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땅.. 오늘의 판결] "PC방서 여성다리 40분 훔쳐본 남성 무죄"
건물 내 업소에 들어가 범죄 등을 저질렀더라도 건조물 침입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누구든지 출입할 수 있는 공간에 들어간 것 자체를 범죄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남성 A씨가 PC방에 들어가 여성들의 하체를 훔쳐본 행위를 건조물 침입이라며 유죄를 선고했던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작년 2월 PC방에 들어가 테이블 밑으로 얼굴을 숙여 맞은편에 앉아 있는 여성들의 다리 부위를 40분간 쳐다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가 PC방 주인이 원하지 않는 행위를 하려고 PC방에 들어갔다며 건조물 침입 혐의로 기소했다. A씨가 여성의 다리를 바라본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따로 없었다. 1심과 2심은 모두 A씨의 건조물 침입을 유죄로 봤다. A씨가 PC방에 들어간 동기가 나쁘고 그 동기를 알았다면 PC방 주인이 A씨 출입을 막았을 것이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PC방에 다른 사람과 같은 방법으로 들어갔고 PC방 주인이 관리하는 업소의 평온을 해치지 않았다”며 “건조물 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과거 대법원은 범죄 등을 목적으로 업소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건조물 침입죄로 처벌해왔다. 1992년 대선 때 식당 주인 몰래 도청 장치를 설치한 ‘초원복국’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지난 3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판결을 깨고 “영업주가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만으로 건조물 침입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후 서점에 들어가 여러 차례 물건을 훔쳤더라도 건조물 침입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도 나왔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대법원의 판례 변경으로 건조물 침입이 무죄가 되는 범위가 넓어졌다”면서 “검찰이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으면 건조물 침입으로 기소하던 관행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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