지 자체가 충분히 바뀔 수 있다. 예전에는 '같은 대열에 끼긴 힘들다'고 여겼다면 이제는 '우주 탐사가 가능한 나라'라고 여길 것이다. 협의 자리에서 충분히 예전과는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황이 될 것이다."
-우주산업에서 민간 참여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민간기업 참여는 당연히 필요하다. 그런 고민 없이 정부 주도로 우주개발을 이끄는 것은 이미 예전 방식이다. 많은 공감대가 있다. 위성 설계, 시험, 검증, 운영 등 우리가 이미 확보한 기술에 대해선 자연스럽게 민간으로 기술 이전이 이뤄질 것이다. 기업체에 '스핀 오프'를 해 사업화하고 이용할 수 있게 마중물을 넣어줘야 한다. 발사체 분야도 아직 부족하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정부는 심우주 탐사에 대한 로드맵을, 그리고 어느 분야에 어떤 투자를 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에 더 집중해야 한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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