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소노동자에 '학습권' 소송 낸 대학생들, 이게 '공정'인가
연세대 학생 3명이 학내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민주노총 소속 청소·경비노동자들을 형사고소한 데 이어 민사소송까지 제기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은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지난 4월부터 시급 400원 인상과 샤워실 설치를 요구하는 시위를 계속해 학습권이 침해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수업료와 정신적 손해배상, 정신과 진료비를 합쳐 638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청소노동자의 넉 달치 월급이다.
소송을 낸 학생 중 한 명은 방송 인터뷰에서 “학교에서 소음을 내며 시위하는 것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이다. 추후 장기적으로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집회·결사의 자유가 헌법적 기본권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동료 시민의 권리 보장을 위해 약간의 불편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에 아연할 따름이다. 당장 자신에게 유리할 때만 ‘공정’이라 주장하는 왜곡된 감각, 학생의 학습권이 노동자의 기본권보다 앞선다는 특권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는 개인의 지성적·인격적 실패일 뿐 아니라 대학 공동체 전체의 실패이기도 하다.
이번 소송에 대한 반발도 상당하다. 학생과 시민 등 2300명은 청소·경비노동자들을 향한 연대 의사를 밝혔다. 나임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2학기 수업계획서에서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축적된 부당함에 대해 제도가 개입해 내 이익에 영향을 주려 할 때, 이들의 공정 감각은 사회나 정부, 기득권이 아니라 그간의 불공정을 감내해온 사람들을 향한다”고 매섭게 지적했다. 학습권 보장 의무는 대학 측에 있는데도, 정작 공격 목표는 최저임금 인상폭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급 인상과 청결하게 일할 권리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이 된다는 것이다. “용역업체와 노조 간 문제”라며 수수방관해온 연세대 측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연세대는 노동자들에겐 원청업체이고, 학생들에겐 수업권을 보장해야 할 주체이다.
5일은 1987년 민주화를 요구하다 최루탄에 목숨을 잃은 연세대생 이한열 열사의 35주기다. 권위주의 독재 체제는 오래전 막을 내렸으되, 존중과 공생을 외면하는 위험한 이기주의가 공동체를 좀먹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번진 소수자·약자 혐오가 민형사 소송까지 이른 데는 청년층 일부의 혐오 정서를 교묘하게 부추기며 지분을 늘려온 정치인들 책임도 크다. 정치인을 필두로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각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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