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도 수사과장도 로펌으로.. 옷벗는 경찰들 10년새 최대
경찰 권한 커지면서 몸값 오르자
로펌 이직 1년새 5명→57명 급증
경찰 '전경예우' 막는 매뉴얼 배포
일부선 "얼마나 효과 있을지 의문"
지난 6월 초 경찰청은 전국 일선 경찰서에 경찰판(版) ‘전관예우 방지 매뉴얼’인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제도 운영지침’을 배포했다. 퇴직한 경찰과 사적으로 접촉할 경우 이를 감사 부서에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핵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퇴직한 공직자에 대한 전관예우를 막으려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경찰 역시 이른바 ‘전경예우(前警禮遇)’를 차단하고자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앞으로 모든 수사관을 대상으로 사적 접촉 자가 진단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후배 경찰 등 퇴직한 사람과 만난 적 있는지, 사건 문의를 받은 적 있는지 사건 처리 전 스스로 체크하라는 취지다. 신고 없이 사건 관계인인 퇴직자와 사적으로 접촉하는 경우 처벌도 강화한다. 경찰 내부 정보망인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에 사건문의 신고 버튼도 만들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적접촉 통제 제도와 사건 문의 금지 제도를 내실화하기 위한 추가 조치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경찰이 이런 조치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최근 스스로 그만두고 로펌으로 가는 경찰관이 크게 늘어나 내부에서 경각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정년·명예퇴직이나 징계로 인한 퇴직을 제외하고 스스로 조직을 떠난 ‘의원면직’ 경찰관은 총 250명으로 10년 새 최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면직서를 제출하는 경찰관은 2012년(176명)부터 매년 100명대를 유지했지만 작년에 처음으로 200명을 넘겼다.
경찰 안팎에선 이런 현상의 주된 원인으로 경찰 몸값이 높아져 보수가 높은 로펌으로 가는 사람이 크게 많아진 것이 꼽힌다.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된 작년 검경 수사권 조정과 올해 9월 예고된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 시행 등으로 경찰 권한은 점차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수사를 경찰이 맡게 됐고, 경찰이 1차 수사 종결권까지 갖게 되면서 경찰 단계에서부터 변호사가 붙어 대응할 필요가 커진 것이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승인 심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로펌 이직 승인을 받은 경찰관은 5명에 그쳤는데 작년에 57명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6월까지 벌써 20명에 달한다.
그러나 전경예우를 막기 위한 이런 조치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암행 감찰 등을 강화하는 등 엄벌 의지를 더 보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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