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선 100%' 삼성전자, 국내 재생에너지 비중 3% 왜?

이재덕 기자 2022. 7. 3. 21:2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브라질·멕시코 사업장도 전년 대비 각 94%·71% 증가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량 적어 안정적 장기 구매 어려워
송·배전망 이용료도 높아..전력수급계약, 국내 2건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단지인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전경. 평택 공장은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품도 생산한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지난해 국내에서 사용한 전력 중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2년 전부터 미국과 중국, 유럽에서는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30일 공시한 ‘2022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삼성전자가 전 세계 사업장에서 사용한 재생에너지는 5278GWh(기가와트시)로, 전년(4030GWh) 대비 31% 늘어났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국내외에서 사용한 전력은 약 3만GWh로 알려져 있다. 이 중 17%가 재생에너지인 셈이다. 특히 삼성전자 미국·유럽·중국 사업장은 2020년부터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고, 지난해 브라질과 멕시코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사용률도 전년 대비 각각 94%, 71% 증가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확보했다고 밝힌 재생에너지 규모는 500GWh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국내 삼성전자 전력사용량(1만8410GWh)의 2.7% 수준이다. 한국전력공사에 웃돈(프리미엄)을 주고 구매하는 ‘녹색 프리미엄’ 제도를 이용해 지난해 재생에너지 490GWh를 구매한 것이 사실상 전부다. 이외에도 기흥·화성·평택·온양 등 국내 사업장에서 태양광 발전과 지열 발전 시설을 자체 운영하고 있지만 전체 발전량은 10GWh가 채 안 된다.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 가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내 사업장의 낮은 재생에너지 전환율이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주로 국내에 반도체 생산라인이 있기 때문에 생산라인을 외주화한 외국의 글로벌 기업에 비해 전력 사용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면서 “RE100에 가입하려는 국내 기업들은 많은데 재생에너지 공급은 적다보니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의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체 전력 생산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4.67%로, 전 세계 평균(10.3%)의 절반에 불과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장기 계약을 맺고 전력을 공급받는 전력수급계약(PPA)으로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한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는 2020년 대만 해상의 920㎿급 해상풍력 발전소와 20년간 직접 전력을 공급받는 내용의 PPA를 체결했다.

장기 계약을 맺으면 향후 전기요금 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낮추고 실제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탄소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판매하는 인증서(REC)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여왔던 기업들이 이제는 발전소와 장기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삼성전자도 이번 보고서에서 “미국·유럽·중국 사업장의 경우, (기존의) REC 구매에서 PPA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도 지난해 PPA 제도가 도입됐지만 2022년 6월 기준 PPA 체결 건수는 2건에 불과하다.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생산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한전의 송·배전망을 이용해야 하는데 망이용료가 높다보니 발전소와 기업들이 PPA 체결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