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나 홀로 식당

얼마 전 휴일, 아내가 외출했을 때 일이다. ‘나 홀로 집’은 대화가 끊긴 탓에 무척 고요했다. 팬데믹 시대에 이러한 고독은 새삼스럽지 않다. 평소보다 일찍 허기가 찾아올 줄 예상치 못했을 뿐이다. 다른 때보다 이른 시간에 혼자 끼니 때울 곳을 찾아야 했다. 그 시간에 문 연 딱 한 군데 김치찌개 식당을 찾았다. 그러나 이 집은 내게 식사를 허락하지 않았다. ‘2인분 이상 주문 가능’이라 씌어있는 차림표 속 글귀가 발길을 돌리게 했다. 팬데믹 거리 두기 이후 혼자만의 한 끼가 유행이 된 지 오래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이 식당에서 혼자는 ‘자격 미달’에 해당했다.
하나둘 채워지는 좌석에서 떠밀려난 처지라니, 1인 가구 확산으로 쉬워졌을 거라 생각했던 ‘혼밥’이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어쩌면 쫓겨났다는 표현이 더 적절했던 한 끼 때우기 실패를 겪고 나니 격리 병동에 분리된 기분마저 들었다. 팬데믹 시대에 1인용 식탁이 더 위생적이라는 이점이 무색하게도, 이 식당에선 ‘2인 이상’만이 정상으로 여겨졌다.
곧장 1인 전용 식당을 새로 찾으려다가, 오로지 벽만 쳐다보며 밥을 먹던 전지적 손님 시점의 한 솔로 식당 모습이 떠올라 그만두었다. 테이블당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 식당으로선 훌륭한 전략이었을 테다. 하지만 고독이 고립으로 전이되고 비대면을 외면으로 바꾼 듯한 그런 식당의 영리 활동이 어딘가 불편했다. 물론 식당으로선 이런 내가 밉상 손님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식당 순례를 그만두고 나 홀로 집으로 돌아온 데는 대안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다. 오늘의 김치찌개 식당 매상에서 강제로 제외된 1인 가구에는 은혜로운 배달 음식이 있었다. 배달은 몇 인분인지를 따지지 않는다. 게다가 요즘 새 트렌드라는 ‘혼술’까지 더하니 그제야 혼자라는 사실이 으쓱해졌다.
요즘은 1인 가구도 많다지만, ‘혼자보다는 둘이 더 좋다’는 오래된 관념을 떠나기란 쉽지 않은가 보다. 나 홀로 식당을 찾았다가 박대를 당하고 보니 더 그렇다. 어쩌면 요즘 1인 가구는 병증 없이도 자가 격리를 일상적으로 환대하게 된 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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