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짜고 남은 폐기물로 중금속 거른다
해바라기·땅콩 등 찌꺼기 활용
초소형 체 만들어 오염물 여과
식물성 기름을 짜고 남은 폐기물을 활용해 오염된 물에서 중금속을 걸러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싱가포르 난양공대와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과학자들이 구성한 공동 연구진은 해바라기와 땅콩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폐기물로 얇은 막을 만들어 오염수에서 중금속을 거르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최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 최근호에 실렸다.
중금속이 섞인 물은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물에서 중금속을 걸러내려면 고가의 장비와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경제 여건과 사회 인프라가 미비한 개발도상국에서는 물에서 중금속을 정화하는 대책을 세우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비교적 구하기 쉬운 식물인 해바라기와 땅콩을 대안으로 삼았다. 연구진은 이 식물에서 기름을 짜낸 뒤 남은 폐기물에서 단백질을 뽑아냈다. 그 뒤 ‘단백질 아밀로이드 섬유’라는 물질을 추출해 ㎚(나노미터) 단위의 초소형 체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초소형 체를 이용해 더러운 물속에 녹아 있는 중금속 이온을 분리했다. 연구진은 초소형 체가 백금, 크롬, 납 등에 오염된 물을 여과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중금속을 차단하는 능력은 99.98%에 달했다.
식물성 기름을 뽑아내고 남은 찌꺼기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사용하는 이번 기술을 쓰면 물에서 중금속을 거르는 시설을 낮은 비용으로 만들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전력도 기존 중금속 정화 기술보다 적게 쓴다. 연구진을 이끈 알리 미저레즈 난양공대 교수는 기술전문지 인셉티브 마인드를 통해 “우리가 만든 중금속 정화 기술은 개발도상국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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