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석에 가치를 부여한다..신비한 '선광'의 세계[탄소중립 시대, 광물자원의 포효]
‘광석’은 경제적인 가치가 있고, 채광할 수 있는 광물 또는 그런 광물의 집합체를 의미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적 가치가 있고’라는 문구에서 광석 내에 유용한 광물자원이 매우 많이 존재할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땅속에서 캐내는 광물의 품위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매우 낮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구리의 경우 광석의 평균 품위는 0.6% 수준에 머문다. 그럼에도 전 세계 수많은 구리 광산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더 많은 광석을 캐는 데 여념이 없다. 왜 그런 것일까. 인류가 0.6%의 구리 광석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능력, 즉 ‘선광’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선광은 물리·기계적인 방법을 사용해 채굴한 광석 내의 불순물이나 맥석(가치가 없는 비금속광물) 등을 제거해 유용한 광물로 농축하는 과정이다. 광물은 종류에 따라 다양한 비중을 갖는데, 비중 선별을 통해 가볍거나 무거운 광물로 분리할 수 있다.
또한 자력 특성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자철광은 자석에 매우 잘 붙는 성질을 갖고 있어 자력 선별 공정을 통해 효과적으로 분리·회수할 수 있다. 심지어 어떤 광물은 물 위로 떠오르는 성질도 있다. 금속과 황이 결합된 황화광은 물속에서 기포와 만나면서 결합 작용을 통해 떠오른다. 이러한 기술을 부유 선별이라고 하는데, 첨가제를 이용해 표면 성질을 조작한 뒤 특정 광물만을 선택적으로 회수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렇게 신비할 정도로 다양한 특성을 가진 선광은 언제나 광산과 함께한다. 원광을 바로 운반하게 되면 매우 높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원광은 선광 공정을 거쳐야만 경제성이 있는 광석으로 대우받을 수 있다. 거꾸로 말하면 선광을 거치지 않으면 경제성 있는 광산 개발이 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는 우수한 선광 기술을 갖고 있으면 남들이 개발하지 못하는 광산을 ‘독점’ 개발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선광은 광산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함과 동시에 광물자원 개발에 있어서 좀 더 많은 선택지를 누리도록 한다는 점에서 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아쉽게도 한국은 1980년대 대부분의 광산들이 폐광되면서 선광 기술의 개발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광물자원 확보 및 활용·순환기술 개발’이라는 고유 임무를 수행하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유일하게 선광 기술 연구를 지속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제철소 등 민간 기업들과 손잡고 국내외에 부존하는 바나듐광, 리튬광 그리고 텅스텐광 등을 대상으로 한 ‘선광 공정’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지금은 자원 전쟁과 신자원민족주의에 비견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광물자원 확보가 화두가 되고 있다. 한국 역시 해외 자원 개발은 물론 국내 희소금속 개발을 위한 재시동을 걸고 있다. 광석에 가치를 부여하는 선광 기술, 이제 국내 연구진이 꾸준히 쌓아온 선광 기술 역량이 국내외 자원 개발을 이끄는 새로운 에너지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정경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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