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사 분석하던 IT 전문가..'입맛' 잡는 식자재 달인으로

정유미 기자 2022. 7. 3.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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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주 CJ프레시웨이 밀솔루션 팀장
박영주 CJ프레시웨이 밀솔루션 팀장이 자신이 개발한 메뉴들을 들고 있다. CJ프레시웨이 제공
데이터 기반 상품 기획 능력 발휘
코로나 타격 급식·외식 업계에
인건비·메뉴 개발 통한 ‘해결사’로
식품 제조서 과정별 ‘인프라 구축’
조리 과정과 맛에 균일화·전문화
최근엔 레스토랑 간편식 시장 개척
외식 비즈니스 컨설팅 플랫폼 구축

CJ프레시웨이 박영주 밀솔루션 팀장(45)의 별명은 ‘식자재 업계의 인큐베이터’다. 정보기술(IT)에 기반해 식자재 유통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위기를 겪은 단체급식의 식자재 유통과 조리 과정을 전문화하고, 골목식당을 레스토랑 간편식(RMR) 중소업체로 키우는 등 신시장 개척에도 앞장섰다. 지난 1일 서울 상암동 CJ프레시웨이 본사에서 박 팀장을 만나 그 비결을 들어봤다.

박 팀장은 IT 개발자에서 상품기획(MD) 전문가로 직무를 전환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뒤 2003년 백화점 업계 IT분야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2008년 IT회사인 CJ시스템즈(현 CJ올리브네트웍스)로 자리를 옮겼고 CJ프레시웨이에 파견근무를 나왔다가 4만4500개에 달하는 상품과 1만5000여개 외식 고객사의 분석 툴(Tool)을 개발하면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스카우트됐다.

2009년 중국집 만두에 관심을 가지면서 상품개발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지역마다 만두의 맛과 향이 다른 이유가 궁금했던 그는 전국 100곳이 넘는 중국집 만두소의 부추와 당면을 분석했고 맛을 표준화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기존의 감성 마케팅에 데이터가 더해지면서 서울 중국집 5곳 중 1곳은 그의 만두를 찾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식자재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박 팀장의 주가는 더욱 올라갔다. 재택근무와 온라인수업으로 단체급식 시장이 위기에 처하자 박 팀장은 인건비 상승, 메뉴 개발 한계 등 외식업체들이 직면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18년 전통의 갑오징어 음식점 대표 메뉴에서 착안해 레스토랑 간편식으로 ‘조가네 갑오징어볶음’을 개발했다. 갑오징어는 해외 직소싱으로 들여왔고 농산물은 계약재배로 단가를 낮췄다. 포장재 디자인과 해썹(HACCP) 인증 획득, 판매처 확보까지 5개월여 끝에 신상품을 내놓은 그는 온라인몰 거래처까지 뚫었다. ‘조가네 갑오징어볶음’은 마켓컬리와 헬로네이처 등에서 출시와 함께 한 달 4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효자상품이 됐고 후속 시리즈까지 이어졌다.

박 팀장은 2020년 CJ프레시웨이의 핵심 전략부서인 밀솔루션 팀장을 맡으면서 급식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식재료를 벌크 형태가 아닌 각 메뉴에 맞게 조리·반조리·완전조리 식품으로 선보였다. 일찌감치 식품 제조 전 과정의 인프라를 구축한 것이 도움이 됐다. 박 팀장은 “직장과 학교 등 단체급식은 주방의 손맛에 따라 짜고 싱거울 수 있는 만큼 간편하고 위생적인 조리는 물론 맛의 균일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농산물과 육류, 해산물 등을 고객사가 원하는 방식대로 공급하는 맞춤형 컨설팅까지 제공하는 것이 타사와의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정부 산하 지역아동센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부모의 빈자리를 정품·정량·안전한 음식으로 채워주고 싶다는 욕심에 40여가지 특식 메뉴를 개발했는데 아이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별도의 조리시설이 필요 없는 만큼 배식 및 준비 시간을 4시간에서 30분으로 줄여 자원봉사자들에게도 박수를 받았다.

박 팀장은 올해 더 큰 목표를 세웠다. 준비 중인 RMR 신제품만 25개다. 박 팀장은 “매장 상권을 분석해 점심 메뉴와 테이크아웃 상품을 개발했는데 반응이 뜨겁다”며 “상품 기획, 연구·개발, 제조, 유통뿐 아니라 비즈니스 컨설팅까지 외식 고객사와 ‘윈윈’하는 창업형 플랫폼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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