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을 빛낸 출향인 <51> 신정식 박사·전 한국남부발전 사장

김일출 Systems Wisdom Korea 대표이사 2022. 7. 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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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값의 3분의 2는 전기 사용료다.

데이터와 바이오 등 핵심 산업은 모두 전기로 이루어진다.

배터리 교통 물류 전기차와 수소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이를 극복하고 단기간에 국내에 선진적인 전기수요예측시스템을 구축한 에너지 전문가가 부산 출신의 신정식(70) 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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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분야 전문가 "전기료 현실화해야 합리적 소비 가능"

- 전력 수요·가격 분석 논문 발표
- 세계적 학술지 게재, 숱한 인용
- 에너지연구원장·남부발전 사장
- 세 정권서 에너지자문위원 지내

- 전기요금 인상 정치적 결정 문제
- 공기업 독점 시장경제 원칙 아냐

- 부울경 합치게 제도를 만들고
- 정치인이 도와야 경제 살아나

물값의 3분의 2는 전기 사용료다. 통신도 전기가 끊기면 먹통이 된다. 전전화(全電化) 시대다. 데이터와 바이오 등 핵심 산업은 모두 전기로 이루어진다. 배터리 교통 물류 전기차와 수소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팬데믹이 전기 의존도를 더욱 높였다.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원유와 우라늄 100%, 천연가스 99.7%, 석탄 99.1%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및 확보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선진국의 50%에도 못 미치는 전기요금의 현실화도 풀리지 않는 숙제다.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가격 신호를 전달하는 것은 시장의 역할이다. 그런데도 국내 전기요금은 정치적 판단에 따른 정부 개입으로 잘못된 가격 정보를 주고 있다.

한국남부발전 사장을 지낸 신정식 박사가 전기요금 현실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ilro12@kookje.co.kr


최근 정부의 전기료 인상 역시 그 수준과 결정 과정이 예전과 다를 바 없다. 한전은 수십조 원의 적자 전망에 허덕이고 있다. 1980년 무렵까지 국내 전기 가격 결정 과정은 비체계적 수준에 머물렀다. 이를 극복하고 단기간에 국내에 선진적인 전기수요예측시스템을 구축한 에너지 전문가가 부산 출신의 신정식(70) 박사다. 남부발전㈜ 사장 시절 미국 발전소에 과감히 투자해 수익 개선에도 기여했다.

그는 주택용 전력수요 분석 결과인 ‘가격 정보가 불완전할 때 가격 인식에 관한 연구’로 1983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마쳤다. 1985년 세계적인 학술지 ‘경제·통계학 리뷰’에 단독 게재됐다. 해당 분야 세계 최초의 논문으로 지금까지 400회 넘게 인용됐다. 노태우 노무현 이명박 세 정권에 걸쳐 에너지자문위원을 지냈다.

“반격해야지! 뭔가 보여주려고 한다. 사업가로서의 유전자(DNA)가 있다”며 일흔의 나이에 팔을 걷어붙이고 뛰는 그를 지난달 23일 경기 성남시 제2 판교테크노밸리에서 만났다.

-전기요금 현실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다.

▶평생 전기요금을 현실화하자고 이야기했다. 전기요금이 현실화하면 적정 소비로 돌아간다. 소비자는 가격을 보고 결정한다. 잘못된 가격 신호를 주면 소비를 너무 많이 하든지 너무 적게 하게 된다. 가격은 제값을 받으면 된다. 무조건 비싸게 받는 것도 아니고 이윤을 남기라는 게 아니다. 적정 가격 신호가 시장에서 전달되면 소비자는 알아서 합리적으로 소비를 결정한다. 요금을 제대로 받아야 사람이 낭비를 안 한다. 그런데 여전히 정치적으로 에너지 요금을 결정하는 게 문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일본 유럽 국가의 전기요금 수준은 현재 우리나라 전기요금의 2~3배를 넘어서고 있다. 원가를 반영하는 요금 정책이 필요하다. 특정 소비자 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예외적인 요금할인제도는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 공기업이 시장 독점지배력을 가지는 구조는 시장경제의 원칙이 아니다.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독점력을 가지고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안 된다.

-한국 에너지 정책의 근간이 된 다양한 연구과제를 수행했다.

▶귀국 초 전력수요 예측 시스템 구축이 시급했다. 마땅한 통계가 없어 대부분의 데이터를 만들어 썼다. 데이터 공유에 앞장섰다. 첫 번째 보고서에 기상과 한전 관련 통계자료 일체를 부록에 넣어 공개했다. ‘장기 전력 수요예측 기법 연구’(1987) ‘전력수요 관리 연구’(1989) ‘원전 원료의 안정적 경제적 공급방안 연구’(1989) ‘전원 투자 정책연구’(1990) ‘2000년대를 향한 장기 전력 정책 방안에 관한 연구’(한전·1992) ‘한국가스공사 민영화 방안에 관한 연구’(한국가스공사·1995) 등의 연구과제를 그 무렵 수행했다.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에너지 네트워크 산업구조 재편의 과제와 전망’(국회 산업자원위·2003) ‘신기후체제가 전력산업에 미치는 영향 및 에너지 신산업 육성방안 연구’(한국전력거래소·2016) 등의 연구를 발표했다.

-에너지소비자 가격인식을 연구했다.

