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의 파격, 주담대 5% 넘는 이자 떠안는다

김은정 기자 2022. 7. 4.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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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5.3% 대출 고객, 이자 0.3%는 은행이.. 전례없는 조치

정치권과 금융 당국이 잇따라 은행권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신한은행이 6월 말 기준으로 연 5% 넘게 이자를 내는 주택담보대출 고객의 금리를 1년간 연 5%로 감면하는 등 고금리 대출을 받고 있는 고객들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3일 밝혔다.

예를 들어 주담대 금리가 연 5.3%라면, 고객은 연 5% 금리만 부담하고 나머지 연 0.3%는 은행이 떠안겠다는 것이다. 기존 주담대 대출에만 적용되지만, 신규 주담대도 5%를 넘지 않도록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의 관련 전산 작업을 마치고 열흘 안에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파격적인 조치여서 금융권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시장 상황에 따라 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1년간이라는 기간을 정해놓고 신용도 평가도 없이 금리를 일괄적으로 깎아주는 조치는 전례가 없다. 다른 은행들도 신한은행의 조치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은행 임원은 “정부·여당이 금리 인하 압박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다른 은행들이 신한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신규 주담대도 일괄 금리 인하

신한은행은 기존 주담대 외에도 다양한 금리 인하 방안을 발표했다. 신규 주담대는 최대 0.35%포인트 금리를 인하하고, 금융 당국이 지원하는 ‘금리 상한형 주택대출’의 경우는 고객 부담인 가산 금리 0.2%를 은행이 대신 부담하기로 했다. 연소득 4000만원 이하, 보증금 3억원 이하 전세 대출 이용자를 위한 ‘2년 고정금리 전세대출’ 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서민 지원 상품인 새희망홀씨 신규 금리는 연 0.5%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 상승을 걱정하는 취약 차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번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리 인하 대상이 몇 명인지, 은행이 떠안게 될 이자는 얼마인지 등 구체적인 액수는 “아직 집계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은행권에서는 “은행이 이자를 깎아준다고 하면서 몇 명인지, 총 얼마나 될지를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 급조해서 발표하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 당국 압박이 영향 미쳤나

신한은행의 조치는 최근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 수익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0일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 등 오해의 소지가 커지고 있다”며 합리적인 금리 산정을 주문했다.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도 “금리 상승 시기에 금융 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크게 가중되지 않도록 금융 당국과 금융기관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국민의힘 물가민생안정특위에서는 “은행의 예대 금리 공시 주기를 단축하는 방안 등 구체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5월 예대금리차가 2.37%로 7년 7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벌어지면서 “은행들이 지나치게 이익을 챙긴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지난달 연 7%를 뚫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올 상반기에 약 9조원의 사상 최대 순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어차피 은행권의 금리 인하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신한은행이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발 빠르게 움직인 것 같다”고 했다. 한 전직 경제 관료는 “금융 관치가 사라져야 하는데 금리 인하라는 모습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했다.

◇은행권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

다른 은행들도 조만간 신한은행과 비슷한 금리 인하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5대 은행 가운데 나머지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금리 인상기에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한 다각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은 분할 상환 유예 등 조치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고물가, 금리 인상으로 인한 고통을 은행이 분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하지만, 전례 없는 조치들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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