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화수분' 이어령이 남기고 간 마지막 화두
[앵커]
고 이어령 선생이 세상에 떠나기 전 병상에서 써 내려간 육필 원고가 공개됐습니다.
이야기꾼으로 생을 마치고 싶다던 그가 마지막 순간 남기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요?
김지선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 눈물 한 방울 / 이어령 / 김영사
죽음을 마주한 순간 고 이어령 선생이 고른 생의 마지막 화두는 눈물 한 방울입니다.
평생 문명과 인간을 성찰해온 고인이 대립과 분열의 시대를 살아갈 우리에게 남기고 간 미래의 열쇠입니다.
[이승무 / 고 이어령 선생 아들· 한국예술종합대학 교수 : 죽음을 앞에 둔 한 인간의 애환이나 슬픔이 많이 담겨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실 것 같은데요. (아버님이 말씀하신 눈물은 본인을 위해 흘리는 눈물이 아니고) 인간이 남을 위해서 흘리는 눈물의 가치에 대해 말씀하셨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려 160권의 저작을 쏟아낸 생이지만, 더는 쓸 수 없는 삶의 끝자락에서 눈물 한 방울은 희망의 씨앗이자 마지막 잉크였습니다.
[강인숙 / 고 이어령 선생 부인 영인문학관장 : 마지막에는 핸드라이팅도 안되는 거예요. 그러면 녹음을 하죠. 누워서. 글 쓰는 사람은 축복받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요. 왜냐면 마지막 날까지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의 내면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
병마와 싸워가며 힘겹게 써 내려간 눈물 이야기이지만, 대중에게 환영받을지는 모르겠다며 한숨짓기도 했습니다.
책과 철학, 클래식이 힘을 잃은 사회에서 자신이 발견한 진주가 아무런 울림을 주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입니다.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김지수 / 열림원
지난 2019년부터 화요일마다 제자 김지수 작가와 만나 나눈 대화록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선 이러한 고민에도 불구하고 왜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말이 '눈물 한 방울'인지 강조합니다.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죽음을 새로 사귄 벗 삼아 영원한 이야기꾼으로 남길 원했던 고 이어령 선생.
죽음과 유언의 레토릭으로 가득한 마지막 수업이지만, 그 안의 가르침은 역시 인간과 삶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故 이어령 선생 (지난 2020년 2월) : 마지막 내가 늙어서 할 수 있는 일은 교수도, 언론인도, 행정가도 아닌 이야기꾼으로 내 생을 마쳤으면 좋겠다….]
YTN 김지선입니다.
YTN 김지선 (sun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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