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디지털 유산 상속
디지털 대전환의 이 시대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유산이 생겨난다. 주택이나 토지, 예금만이 유산이 아니다. 생전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과 사진·영상 등 데이터도 유산이 된다. 한 사람이 일생 동안 남겨놓은 디지털 흔적, 이른바 ‘디지털 유산’이다. 아날로그든 디지털이든 유산의 존재는 그 자체로 상속 문제를 낳기 마련이다.
싸이월드 복구 서비스를 재개한 싸이월드제트는 ‘디지털 상속권 보호 서비스’ 신청 건수가 2381건으로 집계됐다고 3일 밝혔다. 이 서비스는 고인이 된 싸이월드 회원의 글·사진 등 게시물 가운데 공개 설정된 데이터를 일정 요건을 갖춘 유족이 신청하면 상속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유족들이 고인을 추모·추억하기 위해 데이터를 넘겨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디지털 유산도 유산의 일부이니까. 상속하지 않으면 사실상 방치될 수도 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다. 고인은 자신의 데이터에 관한 상속 여부 등 어떤 권리도 행사할 수 없다. 세상을 떠났다고 해도 사생활 침해일 수 있고, 유족과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잊힐 권리’도 존재한다. 상속권과 고인 개인정보 보호 간 충돌이다.
아직 국내에는 디지털 유산의 종류와 범위는 물론 디지털 유산 상속자의 자격, 유족 간 상속 분쟁 등과 관련한 법적 근거가 없다. 그러다보니 네이버·카카오 등은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제각각 다루는 실정이다. 세계 주요 국가·기업들은 한발 앞서 관련 정책·서비스를 마련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상속권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고, 미국의 일부 주에서도 디지털 유산의 상속이 가능하다. 구글이나 애플, 메타(옛 페이스북) 등도 각기 관련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한편에서는 ‘잊힐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디지털 정보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소멸하게 하는 ‘디지털 노화 시스템’ 같은 기술도 나오고 있다.
‘디지털 상속권 보호 서비스’는 디지털 유산과 관련 상속 문제를 꼼꼼히 따져보라며 던진 숙제다. 활발하고 생산적인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에 따라 법·제도가 마련되어야겠다. 개인적으로도, 자신의 디지털 유산을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볼 때다.
도재기 논설위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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