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 연출가' 英 피터 브룩 별세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연출가’로 꼽히는 영국의 피터 브룩(97)이 지난 2일(현지 시각) 프랑스에서 별세했다고 가디언 등 외신이 전했다.
브룩은 1960년대 영국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RSC)를 이끌면서 빈 공간에서 현대 의상을 입고도 셰익스피어를 공연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인도의 대서사시로 만든 9시간짜리 연극 ‘마하바라타’가 대표작이다. 1970년대 프랑스로 떠나 다국적 배우들과 작업한 그의 연출 여정은 도전과 혁신의 상징이었다.
2010년엔 ‘11 그리고 12′를 한국에서 공연했다. 아프리카 지도자 티에르노 보카의 생애에서 영감을 받은 이 연극은 기도문을 11번 암송하는지, 12번 암송하는지를 놓고 두 종파가 벌인 분쟁을 그렸다. 브룩은 본지 인터뷰에서 “연극은 맨손으로 불을 피우는 것과 같다”며 “주제와 인물들이 서로 부딪치고 그 마찰이 열을 일으켜 불꽃이 된다. 다 불태울 만큼 강한 경험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설자로 소개를 받고도 가만히 앉아 침묵을 지켰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브룩은 “연극은 매우 농축된 형태의 삶과 같고, 인생의 어떤 상황들은 더 강렬해지면 연극이 된다”며 “연설도 마찬가지다. 아주 짧아서 의미가 희석되지 않거나, 셰익스피어처럼 단어 하나하나가 강력할 때 효과적인 연설이 될 수 있다. 침묵은 일상적이지 않기에 더 힘이 세다”고 했다.
그는 저서 ‘빈 공간’에 “어떤 사람이 지나가고 다른 사람이 그것을 바라본다면 그것으로 연극이 시작되기에 충분하다”고 썼다.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브룩은 극장에 가장 아름다운 침묵을 선사한 연출가”라고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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