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진관지역아동센터[지역아동센터 쌤들의 기분 좋은 상상]
지역아동센터에서 근무했던 5개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했던 노력과 아이들과 함께 진행했던 프로그램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들과 처음 만났을 때 코로나로 센터에 오래 머물지 못해서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최대한 열심히 놀아주려고 노력해 보았습니다. 보드게임도 하고 밖에 나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는 것도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놀다 보니 아이들도 저와 있는 것이 익숙해진 것 같았습니다.
특히 민준(가명)이를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납니다. 민준이는 한글을 잘 몰라서 문제지를 풀 때마다 “선생님, 저 여기까지만 할래요.” “선생님, 저 안 할래요” 같은 말을 반복하곤 했습니다. 그런 민준이에게 저는 “우리가 약속한 2장은 하자. 싫더라도 해야 할 것은 해야지. 다 하고 신나게 놀자” 하고 다독이며 함께 문제지를 풀었습니다. 민준이는 결국 약속한 한글 쓰기 2장을 마무리했습니다. 공부는 하기 싫고 선생님과의 약속은 지켜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뒤섞여 눈물을 보이는 민준이를 보니 저도 속상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민준이가 한글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 매일같이 한글공부를 하고, 대신 끝난 후에는 실컷 놀아주었습니다. 이제는 ‘의’자와 ‘에’자도 구분하고, 스스로 한글도 거침없이 읽는 민준이의 변화된 모습을 보니 행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 낯을 가렸던 지민(가명)이와 예서(가명)는 “어떤 색깔을 좋아해?”라거나 “어떤 음식을 좋아해?”라는 가벼운 질문에도 “몰라요.” “없어요.”라고 대답하며 대화하기를 꺼렸는데, 이제는 질문하지 않아도 옆에 먼저 다가와서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분이 어떤지 재잘재잘 말해줍니다. 이렇게 변화한 아이들을 보니 함께 성장하는 기분이 들고, 아이들과 정이 많이 든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했던 많은 프로그램 중 기억에 남는 것은 타 센터와 함께 진행한 온라인 기후위기 만화 골든벨입니다. 우승을 위해 약 2주 동안 아이들과 환경에 관한 책 4권을 읽고, 예상문제를 만들어 풀어보았습니다. 내용이 많아서 암기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을 텐데 열심히 책도 읽고 문제도 풀어보며 의욕적으로 골든벨을 준비하는 아이들을 보니 너무나 기특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아쉽게도 최종 2등으로 끝났지만 당일 노란색 옷으로 맞춰 입고 열심히 응원하고 받았던 응원상은 우리 센터가 그만큼 단합이 잘 됐다는 의미인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이와 함께 1학년 아이들과 ‘한평책빵’에 갔을 때 지하철을 처음 타본 아이들의 긴장된 모습이 너무 귀여워 기억에 남습니다. 또 책빵에 도착해서는 꽃도 심고 편지도 썼는데, 아이들이 제게 편지를 주어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치과에 방문했을 때, 코로나로 마스크를 쓴 아이들의 얼굴만 보다가 마스크를 벗은 아이들의 얼굴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마스크를 안 쓴 아이들의 얼굴을 보니 왠지 낯설기도 하고, 궁금했던 아이들의 얼굴을 보니 참 반가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이를 치료하느라 고생한 아이들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유치가 찍힌 엑스레이 사진을 보니 또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기도 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했던 짧은 5개월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시간이 제게 행복한 기억이었던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행복한 시간이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지금처럼 즐겁고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합니다!
최혜련(진관지역아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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