▶애초 연구 분야 국제금융 지도교수가 다른 학교로 떠났다. 어쩔 수 없이 에너지 수요의 계량경제학적 연구로 바꿨다. 에너지 수요 분석을 주 전공으로 했다. 소비자가 가격을 어떻게 인식하느냐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졸업 후 오하이오주 공무원(에너지 전문가)으로 일했다. 주(州)의 7개 전력회사가 매년 전력 수급 계획을 제출했다. 전력회사의 전력수요 예측, 발송배전설비 건설계획의 타당성을 주로 청문회 형식을 통해 심의했다. 발전소를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력 수요 관리로 에너지 소비 효율을 올리고 전기 사용을 줄이는 게 훨씬 더 경제적이란 사실을 그때 배웠다. 1983년 9월, 동력자원연구소의 해외 학자 유치에 응해 귀국했다. 1986년 9월 신설된 에너지경제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1995년까지 한국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으로, 1995년부터 1998년까지 연구원장으로 재직했다. 초기 연구원 시절 통계도, 모델링도 없었다. 게다가 박사급 핵심 인력이 하나둘 대학으로 떠났다. 남은 과제는 모두 내게로 왔다. 설날 명절도 없이 침식을 잊고 365일 내내 오직 일에 매달렸다. 4년 만에 안식년을 받아 미국으로 나갔다. 갑작스러운 정치권의 이산화탄소 규제에 대응해야 했던 발전기업 서든켈 에디슨에서 일했다.

-한국서부발전㈜ 이사회 의장과 남부발전㈜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2015~2018년 한국서부발전 이사회 의장으로 발전회사의 실제 업무를 관찰하고 의사 결정에 참여했다. 2018~2021년 남부발전㈜ 사장을 지냈다. 남부발전은 2001년에 설립됐다. 발전공기업 중 가스복합발전 비중이 제일 높다. 사업 규모가 클 때 7조 원, 작을 때는 5조 원 규모다. 우리나라 총발전량의 11%를 담당한다. 총 설비용량 7080㎿ 규모의 발전공기업이다. 2500여 명 직원이 재직하고 있다. 최초의 에너지 전문가 경영자로서 발전소 안전 및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스마트 발전에 주력했다. 계획된 기간과 예산으로 완성된 남제주복합발전소와 미시간주 나일스에 1085㎿ 규모의 가스복합발전소 건설에 최대 주주로 진출한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을 수 있다. 나일스발전소 건설은 한국 발전사 최초로 미국발전시장에 진출한 쾌거다. 상업 운전이 시작되는 올 하반기부터 35년간 연평균 450억 원의 순이익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전 중시 경영으로 큰 인명사고를 피해 갈 수 있었다. 사장으로서 많은 것을 경험했다. 미국의 주요 발전사 서든켈 에디슨과 듀크도 전부 다 민간회사다. 일본도 같다. 다만 공익기업으로서 규제는 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물가안정 명목으로 가격만 통제하고 독과점 공기업으로서 시장지배를 갖는 폐해를 따져봐야 한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대신동 외가에서 고교 시절을 보냈다.

▶고 1되던 해에 부산 대신동 외가로 옮겨 살았다. 가족 모두 서울로 가버렸다. 한때 방황의 사춘기를 보냈다. 수학을 좋아해 과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상대로 진학했다. 1998~2000년 성심외국어대학(현재 영산대 해운대캠퍼스) 학장을 지냈다. 2018년 3월부터 2021년 4월까지 부산에 본부를 둔 한국남부발전 사장으로 재임했다. 부산이 얼마나 살기 좋은 도시인지 실감했다. 할아버지는 동래구 안락동 925번지가 본적이다. 결혼 후 처가가 있던 영도로 옮겼다. 덕분에 나는 영도에서 나고 자랐다. 외아들이었던 아버지는 일본 중앙대 법대에 유학 후 그 무렵 울산의 유일한 석유기업 ‘한국미유(美油)’ 상무이사를 지냈다. 영도다리가 ‘끄떡끄떡’할 때였다. 부산대 총장(제10대)을 지낸 박기채 박사가 고모부다.

-부울경 메가시티가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바보야! 정치가 제일이야!”라고 말해주고 싶다. 정치가 제도를 제대로 안 해주면 경제가 살 수가 없다. 정부 힘이 너무 세도 안 된다. 국민의 힘이 죽으면 혁신이 안 일어난다. 부울경 메가시티 성공의 핵심은 (혁신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에너지 산업 육성 문제는 그다음이다. 부울경이 합쳐질 수 있도록 정치가가 앞장서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전문가가 아무리 떠들어봐야 공염불이다. 정치가의 이기심 극복이 사업의 성사를 좌우한다. 문제는 제도다. 부울경 지역 정치인이 합의해 그런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신정식 박사는

▷1952년 부산 영도 출생 ▷학력 : 영도초, 부산중·부산고,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졸업, 동 대학원 석사(국제경제학),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경제학 박사 ▷경력 : 영남대 경제학과 전임강사, 오하이오주립대 전임강사, 오하이오주정부 공무원,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및 경영대학원 강사, 한국동력자원연구소 책임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원장, 장기전력수급심의위원회 심의위원(산업자원부), 국제에너지경제학회 회원, 미국 남부캘리포니아에디슨 초빙경제학자, 한국자원경제학회장, 에너지정책협의회 자문위원, 성심외국어대학 학장, 제2차 민자발전사업평가위원장(산자부), 건국대 경영대학원·중앙대 경제학부 석좌교수,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에너지정책연구자문위원, 전기위원회 위원, 대통령직속 녹생성장위원회 기후변화에너지분과 민간위원, 한국서부발전㈜ 이사회 의장, 전력산업연구회장, 한국남부발전㈜ 사장 ▷상훈 : 근정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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