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노믹스 리포트]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시대' 인플레이션 쓰나미
소비 패턴 변화·경제 불확실성 여파
경제주체 소비·투자 대신 예금 선택
한국은행 수신 동향 1~4월 예금 증가액
전년동기 대비 2배이상 증가세 뚜렷
단기 현금확보 목적 자금 예금 늘어
상반기 무역적자 이어 수출둔화 조짐
정부 세금인하 등 물가안정 나서
단순가공식품 부가가치세 면제 등
팬데믹, 고물가, 미국발 금리인상 등 끊임없이 들려오는 경제위기소식에 강원도를 비롯한 전 국민들의 지갑이 닫히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2019년말 기준 15.6배를 유지하던 통화승수(공급한 통화 대비 통화량 배수)는 지난 4월 13.9배까지 떨어져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통화 승수는 돈이 얼마나 잘 돌고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인 만큼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이 더 심해졌음을 보여준다. 코로나19 이후 초저금리 시대를 지나 정부와 지자체의 역대급 자금지원 등으로 급격히 돈을 풀었지만 소비나 투자 등 실물경제에 제대로 스며들지 않았다. 우리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시그널이 강해지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 시대’의 경제상황을 분석해봤다.
■ 강원지역 환수액 급감… 현금사용 감소 뚜렷
올해 사회적거리두기 해제로 ‘엔데믹’ 시대를 예고하며 관광객 유입 등의 지표가 상승했음에도 경기 침체로 인해 강원지역 현금 환수액이 절반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의 지역별 현금 환수액 현황을 보면 강원지역의 지난 1∼5월 환수액은 강원본부 452억1800만원, 강릉본부 33억8500만원 등 총 486억3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573억6400만원) 보다 87억6100만원(15.2%) 감소했다. 강원지역 환수액은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683억7600만원)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제주경제가 전방위적 타격을 입고 소비 패턴이 비대면으로 옮겨가면서 화폐 환수액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또 여기에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마저 커지는 상황도 환수액 감소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대내외 경기가 어둡다보니 경제주체들이 소비나 투자를 늘리기보다 돈을 들고 있는 게 낫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해석이다.
강원지역 투자위축은 예금잔액 증가로 이어졌다. 최근 한국은행 강원본부가 발표한 시중(예금)은행의 수신 동향을 보면 1∼4월 예금 증가액은 4조5513억원으로 전년동기간(2조1440억원) 대비 두배이상 증가했다. 4월말 기준 누적 잔액도 32조6061억원으로 지난해 동월말 대비 20.4% 늘었다. 장기저축 목적이 아닌 요구불예금은 4월말 9조5100억원으로 같은기간 33.5%, 저축성예금은 23조961억원으로 15.7% 증가해 단기 현금확보 목적의 자금이 더욱 큰 증가세를 보였다. 당장은 개인의 자산시장 투자나 기업의 개발 투자, 적극적인 소비 증가를 기대하긴 어렵더라도 적어도 예·적금 시장에 자금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신용대출 등 기타가계대출도 크게 감소하며 도민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등도 감소하고 있다. 예금은행의 1∼4월 기타가계대출 증가액은 -2799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4월말 기준 누적 잔액도 4조3706억원으로 8.4% 감소했다.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기타가계대출증가액도 같은기간 -2855억원을 기록해 누적잔액(8조9790억원)은 0.6% 증가하는 수준에 그쳤다. 지난 4월 강원지역 가계대출 증가율(전년동월말대비)은 3.0%로 전국 가계대출 증가율(3.1%)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다.
■ 코스피·코스닥 변동성 확대 강원 상장사 투자거래 ‘뚝’
미국발 금리인상과 환율 상승으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코스닥에서 빠져나가며 증권시장에 급락이 반복되면서 코스닥 바이오기업 중심의 도내 상장사들의 투자가 급격히 위축됐다. 3일 한국거래소의 지역상장 현황을 보면 올해 현재 기준 도내 상장사의 일평균거래대금은 1040억원으로 지난해(1672억원) 보다 632억원(37.8%) 감소했다. 코로나19로 바이오기업이 크게 도약했던 2020년(2178억원)의 절반을 밑도는 수준이다. 일평균거래량은 올해 970만4000주로 지난해(1157만5000주)보다 16.1%(187만1000주) 줄었다.
도내 상장사의 거래량 위축은 현재 코스피 시장이 연저점을 경신하는 등 당분간 반등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코스피는 외국인의 대량 매도에 전 거래일 대비 27.22p(1.17%) 내린 2305.42에 장을 마쳤다. 오후 들어 2300을 지키지 못하고 2290대로 떨어져 연저점을 경신했다. 코스피가 장중 23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0년 11월 2일(2267.95) 이후 1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15.96p(2.14%) 밀린 729.48에 마감했다. 전체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4월(10조8666억원) 10조원대로 하락, 5월(9조5558억원)에는 9조원대로 떨어졌다.
올 하반기 첫날부터 장중 코스피 지수가 2300 밑으로 떨어지는 등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하자 금융당국이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한다. 금융위원회는 4일부터 올해 9월 30일까지 3개월간 증시 급락에 따른 신용융자 반대매매 급증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증권사의 신용융자담보비율 유지의무를 면제하기로 했다. 신용융자담보비율 유지의무란 증권회사가 신용융자를 시행할 때 담보를 140% 이상 확보하고 증권회사가 내규에서 정한 비율의 담보비율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유지의무가 면제되면 증권회사는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담보 유지 비율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또 이달 7일부터 오는 10월 6일까지 상장기업의 1일 자기주식 매수주문 수량 한도 제한을 완화한다. 아울러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합동으로 공매도 특별점검을 실시해 공매도 현황과 시장교란 가능성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 고물가 대비 정부대책 통할까
물가 상승률이 더 높아지는 부분에 대해선 정부가 이미 예고한 상태다. 얼마나 더 높아질지에 대한 문제만 남았다. 지구촌을 덮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쓰나미’의 파고가 올해 하반기에 더 높아져 도내 물가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원자재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올해 상반기에 역대 최대 규모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경기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상황에서 믿었던 수출까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도 다양한 세금인하로 물가 안정에 나서고 있다. 강원도를 비롯한 전국 대형마트들이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의 단순가공식품 부가가치세 한시적 면제 조치에 발맞춰 관련 제품을 할인한다. 지난 1일부터 민생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병·캔 등으로 개별 포장된 김치, 된장, 고추장, 간장, 젓갈류 등 단순가공식품의 부가가치세 10%를 2023년까지 면제한다. 이마트는 500여가지 관련 상품의 가격을 10% 인하했고 홈플러스도 단순가공식품류 323개의 품목을 10% 이상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 1일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30%에서 37%로 확대해 가격 인하를 지속해서 독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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