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문학·장르문학 경계 희미해져" 월간 현대문학, 작가 20명 여름특집
정보라 작가 특별 편집자로
과학소설작가연대 SF작품 실어
우리나라 최장수 문예지인 월간 ‘현대문학(現代文學)’ 7·8월호에 장르 소설 20편을 엮은 특집이 게재된다. 현대문학이 장르 문학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문학 입장에서는 ‘변신’에 가까운 변화다. 현대문학은 1955년 1월부터 매달 발행되며 순수문학을 대표해 온 잡지로 꼽혀 왔다. 과거 등단을 위해 선배 문인의 추천을 받아야 하던 때는 등단의 주요 통로로 기능하기도 했다. 그런 현대문학이 SF, 판타지 등 장르 문학 특집을 기획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특집의 스페셜 에디터로는 지난 4월 SF 소설집 ‘저주토끼’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가 참여했다. 그는 “가장 권위 있는 순문학 문예지 현대문학에서 이렇게 대규모로 장르 특집을 기획했다는 점에 놀랐다”며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변신의 배경에는 장르 문학의 달라진 위상이 있다. 판타지 작가 이영도, SF 작가 듀나 등의 작품이 20~30년 전부터 꾸준히 인기를 끌었지만, 장르 문학은 순문학에 비해 비주류였고 심지어 ‘가벼운 문학’으로 여겨지곤 했다. 그러나 김초엽 등 장르 문학 작가들의 작품이 빈번하게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이미 두 문학의 관계는 우열이 아니라 차이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문학 윤희영 팀장은 “과거 비주류였던 장르 문학이 대세가 되면서, 순문학과의 경계가 점차 없어지는 추세”라며 “두 문학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표를 던지는 취지에서 만든 특집”이라고 했다.
이번 특집은 SF 작가들의 모임인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소속 작가 20명의 소설이 7월호와 8월호에 각 10편씩 실린다. 편당 원고지 50매 내외의 짧은 분량이다. 7월호에는 문이소 작가의 ‘대화’, 박문영 작가의 ‘패나’, 이산화 작가의 ‘뮤즈와의 조우’, 황모과 작가의 ‘시대 지체자와 시대 공백’ 등이 실렸다. 윤 팀장은 “장르 문학을 잘 모르더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라며 “장르 문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소개하려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문학평론가 이광호는 “최근 인기가 급증한 장르 문학이 이른바 ‘제도권’ 문학에서 상을 받거나 문예지에 실리는 경우가 늘어났다”며 “장르 문학과 순문학의 경계가 사라지는 현상은 앞으로도 필연적이므로, 두 문학이 결합할 때 어떤 새로운 문학성을 보여줄 수 있느냐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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