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장사' 눈총에 뜨끔?..가계대출 금리 내리는 시중은행
NH농협·우리은행도 참여.."과도한 이익 추구" 금융당국 경고 후 확산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상품의 금리를 앞다퉈 인하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은행의 ‘이자 장사’를 지적하자 은행들이 여론을 의식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자금대출 상품의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각각 최대 0.35%포인트, 0.30%포인트 금리를 인하한다.
또 신한은행은 취약 차주(대출받은 사람)를 대상으로 하는 금리 인하 프로그램을 내놨다.
취약 차주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을 보면, 신한은행은 지난달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5%를 초과하는 차주에게 초과분에 대한 금리를 향후 1년간 일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어떤 차주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5.6%라면 5%를 초과하는 0.6%에 대해선 은행이 이자를 대신 내겠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또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하는 차주를 대상으로, 연 0.2%에 해당하는 이자를 1년간 대신 부담하기로 했다.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은 금융감독원과 은행이 함께 추진하는 상품으로, 금리 상승폭이 연간 0.75%포인트 이내로 제한된다.
아울러 신한은행은 차주에게 2년 단위로 고정금리를 제공하는 ‘금융채 2년물 전세자금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연 소득 4000만원 이하, 전세보증금 3억원 이하일 때 이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신한은행이 이처럼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금리 상승으로 예대금리 차가 크게 벌어진 것에 대해 금융당국과 여론의 시선이 따갑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예금은행의 잔액 기준 예대금리 차는 전달보다 0.02%포인트 확대된 2.37%다. 2014년 10월(2.39%) 이후 약 7년9개월 만에 최대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0일 17개 국내 은행장을 소집해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달 28일 국민의힘은 예대금리 산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각 은행이 현재 분기별로 공시하는 예대금리 차를 월별 또는 그 기한을 단축해 통합 공시하도록 해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했다.
당국과 정치권의 잇따른 지적에 금리를 인하한 것은 신한은행만이 아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1일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낮췄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24일부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차주에게 1.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일괄 제공하고 있다. 케이뱅크도 지난달 22일 대출금리를 최대 0.41%포인트 인하했다.
시중은행의 금리 인하 움직임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리 상승 때문에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취약 차주를 대상으로 금융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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