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전향 16년 만에 빛 본 '꾸준함의 미학'..코르네의 묵직한 반전

윤은용 기자 2022. 7. 3.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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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 여자 단식 3회전서 '37연승 질주' 시비옹테크 2 대 0 꺾고 포효
'메이저 본선 15년 개근' 경험 살린 노련한 운영.."지금 난 숙성된 와인"
‘진땀 뻘뻘’ 이가 시비옹테크가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여자 단식 3회전에서 알리제 코르네를 맞아 리턴샷을 날리고 있다. 런던 | AP연합뉴스

와인은 오랜 기간 잘 숙성될수록 그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스포츠에서도 시간이 지나 빛을 보는 선수들이 종종 나타나곤 한다.

여자프로테니스(WTA)에서 활약하는 1990년생 알리제 코르네(37위·프랑스)는 와인으로 따지면 평범한 브랜드다. 그런데 오랜 기간 노력을 거듭한 결과 이제는 ‘꾸준함’의 상징이 됐다. 그 꾸준함이 화려함을 이겼다.

코르네는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여자 단식 3회전에서 WTA 세계랭킹 1위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를 2-0(6-4 6-2)으로 꺾고 16강에 올랐다.

다른 선수도 아닌, 현 여자 테니스 최고 선수를 꺾은 것이라 더 놀라웠다. 시비옹테크는 이날 경기 전까지 WTA 투어 37연승을 질주 중이었다. 1997년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 이후 25년 만이자 2000년 이후 WTA 최고 기록이었다.

코르네는 시비옹테크에 비하면 특출나게 자랑할 업적은 없다. 2016년 프로로 전향한 시비옹테크가 메이저대회 2회, WTA1000 시리즈 5회 등 벌써 굵직한 대회에서 9번의 우승을 거머쥔 반면, 2006년 프로로 전향한 코르네는 우승 트로피 13개를 따냈지만 등급이 한참 낮은 WTA250 시리즈가 대부분이고,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은 8강에 그친다.

이런 코르네도 시비옹테크가 감탄할 만한 ‘업적’이 하나 있다. 코르네는 이번 윔블던을 통해 통산 65번째 메이저대회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더 대단한 것은 2007년 호주오픈부터 무려 62회 연속으로 메이저대회 본선 무대를 밟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스기야마 아이(일본·은퇴)와 함께 WTA 역사상 최다 연속 출전 공동 1위 기록이다.

한 해 4번밖에 열리지 않는 메이저대회에 15년이 넘게 개근 도장을 찍으려면 철저한 자기 관리가 동반되어야 한다. 올해 호주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8강에 오른 그는 실력이 특출난 선수는 아니어도 자기 관리만큼은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 못지않았다. 거기에 오랜 기간 쌓인 경험이 조금씩 빛을 발하더니 올해 환하게 빛나고 있다. 이번 경기에서도 코르네의 노련한 운영에 말린 시비옹테크가 실책 33개를 쏟아내며 자멸했다.

코르네는 경기 후 “난 프랑스의 좋은 와인과 같다. 좋은 와인은 항상 숙성이 잘된다”며 “나는 최고 시즌을 보내고 있다. 내 안에는 뜨거운 불이 타오른다”고 말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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