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번식력 '사랑벌레' 서울 도심 확산세
전문가 "털파리류 일종, 습도 상승·기후변화 탓 추정"
지역 보건소 "혐오감·생활에 불편 초래, 긴급 방역"
서울 은평구에 사는 윤은지씨(27)는 최근 주차장에서 전에 보지 못한 1㎝ 남짓의 검은 벌레들이 바닥에 붙어 있는 것을 보고 거부감이 들었다. 윤씨는 “주차장과 차에 검은색 종이가 붙어 있는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모두 벌레였다”며 “은평구에 쭉 살았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서울 은평, 경기 고양 일대에서 암수가 한 쌍으로 있는 모습이 많이 관찰돼 이른바 ‘사랑벌레’(러브버그)로 불리는 털파리류가 떼로 목격돼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주말 사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목격담이 이어졌다. 한 트위터 사용자(@negakxxxxxxxxx)는 2일 “불광 연신내 구파발 지축 삼송까지 지하철역 근처 가면 사람들이 벌레가 달라붙어서 비명 지르면서 뛰어간다”며 “한 매장에서는 주인이 청소기로 벌레를 빨아들이고 있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벌레가 ‘털파리류’에 속한 종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벌레가 ‘플리시아 니악티카’라는 외래종인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변혜우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플리시아 니악티카’도 털파리류는 맞지만, 아메리카 대륙을 위주로 서식하고 있는 종”이라며 “현재까지의 사진 자료들을 통해서는 자생종일 확률이 높은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의 국가 생물종 목록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에 서식하는 ‘털파리류’는 12종이다. 털파리류 중 하나로 주로 산과 들에 서식하는 검털파리는 2013년 도심에 출몰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독성이 있다거나, 질병을 옮기는 등 위험한 곤충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외래종이고, 기존 생태계에 천적이 없는 경우에는 생태계 교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관장을 지낸 배연재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교수는 “외래종의 경우는 과거 꽃매미가 유입돼 포도밭에 피해를 줬던 것처럼 피해를 줄 수 있고, 확산도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랑벌레 대발생’의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장마로 인한 습도 상승 혹은 기후변화로 인한 겨울 기온 상승 등이 이유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했다. 통상적으로 털파리류는 일 년에 한 번, 늦봄에서 초여름에 성체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의 발생 시기는 늦은 편이다.
이는 올봄의 ‘역대급’ 가뭄의 영향으로 토양에 적정한 습기가 없어 유충의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조건이 될 수 있다. 성장이 늦춰지다가 비가 오기 시작하니 발생이 한꺼번에 일어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훈 국립생태원 박사는 “곤충의 대발생은 일반적으로 겨울철 기온이 따뜻해진 것의 영향일 수 있다”며 “겨울이 추우면 알의 생존율이 떨어지는데, 그렇지 않고 알이 많이 부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털파리류의 특징, 짧은 성충 시기 등을 고려하면 확산은 조금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은평구는 지난 2일 “사랑벌레 긴급 방역을 진행 중”이라며 “주민에게 혐오감, 미관상 불편을 초래하고 있어서 긴급 방역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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