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 Review] 전망치끼리 더하고 빼고..말 많고 탈 많은 최저임금 결정

김기찬 입력 2022. 7. 4. 00:03 수정 2022. 7. 4. 05:3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3년 최저임금 산출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공익위원이 매년 임의로 산출식을 만들어 적용하는 방식에 반발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얼마 올릴지 정해놓고, 끼워 맞추기 식으로 산식을 만든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내년 최저임금 시급 9620원은 ‘경제성장률 전망치(2.7%)+물가상승률 전망치(4.5%)-취업자 증가율 전망치(2.2%)’ 수식에 따라 5.02% 인상으로 책정됐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산식을 적용했다.

이를 두고 “‘전망치’는 경제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변동성을 수반하는 점을 고려하면 점치듯 국가 임금을 정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익위원도 이런 논란이 벌어질 것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현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는 항변이다.

노사협상 고수하는 한 계산법 못 바꿔

연도별 시간당 최저임금 추이

그렇다고 2년 연속 사용한 이 산식을 내년에도 사용할지는 미지수다. 계속 사용하면 최저임금이 얼마로 결정될 것인지 예측 가능해지는 장점이 있다.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 협상과 그에 따른 합의 구조로 운영된다. 그래서 노사가 합의를 못 하면 공익위원이 나서 적절한 산식을 만들고, 그에 따라 도출된 금액을 제안하고 투표로 정한다.

만약 산식이 고정되면 어떻게 될까.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는 3일 “프랑스처럼 산식을 고정·공식화하면 노사 협상이 필요 없고, 산식으로 인상 폭을 정하면 되기 때문에 최저임금위원회 자체의 존재 의미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노사 협상 방식의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바꾸지 않는 이상 고정 산식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사실 이런 제도적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산식이 매년 바뀌는 것은 불가피하다. 특히 최저임금법에 명시된 결정 기준은 노동시장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사실상 효용성을 다한 상태다. 현재의 노동시장 상황에서 적용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최저임금법에서 정한 결정 기준은 생계비, 노동생산성, 노동소득분배율, 유사근로자임금이다. 법을 제정할 당시 이 기준을 택한 것은 최저임금의 소득분배 개선 효과를 기대해서였다. 최소한 중위임금의 50% 선까지는 가보자는 게 목표였다.

‘중위임금 대비 50% 목표’ 이미 달성

G7 최근 5년 최저임금 인상률

한데 한국의 최저임금은 꾸준히 올라 2016년 중위임금 대비 50%를 달성하고, 2019년에는 63%를 찍었다. 영국 등 선진국이 중위임금 대비 60%를 목표로 삼고 있는 것에 비하면 한국 최저임금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 최저임금의 소득분배 개선 목표를 2019년을 기점으로 초과 달성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선 최저임금법이 정한 결정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

더욱이 노동생산성의 경우 정확하게 측정한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많다. 한국은행이 산출하는 노동소득분배율도 오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사근로자임금의 경우 이 항목에 생계비와 노동생산성 등이 녹아있다. 이처럼 최저임금법상 기준이 통계상 오류 투성이인데다 상호배타적이지 않고 연결돼 있기 때문에 각 기준을 모두 채택하면 결국 중복 적용에 따른 오류가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다. 국민경제성장률은 명목임금과 같이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최저임금

물론 ‘전망치’는 변동성의 문제를 안고 있다. 한데 최저임금 심의 결정 기간이 3월 30일부터 6월 30일이다. 이 시점에 쓸 수 있는 경제·노동 데이터 가운데 확정된 것은 전년도 데이터뿐이다. 그렇다고 이 수치를 적용할 수는 없다. 이듬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이어서 2년의 격차가 생기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 데이터 중 절반의 성과가 반영된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예측치를 쓸 수밖에 없다.

이정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의 소득분배라는 기대 목표를 달성한 이상 최저임금법상 결정 기준을 노동시장의 변화에 맞게 변경하고, 결정 방식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다른 한편으로 노사 합의로 산식을 마련하는 것도 매년 반복되는 갈등과 불만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